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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Feb 18. 2016

국민연금공단도
나의 퇴사를 알고 있다.

- 내가 65세가 되었을 때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국민연금공단에서 우편물이 날아왔다. 사업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 대상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자격 취득에 대한 안내서가 날아왔다. 누군가에게 퇴사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세상은 나의 퇴사를 알고 있었다. 퇴사를 이렇게 쉽게 들키다니... 



국민연금공단 지역가입자 자격 취득 신고서 

국민연금공단에서 날아온 지역가입자 자격 취득 신고서를 찬찬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1. 소득활동을 하시는 분 작성란

2. 소득이 없어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는 분 작성란 

3. 가입대상이 아니신 분 작성란


총 3개의 작성란이 있었는데, 나는 2번에 해당되었다. 지역가입자 자격 취득 신고서에는 신고서를 내방, 우편, 팩스로 제출하라고 기재되어 있었지만, 전화로도 신청이 가능했다. 오분도 안 돼서 끝나는 절차였는데, 이왕이면 전화로도 신고할 수 있다고 써놓으면 좋을 것 같다. 소득이 없어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는 경우, 최대 3년 동안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을 수 있다. 


신청을 완료하고 나면, 며칠 후에 국민연금 가입자 자격변동 확인 통지서가 날아온다. 3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글과 함께 다만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납부재개신고를 해야 한다는 말도 명시되어 있었다. 


국민연금의 경우, 납부기간이 120개월 이상이어야만 연금으로 수령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납부예외 기간을 설정하여, 추후 소득이 생긴 시점부터 다시 납부를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총 52개월 동안 국민연금을 납부했다. 금액도 상당하다. 세금 내는 것처럼 저축을 했으면, 백수 생활을 좀 더 오래할 수도 있을 텐데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68개월 그러니까 5년 8개월 동안 국민연금을 추가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출생연도: 1969년생 이후 

국민연금 중에서 노령연금은 수급연령이 상향 조정되어, 65세가 되어야  지급받을 수 있다. 소득이 없는 경우, 조기노령연금을 60세에 신청할 수도 있는데 100%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70%부터 시작하여 65세가 되었을 때 100%를  지급받을 수 있다. 

예시: 60세 70%, 61세 76%, 62세 82%, 63세 88%, 64세 94% 지급


앞으로 적어도 35년은 기다려야 국민연금을 받는 날이 찾아온다는 것인데,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수급연령 또한 더 올라가는 것은 아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물론,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우려들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국민연금공단에 가면 이런 글이 올라와 있다.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반드시 받습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최종적으로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국가가 존속하는 한 반드시 지급됩니다. 설령 적립된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 하더라도 그 해 연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그 해에 걷어 지급하는 이른바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서라도 연금을 지급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제도를 시행한 선진복지국가들도 초기에는 기금을 적립하여 운영하다가 연금제도가 성숙되면서 부과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공적연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170여 개국에 달하지만 연금 지급을 중단한 예는 한 곳도 없습니다. 심지어 최악의 경제 상황에 직면했던 80년대 남미 국가들과 90년대의 옛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연금 지급을 중단한 사례는 없습니다.



내가 65세가 되었을 때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종형 구조에서 2060년 윗부분이 넓은 항아리 구조로 인구피라미드가 변화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40세 이상 인구는 1960년 10명 중 2명, 2014년 5명, 2060년에는 7명으로 증가한다고 예상하고 있다. 쉽게 말해, 나중에는 10명 모이면 40세 이상이 7명 40세 이하가 3명이라는 얘기다. 


통계청 간행물 2010-2060 장래인구추계 자료


물론 요즘 같은 시기에는, 국가가 계속해서 존속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국가가 망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의 노후가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반드시 받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초고령화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아무것도 준비 안 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데, 그 해 연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그 해에 걷어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논리도 사실 빈약하다고 생각한다. 80년대 남미 국가들과 90년대의 옛 공산주의 국가에서 연금 지급을 중단한 사례가 없다고 하여, 미래의 대한민국이 연금 지급을 무사히 이행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물가가 오른 만큼 받는 연금액도 많아진다고 홍보하고 있다. 과거 보험료 납부 소득에 연도별 재평가율을 적용하여 현재가치로 재평가하여 계산한다는 것이다. 또한 연금 지급 중에도 전국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금액이 조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지금 국민연금제도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소개하고 홍보하는 대로, 아니 그 목적을 잊지 않고 충실히만 이행한다면, 사실 국가적 제도로써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우려가 될 뿐이다.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반드시 받습니다"라는 식의 표현은 사실 너무 거칠다. '걱정하지 마, 준다니까'라는 식의 말투는 사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빌려간 돈을, 결국 안 줄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잘하고 있는 부분을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고, 부족한 부분은 부족한 대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국민연금 통계연보 (제27호, 2014년)

국민연금 통계연보에 (제27호, 2014년 / 2015년 버전은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았음) 따르면, 사업장가입자가 58.2%, 뒤를 이어 지역가입자가 39.9%에 달한다. 하지만, 징수비율로 살펴보면 사업장가입자 89%인데 반해, 지역가입자는 10%에 그쳤다. 이는,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연금 보험료율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추측은 하지만, 요즘엔 순식간에 사업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업장가입자를 잠깐 훑어보면 10~99명의 사업자가 33.4%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뒤를 이어 10인 미만의 사업장이 29.1%를 차지하고 있다. 업종별로 사업장가입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제조업이 1위였고, 사회 및 개인서비스 분야가 2위였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도의 가입자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연령별 성별 가입자 현황에서는 40~44세에 해당하는 남자가 1위, 45~49세의 남자가 2위였다. 전 연령대에서 여자보다 남자 가입자 수가 더 많았는데, 60세 이상에서만 여자가 남자 가입자수보다 앞서 있었다. 남자보다 여자의 평균수명이 더 길어서 그런 것 같다. 



연도별로 따져보았을 때는, 계속해서 징수금액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급여 지급액 및 수급자 역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미션, 비전, 전략과제  

국민연금공단의 미션은 연금과 복지서비스로 국민의 행복한 삶에 공헌한다는 것이다. 비전은 100세 시대, 국민이 가장 먼저 찾는 행복 파트너이다. 국민연금공단은 행복 말고 다른 슬로건을 찾았으면 좋겠다. 행복은 사실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마치, 결혼하기 전 연인이 고백할 때에 쓰는 달콤한 언어처럼 들린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다행히도 전략과제 중에, 국민연금 수급권 확충과 국민 신뢰 제고가 들어가 있다. 전략과제로 내세운 것은, 일단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으니, 어떤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며, 어떻게 국민연금 수급권 확충을 할 지에 대해서 지켜보고, 좋은 의견이 있다면 그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무지하게 되는 분야는,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 건지에 대한 부분이다. 아무리 의무라고 하더라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순간 그 분야에 있어서 무지해지고 만다. 어쩔 수 없지  뭐,라고 생각해 버리는 순간, 내 삶도 정말 어쩔 수 없어진다. 


국민연금에 대해서 내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사람들이 자신이 지금 내고 있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심이며, 초고령화 시대가 이미 와있다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청소년들과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역설적으로 청년과 중장년층을 위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서 본 대로, 40대에 해당하는 남자 가입자들이 가입자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이 국민연금을 받아야 하는 20년 후가 되었을 때 과연 그들을 대신해서 그들의 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윗부분이 넓은 항아리는, 단단하게 밑에서 잡아주지 않으면 팽이처럼 돌다가 쓰러질 것이다. 




참고사이트 & 자료출처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 통계연보 (제27호, 2014년)

통계청 

2010-2060 장래인구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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