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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링 Feb 22. 2021

그래도 날 사랑함의 은혜

나의 작음 당신의 크심

창세기를 읽는데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의 숨겨진 등이 보였고 동생을 돌로 쳐 죽인 가인의 시기 가득한 외침이 들렸다.

하나도 낯설지 않다.

하지 말라는 짓을 골라서 하고 결국엔 선을 넘는 행동을 하고야 마는 내가 곧 아담이고 가인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들에게 벌주시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시더라. 아담과 하와는 에덴에서 쫓겨나야 했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위한 가죽옷을 지어 입혀주신다. 가인 또한 떠나야 했지만 두려움에 휩싸인 그에게 내가 널 보호하겠다 든든히 약속해주신다.

나는 자꾸 작아진다.

하나님 앞에 내가 죄인임을 부정할 수가 없어 온 몸에 힘이 빠진다.

남의 것을 빼앗는 자 야곱보다 약은 사람이 나고
끊임없이 이방인을 찾아 떠나는 고멜보다 음란한 사람이 나다.

예수님의 발에 눈물을 흘려내 머리칼로 닦고 향유를 들이붓던 그녀의 마음이 내게 불붙듯 옮겨왔다.

내가 예수님을 어찌 뵈올 수 있겠는가.
추하고 더러워 나조차 치가 떨리는 죄인이.
그저 그 앞에 엎드려 조용히 울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입맞춤을 하는 수밖에.

하나님은 계속 커져간다.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나를 내치지 않으시고,
죄가 많은 곳에 죄 사함이 많다 다정히 일러주시는.

야곱에게 일방적으로 언약을 맺으신 분도,
고멜을 데려오려 모든 것 쏟아부으신 분도
바로 하나님, 유일하신 만왕의 왕이시다.

최악의 존재 앞에 최고의 사랑을 보이시는 그는
이전의 위대함을 뛰어넘고 새로운 경이로움으로
내게 다가온다.

한계란 없는 그의 은혜.
포기를 모르는 그분의 사랑.

내게 삶이란 앎의 여정이다.

나의 작음을 알고 그분의 크심을 이해하는 인생.

죄인을 품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독생자를 내어주기까지 아낌없이 사랑한 하나님.

나는 그저 오늘도 용서받은 죄인일 뿐.

내일도 그다음도, 나는 여전히 작을 테지만
우리 하나님은 변함없이 크심을 잊지 않겠다.

내가 설령 그를 거절하고 떠난다 해도
그는 나를 버리지 않음을 기어코 믿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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