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어둠을 더듬으면
보이기 시작하는 낯설지 않은 천장
이 천장에 비하면 내 집 천장이 더 낯설다.
방안에 천천히 스며드는
할머니의 고릉고릉 코 고는 소리
이따금 들리는 기침소리나 물 마시는 소리
나의 집에서는 들을 수 없는 째깍이는 시계 소리
익숙한 소리 안에서 옛날과 달리 잠 못 드는 나만이 이질적이다.
딱딱딱딱딱딱
시계 초침이 바삐 움직인다.
그 일정한 소리에 마음에 불안이 떠오르면
내 눈이 바삐 생각할 거리를 물어다 준다.
어쩌면 내 인생의 반절을 차지했을 집.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 되려 안정감을 준다.
내 발이 닫는 위치 찢어진 벽지는
여전히 울고 있어 그 자국이 선명하다.
무서운 꿈을 꾼 뒤로는 그 오래된 눈물자국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 연신 몸을 웅크려야 했다.
호작질하지 말라고 혼나면서도 사부작사부작 뒤져댔던 서랍,
무슨 대단한 보물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뒤져댔는지.
이제는 까치발 없이도 모든 칸을 열 수 있지만
어릴 때는 맨 위칸을 뒤지려고 밑에 두 칸을 열어 계단처럼 밟고 올라가곤 했다.
할머니 앞에 서서 이제는 가슴까지, 어깨까지 온다며 재잘재잘 키를 재던 손녀는
어느새 할머니 키를 훌쩍 넘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