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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Oct 18. 2015

지상 낙원, 두브로브니크(1)

두브로브니크의 플레이리스트

이야기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스물세 번째

_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오는 일은 영화속 일만이 아니다. (1)


만약에 지상의 낙원을 보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로 오라 
-버나드 쇼
2014. 10. 07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는 일은 영화에서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통해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에게 들키긴 민망하지만, 35일의 여행 중 내겐 딱 세 번 그런 순간이 있었다.


런던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해리포터'의 영상을 감상할 때,

파리에 도착한  첫날 본 에펠탑의 야경,

마지막으로 두브로브니크에서의 3일.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두브로브니크

자그레브에서 출발한 비행기에서 우리는 따로 앉아서 갔는데 동생은 운이 좋게 황금 자리를 잡았다. 두브로브니크의 성벽이 비행기 창 밖으로 그대로 보이는 것이다. 버나드 쇼의 말처럼 천상에서 내려다 본 두브로브니크의 모습은 '지상의 낙원' 그 자체였다.

버스 창문 밖으로 펼쳐진 두브로브니크

나는 버스를 타고나서야 '지상의 낙원'이라는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10월의 날씨라 믿기지 않을 만큼 강렬한 햇빛이 버스 창가로 들어왔다. 깎아내린듯한 돌 암벽을 낀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는 트로트와 민요의 중간 같은 흥겨운 크로아티아 음악이 흘러나왔다. 유럽여행 중 처음 만나는 바다를 끼고 달리자 드는 생각.


'정말 놀러 왔구나!'

두브로브니크의 특별한 숙소 구하기

크로아티아는 가정집 대부분이 민박집을 겸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숙박을 예약하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가이드북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벌떼처럼 달려드는 호객행위를 하는 숙소의 주인에게 흥정을 잘 하면 된다는 말만 믿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버스 안에 있던 다른 관광객들은 다 숙소를 예약해 놨는지 자기 갈길을 가고 있고, 호객행위를 한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당황했다.  그때,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한 분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거셨다. 자기네 민박집으로 오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할머니라도 붙잡고 따라가야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 사실이 티가 나면 바가지를 씌울까 봐 아닌 척 흥정을 했다. 1박에 우리 돈 5만 원으로 협상 끝에 우리는 캐리어를 끌고, 할머니를 따라갔다. 


해안가를 가까이 둔 두브로브니크의 올드타운 골목길 풍경은 여태까지 유럽에서 봤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할머니를 따라간 끝에 당도한 우리의 숙소는 구항구가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 위층이었고, 볕도 좋았다. 나중에 한국에서 재방송 한 <꽃보다 누나>를 다시 보면서 우리 아래 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와 반갑기도 했다. 


오예! 기대도 안 했는데 이런 좋은 숙소를 얻게 되다니. 여태까지 얻었던 숙소 중 가격 대비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두브로브니크 여정의  첫날부터 운이 좋다. 이제 바다를 바라보며 풍경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구항구를 바라보며 먹는 첫 점심식사


 숙소 주인 할머니의 추천을 받은 식당은 구항구에서 사진 속 풍경을 보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숙소와는 거의 1분 거리일 정도로 가까웠다. <꽃보다 누나>의 열풍 이후로 한국 관광객이 급격하게 늘어나 한국어 메뉴판도 있었다. 이동하느라 밥 때를 놓친 우리는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은 풍경을 보며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들을 싹싹 비웠다. 약간 짜긴 했지만, 오랜만에 기름지지 않은 음식을 먹어서 좋았다. 이번 일정에 이탈리아를 넣지 못했는데, 내 상상 속 이탈리아의 풍경과 음식이 이곳에도 있었다.

플레이리스트(1)
Hijo De La Luna - Mecano
Hijo De La Luna - Mecano

여행을 떠나기 전, 어떤 크로아티아 여행서에서 'Mecano'라는 가수를 알게 되었다. 독특한 음색과 발음에 바로 Mecano의 몇 곡을 담아갔다. 스페인어로 크로아티아 음악은 아니지만 구항구에  걸터앉아 이 곡을 들으니 무척 잘 어울렸다. 어딘가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아드리아해'라는 단어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음색의 음악이다. 이 음악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아드리아해를 즐기러 떠나 보자.

시간이 멈춘듯한 평온함


금빛 바다,
Buza cafe

<꽃보다 누나>를 보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한 군데가 바로 'Buza' 카페였다. 암벽 중간에 바다와 어우러진 광경에 말을 잃었었다. 관광 명소답게 사람이 많았지만, 다행히 금방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에 와서 반한 '레몬맥주'를 마시며 바라보는 풍경은 환상 그 자체였다. 바다는 끝이 보이지 않았고,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물들었다. 

맥주를 마시고, 살짝 내려가면, 바다를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파도가 마치 맥주 거품처럼 청량해 보였다. 두브로브니크 곳곳에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포인트를 찾아 수영을 한다. 바다가 꽤 잔잔해서 그런 것 같았다. 이 곳에서도 꽤 나이 드신 아주머니 한 분이 수영을 할 준비를 하고 계셨다.  그분의 대담한 용기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젤라또 하나 들고
골목 걷기


두브로브니크의 시간은 흐른다


플레이리스트(2) 
As time goes by - Casablanca OST

밤이 돼서 돌아온 구항구의 풍경은 또 달랐다. 숙소가 가까우니 이렇게 밤에도 걱정 없이 구경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릴 들뜨게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에서 숙소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게다가 우리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은 늦은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의 식사 소리와 함께 그 곳에서 연주하는 재즈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비쌀 것 같아서 엄두도 못 냈는데 위층으로 올라가 창문을 열어두자 레스토랑을 가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곡은 <Moon River>와 바로 <As time goes by>였다. 특히 영화 카사블랑카 OST인 이 곡은 영화 속 조연이 이런 분위기의 술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 있어서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언젠가 모로코를 가서 <카사블랑카>를 포스팅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영화에 관한 포스팅은 다음으로 미뤄두려 한다. 


누군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우린 서서히 잠이 들었다. 너무나도 완벽한 두브로브니크의  첫날이었다.  



글. Storytraveller

사진. 동생님&Storytrav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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