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에 가실래요?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by 시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 3화 미래사에 가실래요?



다시 도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운동화로 갈아 신으니 어디든 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언니~ 언니~ 여기요~"


통영에서 나를 언니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없다. 나는 통영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런데 저 소리는 분명 나를 향한 것이었다.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이름을 기억 못 하는 그녀가 자동차 안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차는 신호 대기 중이었다.


"저 미래사에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고민을 하고 답을 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신호가 곧 바뀔 거 같아 나는 그대로 달려가 그녀의 차에 탔다. 차 문을 닫자마자 신호는 바뀌었고, 나는 운동화를 잘 샀다고 생각했다.


"네. 갈래요."


그녀는 차를 렌트하기 위해 일찍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운전을 하고 있는 그녀는 아침에 머리를 말리던 그녀와는 달라 보였다. 앞자리에 있던 그녀의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저기.. 미안한데 이름 한 번만 더 알려줄 수 있어요?"

"아정이에요. 김아정. 언니는요? 참,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괜찮아요. 저는 유미예요. 이유미."

"그럼, 유미언니라고 부를게요. 말 편하게 해요 우리."


서로 나이는 묻지 않았다. 알고 보니 나보다 언니이거나 혹은 동갑이라고 하더라도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녀는 나를 언니라고 불렀고, 나는 그게 불편하지 않았다. 바다가 빛나고 있었다. 동백잎도 같이 빛나고 있었다. 그녀와 같이 있을 때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녀는 마치 갓 태어난 새처럼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어미새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질문에 이런저런 답변을 해주었다. 그녀는 미래사를 가고 싶어서 통영을 찾았다고 이야기했다.


"미래사를 가고 싶은 이유가 있어요?"

"예전에 미래사에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가족들이랑 간 거라서 그냥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미래사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너무 좋았어요. 그런 느낌 알아요? 와!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 아닌가? 하는 느낌!"


미래사. 그도 미래사를 좋아했다. 아니, 미래사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미래사를 창건한 사람이 구산 스님이라는 분이셔. 그런데 구산 스님에게 절을 만들라고 권한 사람이 효봉 스님이라는 분이시거든? 그런데 효봉 스님의 제자 중에 어떤 분이 있는지 알아? 바로 시인 고은과 법정 스님이야!"


그는 시인 고은을 좋아했다. 아주 오래전 누군가 툭 던지고 간 시집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툭 받은 시집 덕분에 그는 고은을 좋아했다. 그는 이따금 내게 시를 적어주곤 했는데, 그것들은 모두 고은의 시였다.


그럴 수 있다면 정녕 그럴 수만 있다면

갓난아기로 돌아가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왜 없으리.

삶은 저 혼자서

늘 다음의 파도소리를 들어야 한다.

- 고은의 두고 온 시


고은은 일초라는 법명으로 10 년을 살았다. 하지만 그는 다시 고은으로 돌아갔다. 고은을 사랑했던 그도 내 곁에 머물렀던 시간을 정리하고 원래의 그로 다시 돌아갔다. 나는 그가 남겨둔 시와 그대로 남았다.


"저는 법정 스님을 좋아해요."


마치 그녀는 내 생각에 들어와 미래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 생각을 읽었을 리 없지만, 그녀의 목소리로 그에 대한 나의 기억을 멈추게 했다.


"미래사에 다녀와서 미래사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그 이야기에 법정 스님이 등장하더라고요. 저 법정 스님 팬이거든요."

"나도 좋아해요, 법정스님."


나는 법정스님의 책 '무소유'를 소유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내게 '무소유'를 선물해준 친구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한다. 그 아이가 내게 이 책을 선물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법정 스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법정 스님의 책을 시작으로 나는 스님들이 써놓은 글을 읽기 시작했다. 성당에 다니는 내가 성경보다 더 많이 읽은 것이 스님들의 글이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하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나는 스님들이 쓴 글이 좋다.


현대인은 바쁘게 살고 있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밀리고 돈에 추격당하면서 정신없이 산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피로 회복제를 마셔 가며 그저 바쁘게만 뛰어다니려고 한다. 전혀 길들일 줄을 모른다. 그래서 한 정원에 몇 천 그루의 꽃을 가꾸면서도 자기네들이 찾는 걸 거기서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것은 단 한 송이의 꽃이나 한 모금의 물에서도 얻어질 수 있는 것인데.

- 법정 스님의 어린왕자에게 보내는 편지


대화는 드문드문 통영의 바다 빛에 홀려 끊겼다. 햇빛에 비친 바다 색깔은 우리가 지나오는 곳들마다 조금씩 달랐다. 우리는 바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바다. 누군가와 바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라니. 통영의 바다는 우리의 대화를 멈추게도 만들어주었지만, 시작하게도 만들어주었다.


"바다 정말 예쁘죠?"


대답을 하는 대신 바다를 보는 것으로 나는 대답을 다했다. 바다는 예뻤다. 여행을 함께 할 친구도 얻었고, 이야기도 있었으며, 그 언젠가 내 곁을 머물다 떠난 사람의 추억도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강구안에서 30분 정도를 달려 미래사에 도착했다.





통영 함께 떠나볼래요?
feat. 먹고, 여행하고, 예술하라
2017.04.28 ~ 04.30 (2박 3일)

참가신청 : https://goo.gl/V69GID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tongyeongtrip

이벤트 : https://www.facebook.com/events/167159603647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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