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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사탕 Jul 12. 2020

결재완료와 결재할 수 없습니다.

매월 고정적으로 나의 통장엔 월급이 들어왔다.

'월급'이라는 단어가 통장에 적혀있는 달엔 다이어리에도 하트를 그렸다.

그 달은 그동안 사고 싶었지만 살 수 없었던 장바구니에만 있던 물건들을 살 수 있는 날이기도 하면서 한 달 동안 고생한 나에게 내가 선물을 주는 날이었다.


지금은 나에겐 그런 날이 없어졌다.

물론 

통장에 '월급'이라는 단어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상태이기도 하다.

그렇게 그때엔 결재완료라는 문구가 나에게 0.1초 설렘을 안겨주고 물건이 택배로 내 품에 안겼을 때 주는 설렘이 0.1초 그렇게 잠시나마 스쳐 지나가듯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면 지금은 설렘 없는 삶이 되어 버렸다.


살 수 있을 때와 살 수 없을 때

무엇이 더 좋을까요?라는 물음에 모든 사람들이 살 수 있을 때가 좋아요 라고 말할 것이다.

난 휴직을 하고 1년 동안은 고정수입이 없다 보니 정말 사고 싶은데 살 수 없음이 견디기 힘들었다.

궁핍해지는 나의 모습이 싫었고 

불쌍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휴직을 하고, 퇴사를 마음먹으면서 내가 살 수는 없지만 마음은 편안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살 수 있을 때엔 물건을 산다는 행동을 하면서 위안을 받고 싶었다. 괜찮아. 버티자, 할 수 있어 라며 그렇게 나의 마음을 숨길 수 있는 포장할 수 있는 포장지를 열심히 사고 포장지를 샀지만 나의 마음이 가려지지 않아 포장지를 꾸밀 수 있는 리본을 사고 그렇게 계속 사기만 했지 마음은 전혀 채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고 싶은 물건이 없어졌다. 나를 꾸미지 않아도 포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조금씩 빛나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 나의 마음을 포장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살 수 있음과 살 수 없음은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난 삶 수 없음에도 

결재할 수 없습니다.

통장에 잔액이 부족합니다.

라는 문구가 지금 내 옆에 있어도 마음만큼은 편하다.


이게 바로 내가 퇴사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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