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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링 Feb 06. 2021

결혼식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

내 주말과 맞바꾼 너의 행복

 20대 중반에는 주말에 잡힌 결혼식에 마냥 행복했다. 동경하던 어른의 세계에 한 발자국 더 딛게 하는 일들 중 하나였으니까. 곧 나의 결혼식이 될 거라는 당연함에 부담 느낄 틈은 없었다.


20대 후반이 되니 결혼식은 진심으로 가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진정으로 가야만 하나 싶은 일이 되어버렸다. 물론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은 예외다. 변심해버린 태도에 기가 막혀 주변에게 물었다.  너무 귀찮아 진짜부터 시작해서 차를 끌고 오는 길이 막혀 시바견을 반복해서 목청껏 불러댔다는 도 들려왔다.


치열한 평일 끝에 오는 이틀 간의 주말을 목숨 걸고 지켜내고 싶은 건 나뿐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갈 만한 친구니까 가야 한다. 친구의 세젤예 모습을 지켜봐 주고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주러 오늘도 출동.


늦었다.


아빠 말 듣고 진작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스킬을 연마했어야 하는데, 혼자 궁시렁대며 허겁지겁 예식장을 찾아갔다. 입장 하객 50명 제한이 있는 터라 식장에 들어가는 건 고사하더라도 이만큼 늦을 계획은 없었건만. 어쨌든 마치기 전에 도착했으니 면은 섰다.


신랑 신부 측 친구들 촬영이 시작됐다. 2018년도에 에버랜드에 다녀온 후로 입장하려고 줄을 선건 오늘이 처음이다. 코로나 이후 별 게 다 새롭다. 줄줄이 사탕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쫄래쫄래 걷는 날 보고 저 멀리 신부가 환하게 웃는다.


아링..! 아링아!

꽤나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당연히 와야 할 사람이 왔다는 뉘앙스 가득 담아 간드러진 목소리로 나를 반겨주었다.



그녀가 환영해주는 순간 오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은 확고해졌고 늦어서 미안한 마음은 딱 2배로 커졌다.


단체로 정면샷을 찍고 두 번째는 부케 받는 장면 그리고 요즘 젊은이라면 필수코스인 스마트폰 플래시 샷을 찍었다. 신랑 신부를 주위로 동그랗게 모여 손 높이 카메라의 플래시로 빛을 비추는 사진. 폴 댄스 2회 차 수강생에게 손 높이 뻗는 건 일도 아니지! 세상 제일 높이 들어준다.


아프다.


이거 잠깐 위로 들었다고 팔이 고새 아픈 게 신기할 무렵 신부는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아, 다들 팔 아프겠다ㅜㅜ

카메라 향해 아름다운 미소를 연신
날려대도 모자랄 판에 오늘의 공주님은
 하객들의 수고로움에 시선을 두었다.


온 감각은 아프기만 한 내 팔에서 그녀의 따스한 배려의 말로 옮겨갔고 환상의 타이밍으로 사진 촬영은 막을 내렸다.


그동안 몇 번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궁전 같은 웨딩홀과 보석으로 장식된 웨딩드레스는 디즈니 공주가 실사화 된 듯 모든 신부를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하지만 클라이맥스와 같은 다이어 반지는 모두에게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신부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마지막 다이어는 하객을 향한 배려와 고마워하는 마음이다. 귀한 시간, 마음 그리고 물질을 내어 한달음에 달려와준 사람들의 수고를 알아주고 감사함으로 맞이해주는 일은 생각만큼 당연하지 않다.  결혼식이고 내가 주인공 되는 날인 신부에게는 하객은 또 하나의 들러리일 뿐이다. 경황없을 신부에게 뭐 그런 것 까지 기대하냐 반문할 수 있겠지. 다 챙겨야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진심 한 덩이면 된다. 진심이야말로 그냥 말 한마디로 생기는 건지를 되묻고 싶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로맨틱한 결혼식을 대략 28년을 꿈꾸며 살아왔다. 그 날만큼은 인생의 단 한번 존재하는 생일날 같으니 마음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도 될 거라고 믿어왔다.


이제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를 비추는 빛으로 어떻게 그들을 비추어야 하는지를. 그 신부는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나지막이 방안을 제시해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결혼식에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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