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NG Sep 26. 2015

한적한 타이베이를 여행하고 싶다면

임가화원과 VVG Something

이야기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아홉 번째

_출사 가기 딱 좋은 타이베이의 숨은 명소 


대만 여행을 다녀온 분이 혹시 이 포스팅을 읽고 있다면 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프가 되었다던 지우펀이나 일본 못지않게 가까운 여행지의 붐을 일으켰던 <꽃보다 할배-대만편>이 없을까 싶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그 곳을 안간 것 아니다. 아니  <꽃보다 할배>의 할배들이 갔던 코스 대부분을 따라 갔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프라는 지우펀을 찾아갔었다. 물론 망고빙수와 쩐주나이차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두 곳 다 포스팅을 한다 했을 때, 그렇다할 감상을 남길만한 목적지로 기억되지 못했다. 

그 이후로도 막상 여행을 다녀온 뒤로 가이드북에서 꼭 가보고, 해보라는 것은 단편적인 감상으로만 남았고, 오히려 힘들게 찾아간 곳이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삽질했던 순간만 더 기억에 남고는 했다.


임가화원과 VVG Something은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각각 가이드북 외에서 찾아왔던 유일한 목적지 중 하나였다. 타이베이만의 특색이 드러나는 랜드마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잠깐 한적한 산책길을 걷고 싶을 때에 추천하고 싶은 곳들이다.


한 폭의 풍경화, 임가화원

임가화원은 친구와 내가 대만 여행 중 가장 좋아했던 BEST 여행지였다. 친구가 알아 온 여행지였는데, 타이완에서 보존이 가장 잘 되어 있고, 조경예술의 가치도 뛰어난 개인 정원이라고 한다. 이곳을 가기 전까지 내가 특별히 공원이나 정원을 좋아하는 지 잘 몰랐었는데 또 하나의 여행 취향을 발견한 셈이다. 다리 아플 정도로 넓지도 않고, 사람에 치일 정도로 좁지도 않다. 친구와 내 카메라 안에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곳이기도 하다. 

카메라의 렌즈가 닿을 만큼 예쁜 곳을 담다 보면, 이를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들을 볼 수 있다. 무언가를 오래 바라보고 담아내는 것에 로망이 있지만, 이내 심심함과 지루함을 느끼고 지나가버리곤 했다. 그런 점에서 지루하지 않게 오래 바라보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담아낼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브런치에 여행지를 그림으로 담아내는 작가님들을 볼 때도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임가화원의 길목

식물과 어우러진 구불구불한 바깥의 길목들 못지 않게, 햇빛이 새어 들어오는 테라스의 길목도 예쁘다. 벽을 감싸 안은 나무들이나, 예스러운 문양들이 마치 사극 드라마의 배경이 되어도 손색이 없을듯한 분위기를 준다. 그러나 곳곳을 걸어 다니다 보면 현대적이고 아기자기한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임가화원의 아기자기함


책의 온기가 느껴지는 서점, VVG Something

대만 여행을 오기 전, 한 권의 책을 읽었었다. 시미즈 레이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책이었다.  세계 각지의 아름다운 서점을 찾아 떠난 여행기인데, 서점을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왜 유럽여행을 계획할 때는 이 책을 까먹었었는지 천추의 한이다. 

어쨌든 책은 이곳을 '책의 온기가 느껴지는 서점'이라고 소개했다. 오랜만에 검색해보니까 이곳에  다녀온 사람들의 포스팅이 있지만, 당시에는 포스팅이 별로 없었을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았다. 서점은 사진 속처럼 아주 작았다. 안에는 아기자기한 빈티지 소품들과 디자인 계통의 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안에는 카메라만 갖다 대도 그림이 될 것 같은 소품들이 많지만, 디자인 제품들을 사진으로 찍기가 조심스러워 사진을  많이 담아오진 못했다. 손님은 우리뿐이었고, 주인은 한가롭게 앉아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책을 파는 곳이라기 보다는 마치 그 자리가 제자리인 듯 놓여 있었다.  

사진을 보면 왠지모를 '익숙함'이 느껴진다. 이 곳까지 가는 길목은 서울의 가로수길이나 홍대 등 소품샵이 늘어서 있는 골목과 닮았다. 예쁜 카페, 옷 가게, 레스토랑이 있는데, 관광객은 물론 없고, 서울만큼 현지인들도 북적이지 않는 곳이었다.

VVG는 소품샵과 레스토랑까지 함께 운영하는데, 서점만 구경했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VVG Something 서점을 목적지로 두고 걸어온 우리에게 사실 이곳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디자인 책을 구경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고, 다리가 아파서 다른 곳을 구경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두고 지나친 가게들을 구경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잠시 관광지를 벗어나 한적함을 느끼고 싶다면, 오전에는 임가화원을 오후에는 VVG Something을 비롯한 주변의 상점을 목적 없이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글. Storytraveller

사진. Storytraveller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대만스러웠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