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해야 알지

by 동쟌

“말을 해야 알지.”

아무도 타인의 마음을 완전히 짐작할 수는 없다.


같은 말을 들어도 아픈 지점은 다르고,

같은 하루를 살아도 무너지는 순간은 제각각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진심의 결을 읽어내기 어렵다.


“무슨 일 있었어?”, “왜 그래?”, “정확히 뭐가 안 좋은 거야?”

묻는다는 건 다가가려는 시도이고, 어쩌면 공감의 시작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은 때때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더 외롭게 만든다. 감정은 언제나 말처럼 선명하지 않다. 슬픔이 먼저였는지, 피로였는지, 상처였는지조차 스스로 구분하지 못하는 날이 있다. 입을 열기엔 마음이 너무 흐릿하거나, 입을 닫기엔 이미 너무 깊이 무너진 날들. 감정을 말로 옮기려는 순간, 오히려 감정이 멀어지는 기분을 자주 느낄 수 있다.



말이라는 건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여유의 문제일 때가 많다. 누군가는 말할 준비가 안 되었고, 누군가는 말할 말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어떤 감정은 너무 무거워서 말로 옮겨지지 않고, 어떤 감정은 너무 가벼워서 말로 만들기엔 부끄럽다. 우리는 그 여백을 기다리는 대신, 말로 확인하고, 말로 납득하려 한다. 공감은 이해로부터 시작된다고 믿지만, 어쩌면 이해하지 못한 채로 조용히 곁에 머무는 일에서 더 깊이 시작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말을 해야 안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 말을 너무 빨리 꺼내는 것이 때론 누군가의 마음 문을 더 조용히 닫게 만드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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