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예나 지금이나 강구안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좋다. 누군가는 수많은 수식어로 강구안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에게는 '좋다'라는 표현 밖에는 달리 이곳을 표현할 길이 없다. 마치 정지용 시인이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의 자연미를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말이다. 통영의 바다는 비릿하지 않다. 잔잔함이 아기가 잠을 자는듯하다. 조용히 잠자는 바다에 고깃배가 묶여있고, 내가 잠들어있는 사이 분주할 고깃배 위의 사람들이 보인다. 거북선이 서있는 문화마당에는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 백석의 통영2
바다를 보며 걷던 길에는 상인들이 부지런히 싱싱한 날것의 생선을 판다. 한 번 보고 가라며 이야기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정겹다. 거리를 걷는 할머니들과 나란히 발걸음을 옮기고, 잠시 그녀들의 뒤에서 허락도 받지 않고 손녀가 되어본다. 그러다 운동화를 파는 가게 앞에서 나는 그녀들의 손녀 노릇을 그만두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흰 운동화를 하나 골라신었다.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남망산 조각공원을 오르는 길은 조금 숨이 찼다. 통영시민문화회관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 걸어본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늘 잊는다. 위로 조금 올라오니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 더 위로 올라가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곳곳에 예술가들이 남겨놓은 글과 조각들이 보인다. 많은 예술가들이 통영을 사랑했다. 통영의 바다를 사랑했고, 사람들을 사랑했고, 한 여인을 사랑했다. 오고 싶었지만 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 눈을 감아도 생각나는 그리움을 작품으로 남긴 사람도 있었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가려는 내 발 밑에 동백꽃이 떨어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니 사방이 동백나무다. 맨질맨질한 잎사귀가 누군가 매일 아침 닦아놓은 듯 햇빛에 반짝였다. 붉은색의 아름다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꽃송이가 땅에 떨어져 있다. 그 아름다움을 손에 올려놓는다.
"할머니는 어떤 꽃이 좋아요?"
"동백꽃이 좋지."
"동백꽃이 왜 좋아요?"
"어머니, 아버지가 생각나거든."
할머니는 동백꽃을 좋아하셨다. 동백꽃을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난다고 하셨다. 하지만 할머니가 사는 곳에는 동백꽃이 피지 않았다. 많은 꽃들이 할머니 손에서 피어났지만, 동백꽃은 기후가 맞지 않아 심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동백꽃은 언제나 기억 속에만 있었다. 할머니의 부모님도 기억 속에만 있었다.
조금 더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 정상까지 올랐다.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좋다. 저 멀리 물살을 가르며 배가 지나간다. 바다가 지나간 자리에 물살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저 아래에서 이곳으로 걸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다른 세상처럼 보였다.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좋다고 생각했다. 산을 보는 마음은 깊어지고, 바다를 보는 마음은 넓어진다. 마음에는 바다를, 주머니에는 동백꽃을 넣고 아래로 내려갔다.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선물로 갖다 드렸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도 할머니는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그리움이 대물림되고 있다.
통영 함께 떠나볼래요?
feat. 먹고, 여행하고, 예술하라
2017.04.28 ~ 04.30 (2박 3일)
참가신청 : https://goo.gl/V69G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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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 https://www.facebook.com/events/1671596036474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