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온통 그것만 보였던 적이 있을까요? 전에는 눈에 띄지도 않던 그 물건을 구매하기로 한 순간부터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하잖아요. 모양이며 색깔 등 취향에도 맞고 어울리는 것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켭니다. 다른 사람이 들고 다니는 것에서부터 상점, 인터넷 구매 후기, 블로그까지 꼼꼼히 살핀 후 가격 비교 검색에도 돌입하지요. 이정도면 마음에 드는 좋은 물건을 살 수 있겠지요.
그림 그리기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잘 그리고 싶다면 품이 필요해요. 대상을 제대로 보려는 노오력!
제대로 본다는 것은 대상을 관찰해서 외형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며 그 내면까지도 이해해 보려는 마음의 눈도 필요한 것 같아요.뚱딴지같은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 가지에 몰입해서 그리다 보면그것(사람도 포함)을 내 방식대로 표현하면서 새롭게 이해하는 순간이 종종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나무 한 그루를 그려본다면 어떨까요. 둥근 형태의 나뭇잎 덩어리에 네모난 밑동을 대충 그려도 나무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사물을 볼 때 일반화된 개념으로 이해해요. 나무는 초록색 동그라미와 갈색 직사각형이라고 이해해야 우리의 뇌가 덜 피곤해한다고 해요. 자세히 관찰하는 건에너지가 필요한 가성비 떨어지는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잘 그리고 싶다면먼저 잘 보아야 합니다.
귀차니즘으로 포기하지 말고 일단 눈앞의 나무 한그루를 살펴봅시다.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나무가 눈에 익숙해지고 다른 것들과 구분된다면 자신의 새로운 면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이젠 더 이상 익히 알고 있었던 동그라미-네모 조합의 나무처럼그리고 싶어도 그릴 수가 없어요. 눈에 보이는 대로 차근차근 그린 것뿐인데 말이지요. 나뭇잎의 모양과 수형을 보니 이 나무가 좋아하는 기후를 짐작할 수도 있겠네요. 이렇게까지 마음을 주었던 나무가 있었던가요.
바라보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는 미술 선생님의 글이 마음에 콕 박혀 있습니다. 이제부터 사랑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바로 보일때까지 찬찬히 관찰해 보면 어떨까요. 선을 긋는 것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