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맞아 무더위 속 올레길 걷기를 강행했다. 하필이면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시기였다. 미뤄두었던 동쪽 코스를 여행 삼아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길에 나섰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열사병으로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거리만 놓고 보면 짧았다. ‘세 시간 안쪽이면 끝나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정자가 보이면 몸을 눕히고, 편의점이 보이면 물과 음료를 사서 수분을 채웠다. 조금 걷고, 쉬고, 다시 걷고를 반복하다 보니 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결국 온몸의 체력을 다 쏟아부은 3시간 30분의 여정. 해내긴 했지만, 이 더위를 만만하게 본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폭염주의보 속 걷기는 웬만하면 피하길 권하고 싶다.
그럼에도 꼭 걸어야 한다면, 얼음물과 생수, 음료를 충분히 아니 정말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이 구간은 편의점이나 슈퍼가 쉽게 보이지 않아 체감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코스가 짧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더위는 사람의 체력을 순식간에 빼앗아 간다.
그 사실을 이 날, 몸으로 배웠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더 천천히, 쉬어가며 걷기를 권하고 싶다.
그럼에도 여름의 올레길 풍경은 정말 최고였다.
짙어진 바다의 색, 강해진 햇빛 아래 더 선명해진 자연. 힘들어서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었다.
절대 무리하지 말자.
그 교훈을 마음에 새기며 21코스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 전날 오후에 걸은 것을 후회할 만큼 온몸이 타들어 가듯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아침 7시, 다시 길 위에 올랐다. 길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폭염 속 걷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이른 시간의 선선한 바람이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덥지만, 그래도 해냈다.
클린올레를 하며 1코스의 자연경관을 이전보다 훨씬 천천히, 깊게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완주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9월이나 10월쯤이면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4년 2월 완주 이후, 재작년 11월 말에 다시 걷기 시작했으니 꼬박 1년을 길 위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제주에 살고 있어도 매주 걷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휴가가 있을 때, 함께 걷는 사람이 있을 때 길을 나설 수 있음이 더 고맙게 느껴진다.
마무리하는 그날까지, 조금만 더 힘을 내보려 한다.
이번에는, 다치지 않게. 내 몸과 마음의 속도를 지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