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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사탕 Jul 01. 2021

주간 일기 1

한 주를 기록 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손목이 아파도 클릭! 클릭!!

장바구니에 담고, 찜하기 버튼을 누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장바구니와 찜 코너에 담겨있는 수많은 물건들 중 고민하고 또 고민해 하나씩 결재하기 버튼을 누른다. 결재완료 버튼 누르는 순간 톡과 문자가 바쁘게 울린다. 쇼핑몰에선 주문 완료되었다는 문자와 받고 싶지 않은 통장 잔액 문자 텅 비어있는 계좌에서 빠져나간 금액을 보니 남아있는 잔액이 얼마 없다는 걸 아는 순간 쇼핑 금지라고 아무도 듣지 못하게 외친다.


통장에서 잔액이 빠져나간 슬픔을 잊게 만들어 주는 택배 알림 문자, 배송 출발 문자가 오면 더더욱 설렌다.

세상 고마운 택배문자


긴긴 휴직의 마침표를 찍고 복직할 때 입으려고 산 바지.

날짜를 계산해보니 한 달에 한 번 있는 그날과 날짜가 겹쳐 불편하지 않을 옷으로 생리기간 때 입을 생리용 바지를 샀다. 세탁하기 편하고 착용감 좋고 가격 저렴한 걸로 고르고 골라(가격 저렴한 건 아닌 듯) 구입한 바지. 세상 반가운 택배 배송 완료 문자 받자마자 뛰어나가 뒹굴거렸던 그대로 도착한 바지를 입었다. 어? 이렇게 뚱뚱했나? 어? 다리가 어디 간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 반품 접수를 하려 했지만 반품이 까다로웠다. 반품한다고 쇼핑몰에 글을 남기고 바로 지정 택배사로 반품 접수하고 반품 배송비를 입금하고 반품 사유를 자세히 적어야 한다는 글을 보자마자(솔직히 쇼핑몰에서 가장 안 보이게 흰색 바탕에 조금 더 찐한 흰색으로 그리고 엄청 작은 글씨로 되어 있어 불편했다.) 아 반품 귀찮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도 묻지 않은 자라의 무료반품 서비스가 왜 좋은지 경험할 수 있었던 날이었다.  바지 가격은 5만 원대, 저렴한 가격은 절대 아니다. 반품 생각을 포기하고 후다닥 흰 티로 갈아입고 바지를 입어봤다. 반품하기 귀찮아서 일까? 반품하려는 마음, 객관적으로 물건을 보려는 마음이 사라져서 일까? 나쁘지 않네 괜찮네 라는 생각으로 반품하고자 하는 마음을 숨기고 그냥 입자라는 마음이 생겼다.


몸에 붙는 옷들이 이젠 불편하다. 치마를 좋아했던 20대와는 달리 30대에 진입하는 순간 세상 바지가 편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치마 보단 긴 바지가 편한 이유는 겨드랑이만 제모해도 된다는 게 제일 기뻤다. 다리는 제모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나도 모르게 편의점이나 집 앞 마트로 달려가 대형 쓰레기봉투를 산다.

이리저리 쓰레기봉투를 끌고 다니면서 집안 곳곳에 필요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들을 고민 없이 쓸어 담으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킨다.


이번 주는 마음이 많이 혼란스러웠던 한 주였다.

대형 쓰레기봉투 4개를 꽉꽉 채워 집 밖으로 내보냈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알 수 있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공간들이 날 기다리고 있다.

베란다에는 돈 주고 버려야 하는 물건들이 쌓여있다.


마음이 아파오고 있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모르지만 마음이 이제 날 좀 봐줘하면서 신호를 보낸다.

혼란스러운 마음 대형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릴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내 마음속에 들어온 수많은 감정들은 날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래, 우리 헤어질 수 없다면 같이 손 잡고 여행이라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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