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링 Dec 02. 2023

다시 돌아가는 길

그런 날이 온다.


잔뜩 움츠러든 어깨에 힘이 빠지고

온몸에 온기가 돌기 시작하는 날.


그동안 나도 모르는 긴장 속에 살았구나.


하나님도 싫고, 말씀도 싫고.

인스타를 보며 멍 때리고 싶었을 뿐인데

피드에 자꾸 뜨는 수많은 말씀 구절, 찬양 클립.

눈을 꾹 감고 스킵했다. 듣기 싫어!


피곤하고 지치니 날 좀 그냥 내버려 두라는 의지였다.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 않고

나의 내면에도 귀 기울이기 싫더라.


그래도 성경을 펴고.

다시 한번 기도의 자리에 가고.


그러다 보니 차츰 힘이 빠졌다.


결국 바쁜 날도 지나가고,

성낼만한 상황도 가라앉으니.


오늘 아침에는 감사를 연습하라는 말씀이 들려왔다.


길 게 생각 할 것 없었다.


오늘 눈을 떠서 감사.

내 손짓만 봐도 모든 걸 알아주는 남편으로 감사.

아늑하고 포근한 신혼집으로 감사.

오랜만에 만날 친구들이 있음에 감사.

바쁜 업무지만 배울 수 있는 직장에 감사.


이 모든 것을 제쳐두고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 되심에 감사.


말 참 안 듣는 고집쟁이를

어제도, 오늘도, 앞으로도 평생 용서하심에 감사.


그러고 나니 괜찮아졌다.

부족할 것도 모자랄 것도 없다.


하나님이 오늘도 내게 풍성히,

충분한 만큼을 허락하셨구나.



금요 기도에 들은 말씀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치 아니하므로 여호와께서 그들에게 대하여 맹세하사 그들의 열조에게 맹세하여 우리에게 주마하신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그들로 보지 못하게 하리라 하시매 애굽에서 나온 족속 곧 군사들이 다 멸절하기까지 사십 년 동안을 광야에 행하였더니_여호수아‬ ‭5‬:‭6‬


하나님이 준비하신 그 땅을 누리지 못하고 메마른 광야를 뱅뱅 도는 이스라엘의 모습이 꼭 나 같았다.


번아웃이라는 핑계로 하나님의 말씀을 청종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마음을 들으려고도, 순종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기대할 것이 없어서 그랬는데.

어차피 하나님 응답도 없으시고.

싫다고 발버둥 쳐도 눈 하나 끔뻑하지 않으셔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때야 말로

하나님만을 의지해야 한다.


내 계획보다 더 크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내 고집보다 강력하신 하나님의 일하심에 붙들려서.


남편을 만나기 전에 하나님이 알려주셨다.


내가 널 위해 준비한 그때가 되어도 너는 늘 나와 함께해야 한다. 나를 위한 그 자리를, 그 시간을 꼭 떼어두렴.


이 다음 스텝이 되기 전에 하나님이 다시 또 알려주시는 것만 같다.


내가 널 위해 준비한 그 다음이 오더라도
나를 위한 그 자리를, 그 시간을 꼭 떼어두렴.



사진출처_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좋은 친구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