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링고주스 Jan 06. 2023

안개, 비, 맑음

사과 이야기

그녀의 방 한가득 채워진 것은 그리움이었다. 나는 그녀의 미련이 좋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야 말로 진부하고 세련되지 못하다고 하지만

미련함이야 말로 진심이 남긴 자국으로 그것을 어떻게 지워 내는지 또한 그 사람을 나타낸다.



방 문에서 새어 나오는 묵직한 공기로 들어서면 곳곳에 묻은 추억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그녀는 이리저리 피하지 않은 채 묵묵히 샤워를 한다. 몸이 채 마르지도 않은 그 상태 그대로

가만히 햇빛 아래 자리를 잡고서 기분 좋게 잠든다. 찬란하게 반짝이던 추억들에 눈멀지 않도록

조심히 눈을 감고서 애써 숨기고 감추려 하지 않고 일부처럼 스며들어 희미하게 사라져

너울지는 것들을 향기와 여운으로 기억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멜로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