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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Sep 11. 2020

오지 않아도 볼 수 있었던
나의 온라인 결혼식


나를 낳아준 엄마는 나의 결혼식을 보러 서울까지 오기가 어렵다고 했다. 내가 먹은 나이만큼이나 떨어져 지냈고, 나의 결혼식에 오기 위해서는 분명 도전되는 것들이 많았다. 신부 엄마이지만, 신부 엄마 자리에 앉을 수도 없고, 가족들과 대면하는 것도 분명 어려운 일이라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가 나의 결혼식을 봐줬으면 했다. 내가 어떤 사람과 어떻게 새로운 출발을 하는지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욕심? 이기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나는 그랬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우리 결혼식을 앞두고 갑자기 증가세를 보였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인 상태에서 결혼식이 진행됐다. 예식장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최대 50명. 가족들도 모두 부르지 못한 결혼식이었다. 하지만, 나와 남편은 유튜브 라이브로 결혼식을 생중계하기로 했고, 당일 영상 촬영팀에서는 오후 2시부터 장비 설치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던 상태였다. (우리의 예식은 오후 6시) 


결혼식이 있기 이틀 전부터 나는 지인들에게 우리의 결혼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유튜브 링크를 발송했다. 나를 낳아준 엄마에게도 유튜브 링크를 발송했다. 나의 결혼식에 온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가 바랐던 것은 나를 낳아준 엄마가 그저 내 결혼식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유튜브 라이브로 우리의 결혼식을 실시간 생중계하면서 가능해졌다. 



엄마는 온라인으로 나의 결혼식을 봐주었고, 잘 살라는 말을 보내줬다. 길러주신 엄마는 오프라인에서, 낳아주신 엄마는 온라인으로 나의 결혼식을 응원해줬고, 행복하게 잘 살라고 해주었다. 나는 두 명의 엄마에게 축복을 받으며 결혼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생각해낸 유튜브 라이브 웨딩 (온라인 웨딩)이었지만, 덕분에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많은 하객들이 우리의 결혼을 영상으로 봐주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축복해주었고, 덕분에 나는 꽉 찬 느낌으로 결혼식을 마쳤다. 


코로나19 이전의 결혼식은 오프라인 위주의 결혼식이었다. 현장에 와야지만 결혼식을 볼 수 있었고, 유튜브 라이브로 실시간 결혼식을 생중계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의 결혼식에는 유튜브 라이브로 결혼식을 하는 것이 기본 옵션으로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하객을 초대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참석하지 못하는 (아프다거나, 거리가 멀다거나, 해외에 있다거나 등) 상황에, 아주 유용한 해결책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하지 않은 시대라면, 역설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고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 라이브 웨딩 (온라인 웨딩)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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