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짧은 이야기로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모든 세상의 아마추어들을 위로하다!
작가 이기호의 단편소설보다 짧은 이야기 40편을 엮은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어디서나 펼쳐 읽기에 부담 없는 호흡으로 압축적이고도 밀도 있는 글쓰기를 보여준다.
일간지에 인기리에 연재한 짧은 소설 가운데 저자가 애착을 가지고 직접 선별한 40편을 새롭게 다듬어 선보인다.]
■ 벚꽃 흩날리는 이유
가수태연을 너무도 사랑하는 검도 도장 사범은 태연을 나쁘게 말했다는 이유로 중학생을 훈계하다가 고소를 당하게 된 이야기
"아니죠 그러면 누굴 사랑하는게 아니죠. 사랑이 어디 합의할 수 있는 거던가요?"
■ 낮은곳으로 임하라
준수는 취업이 안돼 아버지에게 사업자금을 빌릴 요량으로 친구를 데리고 강원도 집으로 간다. 영문도 모르고 따라온 친구는 사연을 듣고 황당해 하지만 준수를 이해하기에 기꺼이 배추 출하를 도운다
"그래, 일당은 얼만데?"
■ 타인 바이러스
그는 메르스 전염병에 걸릴세라 지극히 조심을 하던중에 비행기 옆자리 할머니가 중동에서 30년 살았고 기침을 연달아 하면서 그는 승무원에게 할머니 얘기를 한다
할머니는 중동에서 30년 산게 맞다고 한다
"부천시 중동"
■ 비치 보이스
군 입대를 앞둔 스물두살 백수 친구 3명이 객기를 부리는 심정으로 해수욕장으로 무작정 떠난다 해수욕도 하고 여대생들한데 막 헌팅도 하고... 경비를 벌기 위해 주차장 땡볕에서 주차 알바를 하지만 더위에 쓰러질 지경이라 알바를 사흘만에 그만두고 받은 돈은 20만원 중에 숙박, 식비 빼고 고작 8만원
"지금 같은 성수기에 공짜가 어딨니?"
■ 미드나잇 하이웨이
부채투성이 주물 공장을 떠넘기다시피 물려 받은 나는 졸음쉼터에서 자동차 창문을 테잎으로 막고 번개탄을 피울려고 하는데 화물차 운전기사가 라이터를 빌려 달라고 하는 바람에 죽지도 못하고 운전기사 아저씨와 고등어 구이를 먹으면서 위로 받는 이야기
"어차피 라이터도 저 주셔서 번개탄 붙이기 어려울 텐데 뭐 그냥 허기나 채우자고요 별도 좋은데"
■ 내 남편의 이중 생활
그 망할 놈의 페이스북에 빠진 남편
남편은 SNS에서는 감상적이고 지적이며 섬세하고 따뜻한 남자
내가 알고 있는 남편은 하루종일 소파에서 뒹굴고 삼겹살을 먹지 않으면 분노 조절이 안되는 보통의 남자이디. 여전히 트위터, 밴드에 빠져 있는 SNS 중독된 남편
■ 우리에겐 일년 누군가에겐 칠년
홀로 된 어머니를 나 대신 훌륭하게 돌보아 준 강아지 봉순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봉순이를 선산에 묻으면서 봉순이는 아프면서도 어머니의 양말을 체온으로 따뜻하게 데워주었다고 어머니가 말한다
■ 침대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최교수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연구실에 침대를 들여 놓는다
아내 목소리가 들려오는것 같았다
잘했다고, 침대를 잘 샀다고, 당신 집에선 도통 잠을 못 이루지 않느냐고
■ 불 켜지는 순간들
성실하게 일했으며 아내와 두 아들에게 부끄러움 없는 남편과 아버지로 평생을 최선을 다해 살다 왔다 저승에서 배정 받은 304호에서 그냥 쉬면 된다고 끼니는 때 밎춰 챙겨드린다고 한다
그런데 불이 계속 계속 꺼져 있어 어둠속에서 감각에 의지해서 살아야 했다
"선생은 어머님께 얼마 만에 한번씩 찾아갔습니까? 딱 그 주기에 한 번씩 선생 어머님 마음에도 불이 켜졌겠지요 여기 저승도 이승과 똑같습니다"
■ 개굴개굴
그는 아내 없이 혼자 남자 아이들 세명을 태우고 양평 근교 계곡으로 휴가를 갔다
아이들은 계곡 물에 담그자마자 개구리 흉내를 내면서 점프하기 시작했다
냇가에 무덤을 만든 청개구리, 엄마 걱정 때문에 개굴개굴 우는 청개구리, 엄마 말을 듣지 않는 청개구리
"엄마도 없이 .... 아이고 아빠가 고생이 많네"
"아까 예가 우리 쪽으로 와서 그러더라고 엄마가 죽어서 이쪽에 무덤을 썼다고.. . 쯧쯧 어린것이"
■ 5월 8일생
우리형은 애꿏게도 5월 8일 태어났는데 생일에 자기 돈 내고 카네이션 사는 일을 근 삼십년 가까이 해야했다
자기 생일 케이크를 눈앞에 두고도 늘 먼저 "높고 높은 하늘이라 ~"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그래도 형 엄마 말처럼 장가라도 가면..."
"너 그거 아냐? 난 장가를 가면 어버이가 두 분 더 생긴다 생일날 챙겨야 할 어버이가 두 분 더 늘어난다고"
■ 마주 잡은 두손
오후 무렵 한 여자가 그가 쓴 책을 훑어 보기 시작했다네 그 모습만으로도 그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네
그녀는 책을 쉽게 사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책을 가방 안에 집어넣는 것을 보았다네
자신의 첫 책을 훔쳐가는것을 보았다네 그녀는 한 발 한 발 출입문 쪽으로 걸어 나갔고 그 뒤를 서점 직원이 따라가는것을 보았네 그는 서점 직원보다 더 빨리 그녀를 향해 뛰어가며 다짜고짜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 출입문을 밀치고 뛰어 나갔다네 어쩐지 자신이 원고지가 아닌 삶속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기분이었다네
단편이라기보단 더 짦은 콩트같은 느낌입니다
혼자 읽을 땐 음 ...., 그런가...., 아우~...., 하~..., 참나..., 기특하네...하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독서 동아리에서 회원들과 같이 읽으니 동감하게 되고 각자의 에피소드를 말하며 읽으니 이제야 이 책의 참 맛을 알게 된 느낌입니다 그 맛은 '같이 읽어야 재밌다' 동아리용 버전의 책인듯 합니다
이게 작가가 이 책을 쓴 의도일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