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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사탕 Aug 14. 2020

회사 2. 첫 출근은 했지만 추웠다.

출근하면 따뜻할 줄 알았다. 난방은 돌아가고 있었지만 추운 근무시간

10개월의 인턴생활

출근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리고 10개월 동안은 월급이 꼬박 들어올 거라는 생각에 기뻤다. 그래! 이 곳이 나를 버리지 않는다면 난 이곳에서 평생 보조업무라도 좋으니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첫 출근을 하면 난 모든 직원들에게 환영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첫 출근한 날은 감사 전이라 모든 직원들이 정신없어 보였다.

직원들은 일하면서 밀린 서류 정리를 하느라 정신없었고, 내가 첫 출근인지 내가 누구인지 관심 없었다.


내가 생각한 첫 출근은 아니었지만 괜찮았다. 출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같이 들어온 인턴보다 어렸고, 나에겐 단순 보조업무는 아니라는 사실에 신이 났다.


내가 오기 전 누군가가 나와 똑같은 신분으로 나와 똑같은 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전임자라는 말이 조금은 웃길 수 있지만 전임자는 꼼꼼한 사람이었다는 걸 서랍 속 전임자의 흔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나의 옆자리는 곧 출산휴가를 들어갈 분이었고 그분의 일을 보조역할을 해 주는 게 나의 주 업무였다.

처음으로 업무분장이라는 걸 보았고, 내선번호, 그리고 사내 메신저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거 투성이었다.

재미는 딱 거기 까지였다.

나는 첫 출근은 했고 학교가 아닌 곳에 나의 이름이 적혀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게 마냥 좋았다. 딱 거기까지였고, 나만 좋은 거였다. 다른 사람들에겐 난 그냥 10개월 있다 가는 사람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일이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눈치로 알아서 해야 하는 모든 일은 나의 일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보조업무를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나에게 차근 알려줄 거라는 기대 가득이었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직원분은 호칭 정리부터 해 주었고 그다음 업무 책을 주면서 읽으라고 했다.

그렇게 난 그 책만 열심히 읽었다.

매일 독서실로 출근하는 건지 회사로 출근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난 그 책만 죽어라 읽는데 정말 답답했다 아니 일을 하라고 불렀으면 일을 시켜야지 왜 책만 보라는 거야 이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난 일을 배웠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렇게 천천히 나의 모니터엔 공부방법을 모르는 나에게 가장 큰 무기 암기! 포스트잇에 하나하나 부쳐나가다 보니 포스트잇이 모니터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고 나는 나름 열심히 했지만 나에겐 아무도 일을 알려주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 하는 말이지만 그들은 몇십 년 동안 일을 했던 사람이고, 다양한 업무를 해본 사람들이다. 그런데 난 졸업하고 첫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지 않고 책 한 권주며 공부해야 한다는 말만 하는데 솔직히 답답했다.


집에 돌아와 그때 당시 남자 친구가 있어서 그에게 전화해 투정을 부렸다.

알려주지도 않고 다른 설명 없이 책 만주고 나한테 공부하라고만 한다고 지금 며칠 째 난 그들은 일하는데 책을 보고 또 보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며 투정 부렸다.


첫 출근이 달콤한 줄 알았던 나의 마음은 산산조각이 나 추웠다.

난방기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지만 난 추웠다. 그 어느 때 보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난 출근만 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출근해보니 다 해결되는 게 아니라 던져졌다.

그곳에서 내가 살아남느냐 아니냐는 나에게 달려져 있었다.


테스트를 하는 기분이 들었고 어차피 넌 10개월이면 갈 사람이고 또 다른 사람이 올 거라는 사람들의 행동

외로웠고, 추웠지만 버텨내고 싶었다.

더 이상 난 갈 곳이 없었다.



외로운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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