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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새 Feb 04. 2024

7. 일상에서 창작하기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그림을 그리기 전까지는 창작과는 거리가 먼 인생이었어요.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죠. 그때의 나에게 창작이란 예술가들이나 하는 일이었죠.


원하는 물건은 다 구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이 비효율적, 비생산적인 일처럼 여겨졌어요.  가끔씩 음식을 만들고 바느질을 하고 화초를 키우는 일상이란 창조적인 생활과는 무관하다고 보았던 거예요.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서 좀 달라졌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먼저 잘 봐야 하잖아요. 가만히 바라봐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 찬찬히 살펴보면 같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모양도 색도 질감도. 가끔씩 문득 평소 기억하고 있던 사물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이게 바로 창조의 시작이 아닐까요.


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돌아보면 주변의 모든 일들이 창조적일 수 있는 거겠죠. 매뉴얼이 있는 업무도 사람마다 각자의 방식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하는 게 편하다 하고, 저 사람은 저렇게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일할 때가 가장 좋은 거죠. 매번 같은 빵을 굽는다 해도 그날의 온습도에 따라 빵의 모양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날씨나 작업환경에 따라 발효시간이나 반죽시간을 달리 적용해야 해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란 없습니다. 기계가 아닌 이상 우리는 항상 다르게 살고 있어요. 이것을 깨닫는다면 평범했던 일상이 조금은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으로 평소 나를 보는 시각도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그저 소비만 했던 평범한 개인에서 창작의 기쁨을 누리는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요. 축하 카드를 직접 만들어보고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 보는 평범한 일들이 참 즐겁습니다. 이런 만족감은 누구와 비교해서는 나올 수 없는 것 같아요. 오랜 기간 다른 사람들의 과정이나 노력은 보지 못하고 오직 결과물에만 감탄하고 부러워했어요. 무조건적인 비교로 나 자신을 힘들게 했던 일들은 참 어리석은 짓이었습니다.  물론 실력을 쌓으려면 다른 사람들의 경험 노하우와 성과를 참고하며 적용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부러워하며 자책할 시간에 나를 위한 작은 행동이라도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아요.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배우는 게 있을 테니까요.


일상에서 창작하기의 시작

내 앞에 놓인 물건 하나를 잘 살펴보려고 애쓰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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