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나는 통영에 갔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by 시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 1화 금요일 저녁 나는 통영에 갔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떴을 때, 나는 이곳이 내가 늘 눈을 뜨던 곳이 아님을 깨달았다. 눈앞에 보인 사다리. 그리고 누군가의 색색거리며 자는 소리. 그리고 내 옆에 비어있는 침대. 누군가 금방 몸을 일으켜 나갔는지 침대 위의 이불은 사람이 쏙 들어가면 다시 깊은 잠에 빠질듯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


내가 눈을 뜨고 있는 걸 보았는지, 화장실에서 나온 여자가 나에게 인사를 한다. 이름이 뭐였더라...


"혹시 어제 제가 코 안 골았나요?"

"아니요, 못 들었어요."

"다행이다. 제가 너무 피곤하면 코를 골거든요. 혹시 불편하셨을까 봐.."


그녀는 방금 씻고 나온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내게 말을 건넸다. 드라이기를 사용하고 싶은 눈치였으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람을 배려하듯 물기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꾹꾹 눌러 닦았다. 정신을 차려야겠다 싶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이불을 가볍게 펄럭이며 정리했다. 사람의 형태를 한 채로 침대를 두고 갔다간, 누군가 그 안으로 들어가 잘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들여다봤다.


어젯밤 일을 마치고 통영으로 왔다. 시간이 되면 통영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시간이 어제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금요일 퇴근길. 바쁜 일상을 보낸 사람들이 주말을 맞이하기 위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지하철에는 그렇게 흘러가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나 역시 그 속에 끼어있었다.


"다음 역은 고속터미널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고속터미널역에는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늘 많은 곳이다. 내 뒤에 있던 사람은 못 내릴까 봐 불안했는지 나를 힘껏 밀쳤다. 간신히 균형을 잡고 가던 내 다리가 그 사람과 함께 휘청거렸다. 그리고 그와 같이 고속터미널역에 내리고 말았다. 나를 밀쳤던 사람은 금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나는 멀뚱히 혼자 서있었다. 문이 닫히고 지하철은 떠났다. 나는 한 번도 금요일 저녁 고속터미널역에 온 적이 없었다. 다시 줄을 서 다음 지하철을 기다릴까 싶었는데, 눈앞에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여자가 보였다.


'어딜 가는 걸까?'


다음 지하철이 곧 들어오려는지 안내방송이 들렸다.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핸드폰을 쳐다보며 걸음을 조금씩 앞으로 옮겼다. 나는 그 여자를 따라 계단으로 올라갔다. 저녁 7시. 서울 고속터미널역에서 통영까지 4시간. 나는 마치 예정되어있던 곳으로 떠나는 사람처럼 걸음을 재촉했다. 자리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통영이요."

"7시 40분 버스 있는데 타시겠어요?"

"네."


숨차게 걸어왔던 터라 목이 말라, 편의점에 들어가 생수를 한 병 집었다. 냉장고 문에 내 모습이 비쳤다. 오늘은 고객과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잘 보여야 하는 자리였던지라 아침부터 신경 쓰고 나왔던 게 갑자기 생각났다. 며칠 전에 사두었던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하늘색 꽃이 곳곳에 그려져 있고, 무릎 아래까지 오는 긴 원피스였다. 날씨가 아직은 추워 재킷을 걸치고 스카프를 목에 둘렀다. 미팅은 잘 끝났다. 고객도 만족했고, 회사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나는 왜 지금 고속버스터미널에 와있을까. 나는 칫솔을 하나 집었다.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위이잉.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여자가 머리를 말리고, 이층에서 잠을 자고 있던 여자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침대에 앉아있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내가 아니라 내가 사용하고 나온 화장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잠이 덜 깼는지 눈을 비비다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눈인사를 나눴다.


"오늘은 어디 가세요?"

"아직 안 정했어요."

"정말요?"

"네.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요."

"아~ "


머리를 말리던 그녀는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분명 어젯밤 나에게 이름을 말해주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흔한 이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주 생소한 이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녀가 다 사용한 드라이기를 이어받아 머리를 말렸다. 어제 입은 원피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모든 것들이 어제와 다를 바 없었지만, 모든 것들이 어제와 달랐다. 휴게실에 나가 간단하게 토스트를 구워서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아침 10시. 이층에서 잠을 잤던 그녀도 휴게실로 걸어 들어오는 게 보인다. 그녀 역시 토스트를 굽고 커피를 한 잔 준비해 테이블에 앉았다.


"혼자 여행 오셨어요?"


이번엔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보았다.


"네."


짧은 그녀의 대답에 어떤 말을 이어가면 좋을지 생각하던 찰나, 이번엔 그녀가 물었다.


"혼자 오셨어요?"

"네."


나는 잠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그녀는 짧은 단발을 하고, 줄무늬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왜 통영에 왔을까?


"통영에 자주 오세요?"

"아니요, 처음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우연히요. 우연히 왔어요."


우연히 통영에 왔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어제의 내가 보였다. 우리는 비슷하게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짧은 단발머리를 했던 그녀는 나에게 짧게 목례를 하더니 골목길을 지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강구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생각나지 않던 그녀는 머리를 말리고 밖으로 나간 뒤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통영포스터1-1.jpg


통영 함께 떠나볼래요?
feat. 먹고, 여행하고, 예술하라
2017.04.28 ~ 04.30 (2박 3일)

참가신청 : https://goo.gl/V69GID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tongyeongtrip

이벤트 : https://www.facebook.com/events/1671596036474648/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