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달마고도 길도 완주했다.

by 블리

벌써 2년이 넘게 흘렀다는 사실이 야속하다.
시간은 앞만 보고 가는데, 어떤 기억들은 오히려 뒤늦게 더 또렷해진다.


2023년 11월 25일, 코리아둘레길 원정대원으로 함께했던 언니, 오빠들과 1박 2일 여행으로 달마고도 길을 걸었다.


해남은 내 생애 처음이었다.
광주도 처음이었고, 해남도 처음이라 출발 전부터 괜히 설렜다.


달마고도는 총 17.74km
당일치기로 걷기에 충분한 거리다. 다만 아침 일찍 부지런히 걷거나, 아니면 아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걷는 편을 권하고 싶다.
우리는 부산에서 새벽 첫 차를 타고 출발해, 오전 11시쯤 달마고도에 도착했다. 해 지기 전까지 돌아와야 해서 조금은 아슬아슬하다고 느꼈지만, 결과적으로는 충분히 여유로웠다. 이미 ‘원데이 투데이’로 걷는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우리의 속도는 적당했다.


달마고도 입구에서 모바일 스탬프 투어로 걷기를 시작했다.
마침 단풍이 한창이라, 빨간 바람막이를 입고 간 선택이 괜히 뿌듯했다. 단풍놀이 겸 걷는 여행이라,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날씨도 좋았고, 흙길을 밟다가 산을 오르고, 다시 둘레길 형태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부산에도 단풍이 물든 산들은 많지만, 그해 가을은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해남에서 대신 채운 기분이었다.


달마고도를 걷는 김에, 100대 명산 중 하나인 달마산에도 올랐다.
언니 두 명은 산을 오르지 않겠다고 해서, 오빠와 둘이서 길을 헤매며 올라갔지만, 결국 무사히 정상도 찍고 다시 합류했다. 달마고도는 흙길만 있는 길이 아니었다. 암벽처럼 돌멩이가 가득한 구간도 있어, 걷는다기보다 모험에 가까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마침 남파랑길의 일부이기도 해서, 괜히 더 반가웠다.


우리나라의 길들은 이렇게 여러 갈래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걷는 여행에는 늘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따라온다.


해가 저물어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사진으로 담기도 하고 눈으로만 담기도 하며 잠시 멈췄다.
달마고도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어느새 오후 5시.
모든 스탬프를 찍고 나면, 완주 인증서와 메달은 우편으로 온다고 했다. 약 2주쯤 뒤에 도착했다.

수많은 길을 걸어왔지만, 달마고도는 오래전부터 마음속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의 가장 끝, 땅끝마을의 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언젠가는’ 하고 미뤄두었던 길.
그 길을 좋은 사람들과, 좋은 타이밍에 걸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남는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길은,
아마 이렇게 사람과 함께 걸은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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