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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Jul 25. 2020

나는 직원처럼 일한다


최근에 계약했던 일들을 마무리하면서 같이 작업했던 대표님과 피드백을 주고받았는데, 그때 받았던 피드백이 일을 빠르게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대방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 그것을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받았던 피드백은 그런데 직원들은 힘들게 일하겠다, 라는 것이다. 이 정도의 속도감을 가지고 일을 하려면, 그리고 상대방도 모르는 것을 맞춰가면서 일을 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쓰이는데, 그러려면 직원들이 서포트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다른 대표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직원이 옆에서 그저 웃었다. (아... 힘들었구나...) 


나는 직원처럼 일한다. 고객하고 계약을 맺고 그때부터 업무가 주어지면 일단 스터디하고, 미팅을 통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가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또 물어보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이미지화해서 보여주고, 거기서 다시 피드백을 받고, 만족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면 다시 또 작업하고, 또 물어보면서 작업한다. 고객들은 늘 시간이 없고, 무언가 원하는데 사실 뭘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가이드를 전달해주기 어렵고, 그것을 정해서 전달해달라고 하면 시간이 또 소비되고, 그러면 작업할 시간이 줄어들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일단 미팅부터 하고 시작하는 게 나의 일 스타일이다. 


마치 이것은 회사에서 상사가 업무 지시를 하면, 상사가 만족할 때까지 작업을 계속 반복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상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다. 혹시 막히는 게 있는 건지, 내가 준 업무를 잊어버린 건 아닌지, 그래서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가장 궁금해한다. 그래서 계속 커뮤니케이션한다. 일이 진행되면 진행된다, 일이 안되면 안 된다, 등등. 물론 놓칠 때도 있다. 그러면 사과한다. 상대방은 돈을 냈고, 돈을 낸 사람은 당연히 빠른 결과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원한다. 그러니 그것에 대해 계속 소통하면서 일하는 것이다. 마치 직원처럼. 


그래서 지금은 우리 회사가 업무를 맡으면, 그 회사에 하나의 부서처럼 들어가서 일을 한다. 직원들이 힘들 수밖에... 회사를 여러 개 다니는 기분이지 않을까? (오... 적절한 비유였지만 생각해보니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업무를 맡게 되면 고객사의 대표뿐만 아니라 담당 직원 연락처도 받게 되는데, 그러면 나는 대표한테는 대표대로, 직원한테는 직원대로 소통한다. 직원한테는 대표가 너무 바쁠 테니 시간이 비는 시간이 있으면 내가 한 업무를 먼저 좀 보고해달라고 연락한다. 대표한테는 직원한테도 전달하기는 했는데, 잘 받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바쁘겠지만 이 업무를 한 번 더 봐달라, 그리고 내 생각은 이렇다,라고 전달한다. 또는 담당 직원이 직접 이야기하기 어려운 보고 건들도 있다. 대표의 의중을 직원도 모르기에 나에게 피드백을 전달해주지 못할 때. 그러면 직원들이 나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내부 의견을 취합해서 전달드려야 하나, 본인도 대표를 만나기 어려워 보고도 못했고, 의중도 파악을 잘 못하고 있다고. 그러면 나는 또 바로 대표에게 연락한다. 


내가 하는 방식을 직원들도 점점 닮아가고 있다. 내가 모두 전화하기 힘드니, 직원들에게도 담당 직원을 한 명씩 마크하게 한다. 마치 농구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성향도 파악하게 되고. 그러면서 직원과 대표를 만족시키기도 하고,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면 최종 결정권자를 만족시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 고객의 의중을 쉽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아주 촘촘한 그물을 던져놓고 어디에 걸리는지를 파악할 뿐이다. 그 의중을 단번에 파악할 줄 아는 재능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그저 그물을 계속 던질 뿐이다. 안 잡히면 또 빠르게 던지고, 또 던지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걸리는 것을 캐치할 뿐이다.


일을 한 건씩 진행할 때마다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 하지만 많은 에너지가 쓰인 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1만 원짜리 일이 됐든 1천만 원짜리 일이됐든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똑같다. 고객이 돈을 얼마를 썼느냐가 아니라, 고객이 얼마나 만족하느냐가 우선이다.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직원처럼. (아... 직원들은 주말에 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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