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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링 Dec 01. 2020

남의 행복에 눈물이 나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질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 속담.

검색해보니 다른 이의 기쁨을 축하해주지 않고 오히려 시기하고 질투한다는 뜻이란다.

나는 참 많은 사촌을 두었던 게 문제인가. 사촌이 땅을 많이 사는 게 문제인가. 사촌이 땅을 샀다는 소식에 자꾸 배가 탈이 나는 게 문제인가. 네가 그저 질투가 많은 거야, 합리화하지 마라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굳이 장황하게 이유를 대서라도 나를 변호하고 싶은 심정이랄까.   


나와 쌍둥이 자매 같이 지냈던 친구가 키도 크고 멋진 남자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그때 내 마음에서 알 수 없는 비릿한 내가 났다.하나 둘 제 짝을 만나 결혼을 하더니 어느새 피드에는 아기들 사진으로 가득하다. 꼬물이 사진을 보며 아이 귀엽다 하다가 30살을 한 달 남긴 채 여전히 나는 혼자라는 생각에 허겁지겁 닫기를 누른다.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사는 인플루언서 부부의 알콩달콩 티격대는 동영상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가 어색할 때는 이게 바로 네가 누릴 수 없는 관계의 축복이야, 씁쓸한 소리가 귓가에 나지막이 들려온다.


혼자가 둘이 되는 기적, 둘이 셋이 되는 축복.


내가 그토록 원하던 것이 남들에게는 일상의 평범한 행복일 때 나는 배탈이 난다. 나는 온몸으로 허우적 댔는데도 얻는 것 하나 없이 힘만 빠지는데, 남들은 물 흐르듯이 하나 둘 거머쥐게 되는 모습을 보면 속이 아리다.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소유한 남을 시기하고 질투한다. 이 얼마나 찌질하고 형편없는 마음인가 말이다. 가장 친한 친구를, 기꺼이 삶을 공유하는 이웃을, 심지어 아름다운 소명을 실천하며 사는 그들의 행복에 홀로 토라져 울고 있는 모습이. 비교 끝에 오는 열등감에 몸을 깊게 맡기고 반대편 우주가 시작될 때까지 굴을 파고 들어가는 지금 이 밤이.


“사촌이 (내가 원하던) 땅을 사면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없어서) 배가 아프다.”


질투에 눈이 멀어 타인의 행복에 진정으로 기뻐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그들의 기쁨에 전적인 동참을 할 수 없는 나를 견디기 어렵다.사촌이라는 관계를 끊고 살 수도, 사촌이 땅을 사는 일 또한 말릴 수 없다. 내 배가 슬슬 아파오는 것을 제발 아프지 마라, 내 손은 약손 할 수도 노릇이다. 남의 불행으로 나의 결핍의 위안을 삼는 나는, 그들의 행복으로 나의 불안을 악화시키는 나는, 인정하기 어렵지만 눈 딱 감고 인정하련다. 나는 도망갈 수 없고 도통 피할 길 없는 뼛속까지 죄가 스며든 죄인이다.


부족함을 채워야만 한다. 가질 수 없고 채워질 수 없는 그 부분이 메꾸어져야 나도 남을 위해 진정으로 환하게 웃을 수 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외우기 쉬운 아주 짧은 말씀. 그러나 나의 인생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고발하고 치유하는 말씀. 내가 한 평생 꿈꿔오던 관계의 축복을 누리지 못함에도 여호와께서 나의 목자가 되어주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단다. 언제나 언제까지나 홀로 외롭게 살아간다 해도 그분이 나의 목자 되심으로 내게 더는 부족함이 있으래야 있을 수가 없단다.


머리로 알고 가슴으로 깨달아지면 아주 쉬워진다. 하지만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지 않아 더 무겁고 힘이 든다. 그렇게 아는 것과 실제의 차이의 갭이 버거울 때면,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을 여기에다 써도 될까.


그럼에도 그 말씀을 믿고 또 묵상한다. 질투가 생겨나고 나를 남과 빗대에 절망에 빠져갈 때면, 아 맞다. 예수님이 나의 목자 되어주시지. 그러니 내게는 부족해도 부족함이 없는 거지. 나를 가르치고 다독이고 일으켜 세운다.


열 번 백 번 천 번, 그렇게 평생을 가슴에 새기고 입으로 뱉어 낼 나의 고백.


그가 나의 전부가 되는 날에는 다른 이의 인생을 보며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겠지. 오히려 내 일처럼 축하해주고 어쩌면 그것보다 더 좋고 더 귀한 기쁨이 있다며 예수를 소개해 줄 수도 있겠지.


사촌이 땅을 사도 더는 내 배가 아플 리 없는 인생.내가 살고 싶은 인생은 아프지 않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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