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링 Jan 10. 2021

모든 날 모든 순간

일부가 아닌 전부를 원하시는 분

크게 우울할 일은 없었는데.
힘이 들어 지쳐도 꽤나 괜찮게 버텨왔던 일상이다.

못내 지루해지던 날들이라 그랬나.
금요일과 토요일 내리 본가에서 가족과 보내는데
할 일 없는 주말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림도 예쁘게 그렸고 글도 열심히 써냈다.
엄마 팔짱 끼고 시내를 돌며 장을 봤고 
꿀 같은 낮잠과 로마서 묵상도 끝냈으며
피아노 앞에서 아빠와 은혜로운 찬양을 부르며 

힐링의 시간을 보냈는데.

그 밤에 잠이 들지 않더니 뒤척이다 곧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출구 없는 터널이 끝날 기미가 보이 지를 않는다.
단조로움에 진이 빠지고 고요함에 목이 멘다.

마침 화장실 다녀오는 아빠에게 일어나 털어놓을까,
내 인생이 지루해서 더는 살 수가 없다고.
그러니 날 위해 기도를 좀 해주시면 좋겠다고.

잘했다. 꾹 참아낸 건.
결국 내 숙제가 아니던가.

불꽃같은 눈동자 안에 날 가득 담아두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반복되는 일상이 잘 살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로 인해 같은 하루가 늘 새로울 수 있다고 했다.

모르는 게 아닌데.

하나님 품에 안겨 아침을 맞이하는 그 포근함과
시시때때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일하는 든든한 낮의 시간. 소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때에 주와 단 둘이 대화하는 비밀스러운 밤.

하나님과 함께라면 아무런 탈 없이 제 페이스를 찾아 흘러가는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삶이 무엇인지 왜 사는지 따위의 심오한 질문은 떠오르지 않는 평범한 날들을 마음껏.

생각에게 붙잡혀 결국은 하나님께 묻는다.

하나님, 저는 왜 하나님이 없으면 멀쩡하게 살 수가 없어요? 24시간 하나님 말씀만 볼 수도 없고, 나머지 시간 혼자 알아서 잘 살아야 하잖아요. 제가 이상한 게 맞죠? 남들은 다 멀쩡하게 사는데 저만 이 모양이에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나님은 빛이 번쩍하는 속도로 다정스레 속삭이셨다.

너는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대답을 바란 질문이었음에도 그가 진짜 답하실 줄은 몰랐다. 상황에 맞는 말씀을 스스로 찾아낸 건 아닌가 2초 고민했다.

아니다.


머릿속에서 섬광처럼 번뜩인 말씀이지만 그것은 내가 직접 꺼낸 것은 아니었다. 주님의 음성으로 확신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 그럼 내가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닌가 보다. 예수님 곁에 붙어있지 않으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가 맞구나.

하나님은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길래 이리 끈질기게 내 모든 순간을 원하시는 걸까.

그를 믿는 인생에서는 적당히는 없는가 보다.
예수님 안에서 그와 함께 온전히 연합하던지 그게 아니면 그 사랑 찔끔 받고 세상으로 돌아가 허우적대던지.

 왜 그렇게 복잡하게 살아요, 생각이 너무 많아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습관을 허물 벗듯 벗어나기보다는 그저 나는 조금 더 민감한 사람이구나, 하련다. 죄의 경계선에 걸리고 난데없는 우울감에 휩싸일 때 지금 예수님이 필요하구나 단순히 생각하기.
더불어 육의 세계에 속한 몸이니 인생을 조금 더 알차게 사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월요일이 온다.

오늘 밤은 울음 뚝 그치고 잘 잤으면.

매거진의 이전글 너 예수님 없으면 죄짓지? 당연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