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을 맞이하기 전에
친구는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지금의 남자 친구를 만났다. 처음엔 관심도 없던 그였는데, 자기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그렇게 만남을 지속하던 중에, 아주 나약하고 비뚤어질 때로 비뚤어진 마음이 그녀를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생긴 상처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였음에도, 그 상처의 화살은 그에게 향했다. 느닷없이 그녀는 그에게 "헤어지자" 고 메시지를 남겼고, 그는 답장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어제 요플레가 너무 먹고 싶어서 하나 샀어~라는 가벼운 뉘앙스로 나에게 그와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유는, 자신보다 그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식어버린 커피보다 맛없는 이유였다. 이상한 이유였다. 왜 그가 그녀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나야 하는지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좋은 건 남주는 거 아니다"
좋은 것을 골라내는 안목을 가지기도 어렵지만, 그런 안목을 가졌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웠고, 자신의 환경을 바꿀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때때로 그녀는 가장 어둡고 축축한 방에 갇혔고, 그럴 때면 그녀는 마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길거리를 헤매는 소녀 같았다. 아무 말없이 그녀의 어깨에 담요를 덮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지만, 그녀는 그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어두운 빛을 그가 밀어낼까 두려웠던 것이다.
"일 끝나면 집으로 와."
집으로 찾아온 그녀는 며칠 새 조금 야위었고 얼굴빛도 밝지 않았다. 애써 어제 먹은 요플레는 맛있었어,라고 말하듯 가볍게 나를 대하려 했지만, 분명 그 요플레는 맛이 없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나이를 얼마나 먹었든,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한없이 무너지고 여려진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해도 사랑이 흔들릴 때, 그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게 되어있다. 메시지로 나누었던 이야기를 그녀는 조곤조곤 다시 내 앞에서 읊었다. 식어버린 커피보다 맛없던 이유를 그녀는 다시 반복했다.
"그냥... 지금 너무 힘들고, 내가 너무 걔한테 기대는 것 같아. 지금도 그런데 앞으로 더 힘들어질 거 같아서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이야기했어."
"원래 연애는 힘든 거야."
"그렇지,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지금은..."
"너 결혼 안 할 거야?"
"뭐, 언젠가는 하겠지. 혼자서 살 생각은 안 하고 있으니까"
"그럼, 지금 또 다른 남자 만나서 시작하는 건 안 힘들 거 같아?"
"..."
"어차피 할 거면 지금 남자 친구랑 하면 되잖아."
"그건 그렇지... 그런데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걔가 아무 대답도 안 하더라고."
"네가 먼저 해. 미안하다고, 보고 싶다고. 왜 그 사람이 너한테 답을 해줘야 해? 네가 이미 그렇게 헤어지자고 했는데. 그리고 어차피 결혼할 거면 그 사람이랑 동거부터 시작해."
"그렇게 이야기하면 내가 먼저 프러포즈 하는 게 되잖아. 그럼 자존심 상하는데..."
"자존심을 왜 그런데서 찾아? 그 사람 잃고 자존심 챙기면 뭐할 건데?"
할 말은 없고, 마음은 상할 때 그녀는 입을 삐죽거린다. 내 말에 딱히 반박을 못할 때 나오는 버릇이다. 표정 하나도 숨기지 못하는 데, 자기 마음 숨겨 가며 썼을 메시지는 오죽했을까.
"너 지금 되게 못생긴 거 알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딱히 별다른 이유도 아닌 것으로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은 참 못생겼다.
"너, 웃을 때 진짜 예뻐. 근데 지금처럼 입 삐죽 거리를 때는 진짜 못생겼어."
그녀는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좀 하고 그렇게 한 걸음 다시 다가가겠다고. 인연이라는 건 어쩌면 약하디 약한 실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실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엉키게 되고 결국은 잘라낼 수밖에 없는 실 말이다. 다시 시작해 보려는 그녀에게 다시 말했다.
"좋은 건 남주는 거 아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는 그녀의 에세이
'나는 네가 그리울 때마다 글을 썼다'
리디북스 : https://goo.gl/tuFf4Q
교보문고 : https://goo.gl/HvBm29
예스24 : https://goo.gl/dvA112
알라딘 : https://goo.gl/xne4ej
반디앤루니스 : https://goo.gl/bGXHt0
리딩락 : https://goo.gl/pYrzHQ
인터파크 : https://goo.gl/fgUVhL
네이버 : https://goo.gl/at8Mj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