우울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저는 아이 아빠를 만나고 왔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저희 동네에서 차 한잔을 함께 했답니다. 우리는 곧 법원에 가기로 했어요. 이만 별거를 끝내고 법적 이혼 절차를 밟으려 해요. 다행히도 양육권은 제가 갖게 되었어요. 남편과 아내는 아니지만, 한 아이에 대해선 아빠와 엄마이기에 우리 둘은 가까운 동네에 살며 아이를 돌보며 아마 공동육아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이혼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제 우울증이 제일 큰 이유예요. 결혼하면서는 '메리지블루(결혼 전 우울)'이었고, 결혼하고 임신해서는 '임신 중 우울'이었고, 출산과 육아휴직을 하면서는 '산후 우울'이었어요. 복직하면 좋아질 줄 알았더니, 회사에 복직하면서는 또 '복직 후 우울'을 앓았으니, 이만하면 만성 우울증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써두고 보니 남편도 많이 힘들었겠어요.
차 한잔을 함께 마시며, 아이의 양육권과 양육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럼 친권과 양육권은 내가 가지는 거야?"
"네가 은유 없으면 살 수 없다며."
"그렇지.."
"근데, 이건 협박하는 건 아닌데, 만약 네가 또 우울하다고 한다면 나는 그때 은유 내가 데려갈 거야."
'협박하는 건 아닌데'라는 말로 시작되었지만, 협박처럼 들리는 건 왜일까요? 한동안 남편의 눈을 응시했어요. 아니 노려봤어요. 그전까지 아이의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자는 훈훈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남편의 말이 '우울하면 너는 끝이야'라고 해석되었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내가 못 버티고 우울해져서 무너져버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 그런 의심도 들었어요. '아이를 내가 데려간다'는 말이 공포스러워요. '너에게서 아이를 데려간다.'는 말은 양육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그렇게 철저히 버림받게 된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노려보는 것도 그렇게 해석하는 것도 그만두었어요. 발끈하지도 않고 받아들여야 해요. 내 우울의 이미지는 스스로 만들었고, 남편의 그 불안도 결국 제가 만들어 낸 것이니까요.
남편의 협박을 폭력이나 협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남편의 본심을 생각해 봐요. 남편은 제가 우울한 모습을 보기 힘들어했어요. 그 우울이 어느 땐 눈물과 무기력으로 드러나기도 했고, 어느 땐 분노와 공격성으로 드러나기도 했어요. 남편도 늘 제 기분을 살폈고 두려워했었던 것 같아요. 돌아보니 그런 점들이 남편에겐 불안과 무력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참 미안할 뿐이에요. 남편의 말을 협박이 아니라, 부디 우울해지지 말고 아이를 지키라는 부탁으로 해석해 봐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야'라는 말은 하지 못했어요. 사실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말보다는 삶으로 보여줘야 하니까요. 또 그렇게 완벽하게 우울하지 않을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우울해져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자신은 있어요. 아이를 빼앗기지 않을 만큼은요. 그리고 그만큼 앞으로는 그렇게 살아야만 해요.
당신은 어떤가요? 우울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세요? 혹시 우울해지면 안 된다는 협박을 받고 있지는 않나요? 우울해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는 않나요? 아니면 지금은 발랄히 지내고 있으신가요? 당신이 부디, 편안해지길요. 비로소 편안해졌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