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by 동쟌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밝은 사진을 올린다.

햇살 좋은 날의 풍경, 예쁘게 차려입은 옷, 맛있는 음식, 누군가와 함께 있는 모습.

화면은 따뜻한 색감으로 가득하고, 구도는 정성스럽다.


그런데 그 아래 적힌 문장은 유난히 짧다.

“좋은 하루.”, “행복한 시간 :)” 혹은 아무 말 없이 해시태그만 남긴다.

#감성 #행복 #일상기록


하트는 빠르게 붙고, 댓글은 익숙하다.

“행복해 보인다.”, “좋은 시간 보내고 있네.”

그 말들은 사실, 하나의 패턴처럼 흘러간다. 진심이 없진 않다.

다만, 너무 익숙한 방식으로 반복된 감정은 때로 감정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는 어딘가로 떠났고, 누군가는 무언가를 이뤘다.

누군가는 웃고 있었고, 누군가는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다.

모두가 잘 지내는 듯 보였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이유로, 조용히 무너졌다.


그날,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웠고,

누군가가 나를 부숴놓고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짧은 문장을 남긴다. "요즘 조금 힘들다."


그의 슬픔에 잠시 멈칫했지만, 굳이 더 들여다보진 않았다.

나는 마음을 건넬 수 있었지만, 굳이 건네지 않았다.

대신, 편한 손끝으로 ‘하트’를 건넸다.

가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나는 그렇게 이해한 척하고 지나간다.


‘좋아요’를 눌렀지만, 좋아한 건 없었다.

뭔가는 해야 할 것 같아서. 그저 무심한 ‘좋아요’를 건넨다.


어쩌면 '좋아요'는 관심의 표현이 아니라, 무심의 표현의 표현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그날, 나의 '좋아요'는 가장 무심했고,

누군가는 조용히 무너졌다.


나는 그날,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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