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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사탕 Aug 20. 2020

돈은 못 벌어도 퇴사는 하고 싶다.

'퇴사'를 생각할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돈을 벌고 싶어 했고,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월급'을 주는 곳에서 평생 일할 거라고 보조업무라고 좋으니  내 통장에 '급여'라는 글자를 찍어준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괜찮지 않았다.

나의 존재를 잃어가는 게 두려웠다.

나를 무시하고 인정해주지 않은 곳에서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숨이 턱턱 막혀 숨 쉴 수 없는 8시간 

내가 무언가를 해도 나에게 돌아오는 건 없었다.

나에게 돌아오는 말은 어쩔 수 없었어라는 말뿐이었다.

나에겐 승진도 없었고 그 무엇도 없었다. 


'퇴사'를 처음 마음먹은 건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나서다.

입덧에 힘들어하는 날 보며 하루 8시간 나의 몸이 아픈지 밥은 먹었는지 며칠째 음식을 못 먹고 병원에서 맞은 링거로 버티고 또 버티고 있는지 그들은 알지 못하고 나에게 손가락직을 하며 나에게 아무 말이나 하는 그 모습 정 떨어졌다. 


'퇴사' 쉽지 않다.

아무것도 없고 현재 퇴사를 한다고 해도 수입이 들어올 것이 없다는 걸 알기에 더더욱 쉽지 않다는 거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외벌이로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어 8년이란 시간이 흘러 아직도 고민 중이다.

과연 내가 퇴사를 하고 고정급여 없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나의 숨겨진 능력은 무엇이고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말고 과연 돈을 벌 수 있는 게 나에게 남아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정답을 찾지 못했다.

보물 찾기도 보물이 어디 있는지 힌트를 주고 보물이 숨겨진 범위를 설정해주는데 

내가 나의 능력을 찾아보려고 하니 그게 어디에 있는지 그곳이 어디인지 조차 알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무급 생활 2년 차

소속은 있지만 출근은 하지 않은 2년 

무급이 되면 난 두려울 줄 알았다. 

홀가분한 기분이 드는 건 머지?

알 수 없는 감정이었지만 시원했다. 


내가 고민했던 부분이 해결된 부분이었다. 


고정급여가 없으면 불안하고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불안은 사라지고

더욱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맘껏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울질하지 않아 좋았다.


돈은 벌지 못하고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난 괜찮았다.

돈이 전부는 아니구나.

돈은 벌지 못해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게 이런 기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늘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

하늘은 더욱 화창했고

하늘은 너무 예뻤다.

구름도 예쁘고 나무도 예쁘고 지나가는 새도 볼 수 있었고 추우면 추운 공기를 더우면 더운 공기를 비가 오면 우산을 눈이 오면 눈사람과 눈썰매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난 오늘도 마음속으로 외친다.

돈은 못 벌어도 퇴사는 하고 싶다고

퇴사, 사직서 이 단어가 이렇게 날 가슴 떨리게 하는지, 두근거리게 만드는 건지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난 돈은 못 벌어도 퇴사는 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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