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카페 스토리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 인터뷰 작업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책이 잘 팔렸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아니다"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 1권과 2권은 전부 온라인에서 오픈을 해놓은 상태이고,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현재는 3권 작업 중) 책을 사면 어떤 점이 좋냐고 물어본다면, 온라인 상에 공개되지 않은 다른 사진들이 더 포함되어있다는 것. 사실 그것 외에는 다른 차별성이 없다. 그렇기에 왜 전자책으로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를 구매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읽으면 좋을 책을 만들었다고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는 '흥미'로 시작했다. 그저 내가 모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재밌을 것같다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막연하게 치앙마이에 대한 이야기니까 여행자들에게 이 책이 팔리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치앙마이 카페에 찾아가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아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그들의 이야기는 깊었다. 인터뷰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그들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명확했다. 단순히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기에는 맞지 않았다. 오히려 여행자들에게는 카페 리스트를 제공하고, 여행자들이 카페를 찾아다닐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이 더 맞아 보였다. 그들이 왜 이 긴 글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뒤늦게 시작됐다.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Graph Cafe의 이야기를 나는 좋아한다. 그는 카페도 하나의 인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고로 앞으로 살아남지 못하는 날이 생길 수도 있을 거라고. 하지만 지금은 살아있으니까 계속 움직일 거라고. 천천히 그 길을 걷겠다고. '지속 가능'의 힘을 믿는다고 말이다.
나의 작년 키워드는 '꾸준함'이었다. 이왕 시작한 거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해보자고 말이다. 나는 막연히 꾸준함의 힘을 믿었다. 하지만 힘들었다. 하루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게 빨리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꾸준함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닌가 싶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앞에서 등불을 밝히고 서있으면 좋으련만,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등불도, 사람도... 그런 내 앞에 나타난 것이 Graph Cafe의 이야기였다. Graph Cafe의 Tee의 이야기는 엔지니어로 살았던 그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가 카페를 시작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도자기를 만들어서 먹고살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 다시 엔지니어 일로 돌아갔다. 엔지니어 일을 하면서 빵을 배웠고, 돈을 모아 드디어 카페를 시작했다. 카페를 시작하고 나서도 그는 커피를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지금도 그의 카페는 하나의 과정 속에 있다. 성공했다고 이야기하기도, 실패했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그 과정을 끝내지 않기 위해 사는 사람 같다. 성공과 실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얼마나 더 즐길 것인가가 중요해 보인다. 카페를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그는 카페가 사라지지 않도록 오늘도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정해진 시간에 문을 닫는다.
인생은 쉬워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All about coffee Pai의 Wat. 인생이 어떻게 쉬울 수 있을까 싶었던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라는 감탄사를 짧게 내뱉었다. 나는 때때로 머리를 쓴다고 한 번 더 생각하다가 오히려 내 발목을 붙잡는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이익을 보려고 움직였으나, 그 이익을 위해서 치러야 하는 대가가 생각보다 많음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결국 나의 삶은 복잡해졌다. 그런 행동을 하는 이면에는 타인의 삶과 너무 가깝게 지내는 탓도 있다. 타인의 삶은 언제나 완벽해 보이고 나보다 나아 보인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누군가는 내 삶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 나의 참모습을 누군가에게 100% 보여준 적이 없는데, 왜 다른 사람들의 삶은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단정 지었을까. 타인의 먹는 것, 입는 것, 하다못해 행복까지도 부러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들이 고민하고, 불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저 부.러.웠.다.
"사실 저는 단 한 번도 치앙마이에 있는 카페들에 대해서 걱정을 한 적이 없어요. 자신 있었거든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요. 어떤 새로운 기계를 사용해서 커피를 내리는 지도 상관하지 않죠. 다만, 저는 제가 가진 기계로 좋은 커피를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해요."
그런 내 앞에 그녀의 인터뷰는 새로웠다. 치앙마이에는 정말 많은 카페들이 있다. 그런 카페들 속에서 어떻게 그녀는 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을까. 남들이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어떻게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빠이에서 치앙마이로 건너와 다시 카페를 시작해야 했던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자기의 것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나는 왜 나다움을 포기하고 자꾸 타인의 삶을 쫓아가기 바빴는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2000년대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대사를 던졌다.
나 다운 게 뭔데?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서 판매를 시도했다. 몇 차례 좋은 성과를 낸 적이 있었던 나는,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서 쉽게 생각했었다. 스토리 펀딩을 통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이것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제목을 정한다는 것이, 마치 잘난 체하는 듯한 느낌으로 번졌고, 그것은 첫 연재부터 악플을 불렀다. 차라리 이 시간에 광화문에 나가서 시위를 하라는 사람도 있었고, 우리나라 차(茶)가 아니라 왜 다른 나라의 커피인지 모르겠다며 펀딩 할 이유가 없다는 분도 계셨고, 개나 소나 다 하냐, 라는 말도 들었다. 하물며 카페 이름 중 한 곳이 Mix Kaffee 였는데, 그것을 믹스커피라고 오해하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도 계셨다. 카카오 담당자로부터 사전에 악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놓았지만, 그래도 악플이 달린 것을 확인할 때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글을 읽지 않은 채 달아주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으나, 어쨌든 긍정적인 피드백보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더 많았다.
내가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에서 가장 처음으로 소개했던 곳은 바로 Mix Kaffee다. 외할머니의 커피 만드는 방법을 계승하고, 자신의 방식을 섞는다는 의미로 Mix라는 단어를 카페 이름 앞에 사용했다. Mix Kaffee의 Ton은 태국의 첫 복화술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 그가 슬럼프에 빠졌고, 그때 시작한 것이 카페였다. 그는 카페를 쉽게 생각했다. 그저 동네 사람들한테 커피를 팔아도 먹고살 거라는 생각에 그는 커피를 열심히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카페를 찾았던 바리스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치앙마이에서 먹지 못할 커피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Mix Kaffee의 커피다, 라는 말까지 들었다. 처음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그들의 말들을 튕겨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튕겨내던 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는 커피 만드는 일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커피를 배웠고, 그의 지금은 예전과 달라졌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서 내가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프로젝트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많은 호응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에 했던 프로젝트처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는 제대로 된 마케팅 방법을 사용하지도 못했고,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 제대로 사람들에게 전달하지도 못했다. 스토리 펀딩과 텀블벅 모두 조용히 프로젝트 마감을 기다리는 수순을 밟고 있다. 나는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의 인터뷰를 다시금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왜 지금 독자들에게 필요할까. 왜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라는 콘텐츠가 이 세상에 있어야 할까. 왜 나는 이 프로젝트에 긴 시간과 자금을 투입했을까. 왜 사람들은 이 콘텐츠에 돈을 내야 할까. 왜 나는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첫째, 나는 어떤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면 좋을 지에 대해서 타깃 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글은 여행자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고로, 나는 책의 제목부터 잘못 지었다. 결과, 나는 독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이 글에 돈을 내야 하는 이유를 말이다.
둘째, 나는 카페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서 과소평가 때로는 과대평가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그들의 이야기를 편집하기는 하였지만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카페 주인들은 모두 커피에 해박하며, 바리스타일 거라는 생각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고, 날씨 따듯한 동남아에 있는 카페라고 해서 그들의 삶 또한 느긋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부지런하다. 살기 위해 부지런하고, 나다워지기 위해서 부지런하다. 커피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도 있지만, 커피가 주력이지 않은 카페도 있다.
셋째, 나는 제대로 된 마케팅 방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책이 나왔어요!라고 홍보를 하기는 했지만 머리를 제대로 쓴 방법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글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도 존재했지만, 다른 출판사들이 얼마나 열심히 책을 만들고 홍보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래서 내가 하는 작업은 그들에 비해서 느슨했다. 분명 시간을 많이 쏟은 작업들이었지만, 혼자서 일한다는 것을 핑계 삼아 때로는 무기 삼아 게을러졌다.
결론적으로, 나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치열하지 않았다.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은 것들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고, 내가 만든 콘텐츠가 제대로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기를 바랐지만, 그 독자들이 어떤 독자들인 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살다 보면 얻어걸리는 것들이 있다. 어떤 콘텐츠는 그냥 쓰윽 써 내려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호응을 많이 받게 되는 것도 있고, 다른 사람의 영향으로 합승해서 그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하지만 얻어걸리는 것들이 많아지면, 그것이 내가 잘해서 생긴 결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 착각이 내게도 배어있었다.
이런 긴 글을 쓰기까지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 작업은 내게 많은 것들을 던져주었다. 매번 고민하고 있을 때마다 그들은 그들이 걸어온 길을 통해서, 그들의 철학과 가치를 보여주었다. 생각보다 많은 위로가 된 글이었다. 인터뷰를 편집하면서 처음과 끝에 나의 의견을 덧붙인다. 인터뷰마다 독자들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 편집자의 시선에서 영감을 받은 것들을 써놓는다. 하나의 코멘트를 달기 위해 꽤 많은 고민을 한다. 깊이 숨을 쉬어 폐까지 공기가 들어가게 하는 것과 같다. 그들의 가치는 콧방울에서 머물지 않는다. 내 안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다시 그들의 이야기를 재편집하려고 한다. 어떤 독자들이 이 글을 읽으면 좋을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가려고 한다.
아직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는 끝나지 않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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