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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사탕 Nov 25. 2020

독박 육아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미칠 것 같은 하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50일 된 아이와 7살 아이를 나 혼자 본다는 건 


나를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도 힘들고 나도 힘든 하루가 점점 많아졌고, 나 혼자 아이 낳은 거 아닌데 왜 나만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지 남편이 미운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혼자 해내고 싶었다. 다들 그렇게 사는데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해 악으로 깡으로 버티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 이후로 운동은 걷기 뿐인 난, 둘째 출산하고 바닥난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20대 중반에 출산해서 회복도 정말 빨랐고 몸 아픈 거? 몰랐다. 


둘째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발바닥이 아프고 발등이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어깨는 돌릴 때마다 소리 나고 큰딸 긴 머리 헤어드라이기로 말리다가 어깨 잘 못 들면 어긋나 어깨 아파 "네가 해 언제까지 엄마가 해줘야 해!" 라며 화내는 나


밤에 깨서 우는 둘째 때문에 잠을 못 잔 난 첫째 딸 등원 시간 넘겨 10시 일어나 등원 못 시킨 날이 많았고, 어떤 날은 씻지도 않고 큰딸 아침도 먹이지 않고 옷 입혀 차로 어깨에 둘째 안고 카시트 태우고 큰딸 태워 유치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학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정말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많았지만 내가 멈춰 버리면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기에 멈출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기저귀만 입고 있는 둘째, 언니라고 동생 기저귀 갈아줬지만 바지는 입히지 못했다면서 나를 보고 웃는 첫째를 보니, 난 혼자가 아니였구나 라는 생각에 다시 움직였다.


조금 편하게 살아도 괜찮을 텐데 욕심을 너무 부렸던 걸까?


정말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100일도 안 된 아이 데리고 놀이터 가고, 어깨엔 둘째, 한 손엔 첫째, 한 손엔 짐 들며 다들 이렇게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사는 건가?


첫째 아이에게 둘째 때문에 라는 말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더니 내 몸이 남아나지 않았다.


첫째 아이가 둘째 임신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를 옆에서 간호하며 기다려줬고 엄마 없이 외할머니랑 병원에서 퇴원하길 기다린 마음이 고마워 아이가 하고 싶은 거, 그동안 하지 못했던 거  "그래 하자"라는 말과 함께 50일 지난 아이와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이러다 내가 죽겠다 싶었다.


밥은 사치요.


 커피음료 3개 빨대로 쪽쪽 팔며 하루하루 버텼던 나.


밤에 잠은 오지 않고 무릎과 종아리, 팔다리, 저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몸이 땡땡 부어 더 이상 잘 수 없어 한 밤중 홀로 나와 인터넷으로 공기압 마사지 풀세트로 주문했다. 이렇게라고 내가 날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저울질하지 않고 구입한 공기압 마사지 지금은 언니 집에 가 있다. 안 쓴다. 아이가 있는 집에 공기 앞 호스가 제대로 꼽혀 있을 집이 있을까? 아이가 만지고, 누워 마사지하고 있으면 올라탄다. 그냥 안 하는 게 좋겠다 싶어 중고로 팔까 했지만 중고로 팔기 위해선 사진도 찍고 얼마에, 언제 샀고, 상품 하자가 있는지 없는지, 구성품은 무엇인지 자세하게 적어야 했다.  귀찮고, 솔직히 그럴 시간 없다. 그럴 시간 있으면 내가 쉬겠다는 생각으로 방치한 물건 중 하나 소비한 물건 중 후회 2호, 후회 1호는 앰플 두 박스다. 지금은 피지오겔 로션과 크림만 바르는데 그때 앰플 사고 피부에 좋다는 거 혹해 사서 브이아이피 돼서 연말 선물 받고 우와 했던 나.  


살려고 악으로 깡으로 버텼던 지난날 

힘들었지만 힘들다고 말하면 울까 봐 무너질까 봐 힘들다고 말하지 못했던 지난날 

괜찮아, 버틸 수 있어 라며 나를 다독이며 버텨왔던 시간들 


몇 번이고 넘어졌지만 그 때마다 난 툴툴 털며 괜찮아 이겨낼 수 있어 라기보다는 무의식 중에 모든 걸 질질 끌고 다녔던 것 같다. 


많이 힘들었고, 속상했고, 그만하고 싶었고, 하지만 아이들이 자는 모습은 너무 예뻐 행복했다. 내 옆에 엄마 어디 갈까 옷자락 잡고 자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기 전엔 "그만 해!" 라며 소리쳤지만 내 옆에서 코 골며 자는 모습을 보니 세상 가장 사랑스럽고 내 편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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