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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nD Feb 08. 2019

[전시:조선, 병풍의 나라] 변하지 않는 가치를 보다

작가, 아티스트에게 보여주고 싶은 전시

네 번째 리뷰는 전시[조선, 병풍의 나라]이다.

병풍은 제사, 돌잔치 등 일상 곳곳에 쓰이는 물건이지만, 내게는 낯선 존재였다. 그동안 어떤 종류가 있는지, 무슨 그림이 주로 쓰이는지 무지했고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병풍은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편견을 내내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편견과 무지를 가지고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조선, 병풍의 나라] 전을 관람하게 되었다.

병풍에는 자연 배경만 주로 있다고 생각한 나한테 이번 전시회는 인상적이었다. 자연 풍경 이외에도 구운몽, 춘향전과 같은 소설 속 장면들이 병풍에 그려져 있었다. 또 화려한 조선궁궐의 모습이 그려져 있거나 당시 우리 선조들의 여러 소망을 담은 내용이 아름다운 글씨체로 적혀 있기도 했다. 특히 화가 양기훈이 그린 금니노안도6폭병풍이 인상적이었다.

<그림 1> 금니노안도6폭병풍, 양기훈, 19세기 후반

검은 비단에 금니가 사용된 이 병풍은 화려한 금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 사람 키보다 훨씬 큰 6폭의 병풍이 세워져 있어, 작품을 관람하는 내내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19세기에 제작된 병풍임에도 불구하고 검은색과 금색의 조화는 지금까지도 빛이 난다. 가까이에서 화가 양기훈의 섬세한 그림 묘사와 필체를 오랜 시간 동안 바라보았다.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수려한 색깔이 돋보이는 화조도6폭병풍이다.     

<그림 2> 화조도6폭병풍, 20세기

궁중에서 사용되었다고 추정되는 이 화조도6폭병풍은 각종 꽃과 새를 조합하여 패턴화된 괴석, 나무가 그려진 화조도이다. 홍색, 청색 등 다양한 색감이 사용되었으며 가까이에서 보면 그러데이션으로 색이 표현된 것을 알 수 있다. 자세히 볼수록 화조도 색깔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에 있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색이 섬세하게 표현된 작품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백동자도10폭병풍이다.     

<그림 3> 백동자도10폭병풍, 조선후기

백동자도는 주문왕이 부인들에게서 100명의 아들을 얻은 고사에서 유래한 병풍이다. 중국적인 요소도 일부 보이지만 조선적인 특징이 두드러져 있기도 한 작품이다. 곳곳에 그려져 있는 100명의 아이를 찾아보고 그 아이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 작품에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려진 요소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세 개의 병풍 작품 외에도 다양하고 색다른 병풍이 전시장 내에 많았다. 그리고 하나같이 정성과 기술이 담겨 있다. 작가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었고, 그 안에서 경이로움마저 느낄 수 있었다.


사담이지만, 사실 나는 장인정신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손으로 직접 작품을 만드는 공예를 전공하면서도 그간 장인정신의 가치가 무색하게만 느껴졌다. 3d 프린터, 자동화 기계, 디지털 그래픽 등 기술이 발전한 지금의 시대에서는 장인정신은 그저 뒤떨어진 가치인 것만 같았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걸맞게 작품들도 빠르게 나오고 쉽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 키보다 높은 병풍들과 그 안에 담긴 그림들을 보면서 장인정신의 위대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서만 봐야지 보이는 세밀한 묘사와 다채로운 색감 표현을 백 년도 더 된 병풍에서 볼 수 있었다. 병풍마다 섬세한 붓 터치가 느껴지고 고심해서 한 땀 한 땀 작업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그림들을 보며 새삼 장인정신의 가치를 떠올리게 됐다.

그동안 나는 빠른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쉽게 잊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랜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쏟아가며 병풍을 단순 가리개 이상의 가치를 지닌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과거로 흘러간 조선 시대의 문화. 역사, 풍경 그리고 조선인들의 바람. 그 모든 것들이 병풍에서만큼은 영원할 수 있게 됐다. 아마 시간이 지나고, 또 백 년이 지나더라도 이 병풍들은 후세에 계속 기억되고 회자될 것이다.

병풍에 관심도 없던 내가 전시장에서 넋 놓고 바라보게 된 것은 그들이 병풍에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요즘같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 전시회를 통해 그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고 스스로의 작업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사실 이 전시는 끝이 났다.(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 전시의 작품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면 된다. 해당 사이트의 링크는 바로 밑줄에!

http://apma.amorepacific.com/index.do



+내가 뽑아본 전시'조선, 병풍의 나라'의 장점, 추천하고 싶은 인물, 추천도

장점

엄청나게 많은 작품수와 상세한 설명이 있다 / 관련 굿즈와 도록이 있고, 언제든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는 점


이 전시를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창작하는 일을 하는 사람(작가, 아티스트 등)


추천도

★★★★☆(별 5개 중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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