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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링 Jan 15. 2021

사는 맛이란 사랑받는 맛

머리를 두 손으로 싸매고 주먹으로 이마를 콩콩 쥐어박는다. 감당 못할 생각의 파도가 달려들고 에워싸면 두 눈 질끈 감고 고개를 휙휙 저어 겨우 탈출한다.

심플하게 살고 싶다 입으로만 읊조리고 방황하던 차에 하나님은 생각보다 간결한 말씀으로 날 설득시키셨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_로마서 10:31


무엇을 해도 괜찮아 얘야. 나와 함께,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나는 뭐든 좋아.

모든 것이 가하지만 모두 유익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가하지만 모두 덕이 될 수는 없다. 그러니 무엇이든 주를 생각하며 하라는 말이었다. 주께서 선물하신 자유함을 그의 영광을 위해 스스로 절제하며.

얼마나 완벽한 사역을 해내는지, 맡기신 인생을 어떠한 지혜로 사용해 크고 위대한 삶을 살아가는지가 명령문으로 쓰인 것이 아니니 이 얼마나 숨통이 트이는 사명이란 말인가. 하나님은 나를 그의 곁으로 초청하시고 그의 일하심에 숟가락 살짝 얹어보지 않겠니 권유하실 뿐이다.

주신 말씀에 대한 묵상과 기도를 마치고 하나님의 마음을 구했다. 나는 이제 괜찮아졌으니 하나님 하실 말씀이 따로 또 있으시면 듣고 싶다며 무작정 기다렸다.

한 30초는 지났을까.
열어 둔 창문 바깥세상의 자동차 지나는 소리와

스치는 겨울바람 소리만 간간히 들린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데.
오늘은 아무 말 안 하실 것 같아 쫄아버렸다.
지금 안 하셔도 괜찮아요, 내일 또 물어볼게요.
그렇게 미리 방어전을 펼친다.

그래도 조금 더 기다려보자.

하나님 아무 말이라도 좀 해줘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 해줬으면 좋겠다,
몇 분의 고요함을 견디지 못해 입을 삐죽이며 쫑알대던 중에 하나님은 따스한 말씀으로 찾아오셨다.

내가 너로 인해 정말 기쁘단다.

늘 서프라이즈를 선호하시는 하나님.
난데없는 고백에 꽁하고 얼어있던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린다. 때 마침 듣고 싶었던 말인데 우리 텔레파시가 통했어요. 진짜예요? 혼자만의 착각은 아닌가 몇 번을 되묻는다.

꾀죄죄한 얼굴을 들어 주님을 바라보니 그저 내가 예쁘다며 연신 웃으신다. 손과 발은 먼지로 뒤덮이고 온 몸에는 죄의 땀냄새가 폴폴 풍겨오는데도 그분은 나를 마주하시고 나로 인해 기쁘시다며 참으로 행복해하신다.

하나님을 매번 오해한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왜 안 했니 이것밖에 안되니?
요구사항 넘쳐나는 심술보 가득한 사장님쯤으로.
그러니 그의 말을 듣기가 어려운 거다. 감당 못 할 일을 하라고 하시면 어떡하지? 듣고도 순종할 수 없는데 어떻게 선뜻 듣겠다고 하지?

그러나 하나님은 나를 실수투성이 무능력한 일개 사원으로 대하지 않으신다. 하나뿐인 독생자 아들과 맞바꾸어 귀하게 데려온 사랑스러운 딸로 여기신다.

세상 대부분의 아버지가 그렇듯 사랑하는 딸에게 평생 해주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네 존재가 나의 기쁨이란다.

오늘 들었지만 내일 또 듣고 싶을 말. 이 맛에 하루 또 하루가 늘 새롭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그 분과 함께라면 매일을 새로이 사랑받는 세상에서 살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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