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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Sep 21. 2016

'요즘 젊은것들의 사표'는
정말 요즘 젊은것들을 보았나

[리뷰] SBS 스페셜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



SBS 스페셜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는 한동안 여기저기 회자가 될 만큼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공감과 비판이 오고 가는 속에서, 다큐멘터리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 역시 방송을 보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어떤 부분은 너무 뻔한 결론으로 가기에 지루한 부분도 있었다. 재미있게 구성하여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것은 좋았으나,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은 너무 없었다고나 할까? 마지막에 인사 담당자들 중 한 명의 대사를 통해서 뭔가 그들 간의 갈등을 풀어보기 위한 메시지를 던지기는 하였으나, 그렇게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분량도 사실 너무 적었고. 또한, 무급으로 서핑을 배우며 일하고 있는 출연자를 촬영하기 위해 일본까지 가는 것까지도, 예상했던 영역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던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보고서, 그래! 나도 사표를 던지고 서핑이나 배우러 가야지! 할 사람은 그렇게 많지도 않을뿐더러, 정말 '남의 이야기'일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출연자들이 대부분 현재 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났다는 내용으로만 담았는데, 그들은 모두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수익적으로 나은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오히려 부각하여 준 셈이 되어버렸다. 기업은 키워놓은 인재를 자꾸 잃어버리는 셈이 되고, 나가버린 사람들은 수익적으로 안정된 삶을 찾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 방송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까지였다면 모르겠으나, 사회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있는 방송이었다면, 기존에도 많이 보아왔던 뻔한 플로우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것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그런 부분들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기업의 모습들을 보여주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없나?)


그리고 사실, 방송 출연을 결심한 사람들이 저렇게 방송이 될 걸 알고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사담당자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보는 내가 오히려 불안하기까지 하였다.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던져주기 위해서 나왔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변할 생각은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고, 마치 그들로 인해서 회사와 직장인들의 간극은 더 벌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부모님과 같이 볼 수 없는 드라마를 보는 것만큼, 직장 상사랑 같이 볼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직장 상사들의 안 좋은 모습들이 계속 노출되는 것을 보면 많이 불편하다. 그것이 일반화되면서, 당연하게 생각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미생을 재미있게 보면서도, 어느 순간 불편해진 순간이 바로 그것이었다. 분명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했던 이유는 있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애환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무역 쪽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작품을 상사가 같이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작품 속에 나오는 장그래와 안영이는 어느 순간부터 직장에서 뽑고 싶어 하는 인물상이 되었고, 비교대상이 되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엄마 친구 딸이랑 비교당하는 기분이랄까? 역으로 안 좋은 직장 상사의 모습은 그들의 비교대상이 되어, 우리는 저들보다 낫다는 식의 분위기가 깔리기도 했다. 혹은, 직장 상사들의 모습은 다 저런 것이니 유난 떨 필요 없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장그래가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안영이가 너무 참으면서 일하는 것도, 공감을 벗어나서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무역 쪽에서는 특히 여성인력이 많이 없다. 제품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특히 내가 일했던 분야는 제품도 그렇고 시장도 그렇고, 어느 정도 위험이 깔려있는 분야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성인력이 적은 편이었다. 그런데, 드라마에 안영이가 나오면서, 안영이는 어느 순간부터 엄마 친구 딸이 되어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저렇게 유능하고 회사생활 잘하는 친구가 웹툰과 드라마에서 떡 하고 등장하니, 마치 엄마가, 엄마 친구 딸 일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예쁘고, 일 잘하고, 사회생활도 잘하는 그런 인물을 말이다... 맙소사) 


요즘 젊은 것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세대 간의 갈등 또한 언제나 존재했다. 태어난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분명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르다고는 생각한다. 다만, 어떤 식으로 그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지를 논의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강연장에서, 스무 살의 청년이 연사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하라는 대로만 해서, 그대로 다 했는데, 이제 와서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니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정말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학원에 가서 배우고, 전화보다는 메신저를 활용하는 게 익숙하고,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더 많은 활동들을 하는 요즘 젊은 것들이 회사로 들어가 아버지뻘과 일을 하려면 당연히 힘든 것이다. 아버지 뻘의 그들은 메신저보다는 전화가 편하고, 전화보다는 직접 만나는 것을 더 선호하며, 술 한 잔 하는 것이 서로 간의 정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어려운데, 아버지 친구들하고 술 마시고 이야기하고, 그들과 같이 일하는 게 당연히 어렵지 않겠는가. 하물며, 형 친구, 오빠 친구들하고 일하는 것도 진짜 힘든데 말이다. 


"뽑아만 주면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겠다고 해놓고, 왜 이제 와서 그래? 이력서 다시 보여줘?"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동료들과 나는 끝나지 않는 업무에 지쳐있던 상태였던 것 같다. (물론, 일이라는 게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지만...) 우리는 지쳐있었고, 실적은 잘 나오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저런 이야기까지 들으니 더욱 일을 하기가 싫어졌다. 이럴 줄 몰랐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회의실을 박차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이력서를 찾아서 북북 찢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실적이 안 나왔으니 할 말도 없었고, 입은 누구나 가지고 있었지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 동안 훈계(?)를 듣다가 회의실을 나왔다. 그리고 다 같이 사무실 밖을 나갔다. 진짜 말 그대로 숨 쉬러 나갔다.


회사를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는 직장인들의 오래된 유행어일 것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복지가 좋았던 편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회사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위에 누가 앉아있느냐에 따라 바뀌기도 하였고, 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으면 없어지기도 하였다. 실적이 안 좋은 것은 직원들의 탓이었으므로, 해주고자 약속했던 복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우리가 못해서 못 얻은 것으로 결론이 나기도 했다. 그리스의 경제위기는, 복지가 너무 잘 이루어져서 망한 것이라며 단정 지었던 누군가의 말은, 회사 상사의 입으로 고스란히 전해졌고, 복지는 곧 망하는 지름길처럼 통용되기도 했다. 정말 그런 거야?라는 마음으로 주말에 그리스 경제위기를 공부했던 것은 저 말에 반박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내가 반박하기 전에 그리스의 경제 위기가 복지 때문에 망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라며 반박기사가 미디어를 통해서 흘러나왔고, 그 뒤로 회사에서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다시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사표를 내는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하는 시대를 우리가 이제는 좀 지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라고 이야기하는 시대도 지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요즘의 청년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는, 진짜 요즘 젊은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단편적인 이유만으로 직장인들이 직장을 나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사표를 낸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한 퇴사의 이유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반화를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그것이 방송에서 보이는 것처럼, 단순히 상사가 싫어서, 회식이 싫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왜 계속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러한 과정을 거친 회사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주목해 본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를 나와 내가 가장 막막했던 부분은, 앞으로 내가 들어갈 회사도 내가 다니던 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것처럼 막막한 것은 없었다. (마치, 1단계 왕을 물리치면, 2단계에는 더 센 놈이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진달까? 어떤 놈인지 모르니, 두려움은 당연히 배가 될 수밖에) 단순히 회사를 이직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다시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이력서를 쓰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마치 배수의 진을 치는 것처럼, 퇴직금이 떨어지면 이직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물론, 그 순간 나는 다른 선택을 했고,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나처럼 새로운 도전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제 미디어에서 해줘야 하는 건 회사와 직장인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며,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정말 요즘 젊은 것들이 어떻게 삶을 설계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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