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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Dec 13. 2020

말하는 사람의 책임
VS 듣는 사람의 책임

    


“난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닌데?”

“난 그렇게 들었는데?”     


대화에서 오해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말한 사람의 책임일까요? 아니면 듣는 사람의 책임일까요? 아마 쉽게 결론지을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면 우리는 화자이면서 동시에 청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훈련하고 개발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저는 전화 공포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대화를 메신저, 메일 또는 만나서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경험했듯이 ‘글’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뉘앙스는 읽는 사람이 자유자재로 해석할 때가 많습니다. 마침표 하나에도, 쉼표 하나에도, 또는 오타 하나에도 오해가 생기고, 관계가 멀어지기도 합니다. 그때 가장 빠르고 명확하게 확인하는 방법은 바로 직접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 제 멋대로 확인한 다음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특히나 전화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인지라 더더욱 스스로 만든 많은 오해 속에서 힘들어했습니다.      


작년에 전화 공포증이 사라지고 난 뒤, 저는 많은 사람들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만든 오해 속에서 사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고자 했는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에도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앞서 이야기한 대화를 반복합니다.      


“난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닌데?”

“난 그렇게 들었는데?”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우기기 시작하는 거죠. 누구의 책임이 더 큰 지를 따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명확한 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대화를 하는 주체자들에게 책임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우선 말하는 사람의 책임을 한 번 볼까요?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입을 통해 말합니다. 그리고 대화에는 표정과 몸짓이 같이 전달되기도 합니다. 목소리의 높낮이, 눈빛으로도 소통을 하죠. 그때 말하는 사람의 책임은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될까?’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무조건 말을 조심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지를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기반으로 대화하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이 말이 어떻게 전달될지를 생각하고, 그 사람이 어떤 배경으로 나의 말을 들을지를 생각하는 거죠.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배경을 생각해야 합니다. 듣는 사람이 나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나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인지,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렵게 들리지는 않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대화의 주제가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많은 것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배경을 모르겠다면 상대방의 배경을 알 수 있는 대화를 먼저 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안부’를 묻는 작업이 바로 상대방의 배경을 얻는 대화입니다. 아무리 급해도 상대방의 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채 대화하지 마세요. 상대방의 배경에 따라 나의 말은 상대방에게 많은 해석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때 듣는 사람의 책임은 무엇일지 궁금하실 겁니다. 듣는 사람은 어떤 책임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했던 대화를 한 번 떠올려보세요. 분명 나 혼자 말하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나도 말하고, 상대방도 말하고, 나도 듣고, 상대방도 듣고를 반복했을 것입니다. 그때로 한 번 돌아가 보는 겁니다. 듣는 사람의 ‘나’는 말하고 있는 상대방의 ‘말’을 어떻게 듣고 있었나요? 혹시 딴생각을 하면서, 다른 행동을 하면서, 또는 내 멋대로 해석하면서 듣고 있지는 않았나요?      


우선 듣는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합니다. 경청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을 꺼내는지 놓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말하지 않는 것까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은 ‘가나다라’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말하고 싶은 건 ‘ABCD’ 일  수도 있거든요. 특히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분들이 말할 때는 의도는 따로 있고, 겉도는 대화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듣는 사람은, 겉도는 대화 속에서 이 사람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알아낼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듣는 사람 역시, 말하는 사람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나에게 말을 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2년 동안 커뮤니케이션을 훈련하면서 제가 경험한 건, 상대방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나에게 말을 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화에 깨어있지 않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있는 그대로, 있지 않은 그대로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배경으로 나에게 말하는지 알게 되는 경험은 정말 특별합니다. 상대방의 배경을 얻을 때, 대화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도 몰랐던 자신의 배경과 가능성을 저의 말로 재창조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화의 위력은 어마어마합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라는 말이 실현되죠.   

   

과거의 저는 ‘한 번 아니면 아니다’라는 저만의 고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하고는 절대 일 같이 못해, 이런 사람하고는 다시는 일 안 할 거야, 라는 저만의 고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말하는지를 대화를 통해 파악하고, 제가 원하는 것들을 요청하고, 제가 온전하지 않게 비즈니스를 하여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것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대화합니다. 회피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나의 치부를 들추기 싫고,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기 싫으니까요. 회피하면 그 순간은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숨긴다고 하여, 내 몸뚱이까지 숨겨지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어두운 곳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다고 할 지라도, 감춰지지 않는 나의 몸뚱이는 모두가 보고 있죠.     


결론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대화에서 각자의 책임에 깨어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멋대로 해석하는 것 대신에, 그 해석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서 확신을 갖는 것 대신에, 말한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그것이 맞는지, 그 의도를 가지고 나에게 말한 것이 맞는지 말이죠. 오늘은 자신이 어떻게 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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