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핸드폰에 문자가오면 자동으로 응답할 말들이 나타난다.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수고하셨습니다.”
다정한 인사.
마음을 건네는 말이었는데, 이젠 버튼 하나로 처리되는 일이 되었다.
“잘 지냈어?”라는 안부는 이젠 더 이상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익숙한 안부로 대화의 잠금은 풀리지만,
그 말은 잠금 해제 알림음처럼 짧게 울리고 사라진다.
화면은 켜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절전 모드다.
정말 궁금한 건지, 그저 형식인지,
질문은 있지만, 듣고자 하는 마음이 비어 있고
대답은 있지만, 솔직하지 않다.
안부는 따뜻해야 하는 말인데,
누군가의 안부는 ‘읽음’으로 멈추고,
대화는 “그 일은 어떻게 됐어?”로 끝난다.
감정이 지나가야 할 자리에는, 할 일만 가득 쌓여 있다.
우리는 다정함을 잃은 걸까?
어쩌면 사람들은 다정함을 잃은 게 아니라, 다정해질 여백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괜히 정 주면 손해야.” 그 말엔 진심보다 계산이 먼저 들어 있다.
얼마나 주면, 얼마나 상처받을까.
마음을 주기 전에 이미 회수할 방법을 고민한다.
기계는 망설이지 않고 다정하지만,
우리는 다정하려다 망설인다.
그렇게 다정함은 표현이 아니라 전략이 된다.
진심을 꺼내기보단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을 만큼만, 오해받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말을 고른다.
조금은 따뜻해 보이되, 하지만 절대 다가온 것처럼 보이지 않게.
마음이 있다는 건 전하고 싶지만, 그 마음의 무게까지는 넘기고 싶지 않다.
그렇게 다정한 말은 점점 정돈되고,
정돈된 말은 점점 안전해진다.
그 말들은 부드럽지만, 이상하리만큼 흔들림이 없다.
서툴고 머뭇거리던 다정함은 사라지고,
잘 쓰여진 인사말만 남는다.
그러다 다정함은 점점 의례가 되고,
반응이 되고,
기능이 되어간다.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수고하셨습니다.”
다정한 인사.
마음을 건네는 말이었는데, 이젠 버튼 하나로 처리되는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