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링 Mar 31. 2021

사랑은 물들이는거야

발라드가 주는 은혜


  유튜브의 추천으로 개그맨 문세윤이 노을 멤버와 부른 물들어 커버 영상을 보게 됐다. 가수 강균성의 돌고래 고음의 화음에 입이 떡 벌어지고 뒷배경에서 터지는 화려한 영상미에 하던 일을 멈추고 집중해서 보았다. 듣다 보니 반복되는 후렴구에 마음을 사로잡혔다.


물들어
너의 사랑 안에 나는
물들어
벗어날 수 없는 너의 사랑에
나를 모두 버리고
커져만 가는 너의 사랑 안에 나는 이제
물들어


 사랑 타령의 노래에 자꾸만 떠오르는 이는 이전의 수많은 연인들이 아니더라. 사랑해, 책임질게 따위의 순간의 진심으로 내보인 말은 나를 물들게 하지 못했으니까. 사랑에 물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양에 찔끔 발만 담갔을 뿐이고, 갈등이 반복되면 서로를 벗어남으로 전쟁을 종식했으며, 함께 할수록 커지는 건 야비한 이기심이 전부였다. 사랑이 아니라 줄다리기에 가까웠다. 젖 먹던 힘으로 내가 속한 영역 안으로 상대를 잡아당기는, 물들이는 사랑이 아니라 물고 뜯고 끌어 이겨야만 속이 시원한 게임.


불같은 연애로 삶을 어지럽힌 시절은 스물몇   해에 웃으며 찍힌 사진   같은 추억으로 자리할 뿐이다.  인생에 One True Love 같은 사랑은 없었다.


 그런데도 이 가사에 온 마음을 빼앗긴 건 12시제를 통틀어 그 모든 순간에 나를 물들이는 분이 계시기에 가능했다.


내가 땅 끝에서부터 너를 붙들며 땅 모퉁이에서부터 너를 부르고 네게 이르기를 너는 나의 종이라 내가 너를 택하고 싫어버리지 아니하였다 하였노라_이사야‬ ‭41:9‬ ‭


사랑하기로 작정하시고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싫어버리지 않는 사랑을 하신단다. 부모님도, 전 남자 친구도 내 본성을 보고 혀를 내두르곤 한 숨 쉬었는데. 내 존재의 더러움을 누구보다 잘 아시면서도 절대 나를 싫어버리지 않는다는 한 마디 약속이 갑갑한 인생의 숨통을 틔어주었다.


에브라임이여 내가 어찌 너를 놓겠느냐 이스라엘이여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 내가 어찌 너를 아드마 같이 놓겠느냐 어찌 너를 스보임 같이 두겠느냐 내 마음이 내 속에서 돌아서 나의 긍휼히 온전히 불붙듯 하도다_호세아‬ ‭11:8‬ ‭KRV‬‬


이 사랑으로부터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싫어요, 헤어져요! 등 돌려 배신해도 그는 어떻게 내가 너를 보내니 애타게 외치고 기다리고 계시더라. 끊임없이 다른 사랑을 찾아 집 나가는 고멜과 탕자와 같은데도 나는 너를 못 버린다는 그의 지독한 사랑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나 여호와가 옛적에 이스라엘에게 나타나 이르기를 내가 무궁한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는 고로 인자함으로 너를 인도하였다 하였노라_예레미야‬ ‭31:3‬ ‭


 무궁하다는 말은 공간이나 시간이 끝이 없다는 뜻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커지면 커졌지, 절대로 멈추거나 작아지는 법을 모르는 사랑이다. 그 사랑의 가치와 크기를 모르는 건 무지한 나의 자아의 한계일 뿐, 그가 나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일은 사실의 차원을 뛰어넘는 진리다. 세상이 망해도 변하지 않을 불변의 진리.


오늘도 내 존재의 한계를 보았다.

말씀과 기도의 30분이 없으면 나는 절대 그를 사랑할 수 없다. 그를 대적하고 그와 같아지려는 내가 무서워 실의에 빠져있는데 귓가에 들려온 “물들어”의 가사는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가 나를 먼저 사랑하셨음을 묵상하게 해 주었다.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_요한일서‬ ‭4:19‬ ‭


Pastor Clay Baird는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했다는 사실에 “집착”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그를 사랑하지 못했음에 낙담하느라 놓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덧붙이면서.


 벗어날 수 없는 그의 사랑에 잠겨 나의 못된 자아를 버리고 그에게 물들어가는 삶이야말로 내가 이뤄야 할 오늘의 목표가 아닌가.


먼저 물들어봐야 물들이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넘치게 받아야 충분히 흘려보낼 수 있게 된다.


물고 뜯어 사단을 내는 인생은 그만.

물들고 물들이며 사랑하는 삶을 시작하자.



#사진출처_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예수님, 나도 발 닦아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