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그 남자가 툴툴대면 생기는 일

꽉 잡아보아요 있는 힘껏

by 아링
에이~이거 과장이 심하네! 누가 보자 그랬어? 자기가 틀었어??!! (또 시작이네..)
아니 그렇잖아! 회사에서 저렇게 할 수 있어? 탐정도 아니고 이런식으로 수사를 하냐고 자기들끼리~영화가~! 궁시렁 궁시렁
그냥봐...

영화 취향 확실히 다른 두 남녀를 완벽히 만족시키는 영화는 가뭄에 콩 같아요.


엄마는 영화가 마음에 안 들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눈을 감아요. 코를 골아서 금방 걸리긴 해요. 아빠는 툴툴대며 평론가 못지않은 비평을 시작해요.


아빠의 평가에 대게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편이지만 점점 심해지는 날은 엄마와 저는 아이컨택을 주고받아요. 그러면 엄마는 슬며시 아빠의 머리 한 움큼을 쥐고 조용히 속삭여요.


그냥 보라고.


그제야 아빠는 입을 닫고 입꼬리는 활짝 열어요. 아빠도 상황이 웃긴 걸 아는 모양이에요.


마누라 맘껏 잡으라고 마냥 웃기만 하는 모습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빠의 모습이에요. 힘과 권위가 있는 가장이라도 사랑하는 아내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져 주는 남자가 제일 멋져요.


엄마도 아빠의 머리를 잡은 손에 힘 조절을 해요.

59살 툴툴이를 귀여워하며 살짝쿵 흔들 뿐이에요.


얼른 영화 취향이 비슷해지면 좋겠어요.

가족 4명 중 누구 하나 졸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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