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 싶은 따뜻함 '따뜻해따뜻해' 제작일지 1
지난 5월, 나는 우연히 Peevee의 그림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멈췄다. 그의 아트웍(artwork)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너무 좋아서 그 좋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궁금해졌다. 그의 그림을 더 보고 싶었고, 그의 책이 있다면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나는 두근거렸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 나는 무작정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좋아하는 작가로서, 한국의 팬으로서 보내는 첫 메시지였다.
"Hi, Peevee. 나 당신 아트웍(artwork)이 너무 좋아요. 당신만 괜찮다면, 당신의 그림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요. 혹시 책을 낸 적이 있나요?"
"Hi, 은지. 아니요. 오직 온라인을 통해서만 작품을 공개했을 뿐, 책을 낸 적은 없어요."
"그럼 나와 함께 책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그림과 짧은 메시지가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음... 미안하지만 나는 영어를 잘 못해요. 나의 아내와 이야기를 해보겠어요?"
"좋아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아직 책을 출판한 경험이 없었다. 태국에서는 개인전을 열었던 적은 있었지만, 다른 스타일의 그림으로 진행한 것이었다. 영어를 잘 못하는 그를 대신해서, 그의 아내 Wat과 그 이후로 대화를 이어갔다. Wat과 나는 이미 아는 사이였다. 우리는 일전에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를 같이 작업한 경험이 있었고, 나는 그녀의 삶 그 자체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Peevee의 그림 이야기를 할 차례였다.
"HI, Wat. 나는 Peevee의 아트웍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싶어요. 한국에서 말이죠."
"당신 말은 그러니까.. 그의 그림을 한국에서 출판하고 싶다는 말인가요?
"맞아요. 지금 이런 스타일의 아트웍이 몇 장이나 준비되어있죠?"
"지금은 40장 정도 준비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내가 계약서를 준비해서 보낼게요. 검토해주겠어요?"
"좋아요."
처음에는 대화가 쉽게 진행되는 듯했다. 일의 진행이 생각보다 빨라서 놀랄 정도였으니까. Wat과 대화를 마치고, 나는 우리가 함께 만들게 될 책의 계약조건을 정리하여 메시지로 우선 보냈다. 책의 첫 가제는 'Amm's Story'였다. (Amm은 Peevee의 닉네임이다) 그가 상상하는 것, 그가 보고 있는 것이 그림에 아주 잘 녹아져 있었고, 나는 그것이 참 좋았다. 욕심이라고 하면 욕심이었겠지만, 그 욕심을 부리고 싶을 정도로 그의 아트웍이 나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나는 한국에서 1인 출판사로 활동하면서 사실 이렇다 할 큰 성과를 낸 적은 없었다. 내가 만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없었고, 엄청나게 화제몰이를 한 적도 없었다. 그저 내가 만들고 싶은 책들을 하나하나 만들었고, 그렇게 1년 동안 10권의 책을 만들었다. Peevee의 책을 낸다면, 더심플북스의 첫 번째 해외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해외 작가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주 호기로운 도전이었다.
"Hi, Wat. 계약조건을 검토해봤나요?"
"음... Peevee는 책을 만들지 않고, 그의 그림 50장을 당신에게 그냥 팔고 싶다고 하네요. 우리 둘 다 너무 바쁘다 보니,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게 어려워요."
"하지만, 나는 단순히 그의 그림을 사고 싶지는 않아요. 나는 Peevee를 작가로서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요."
"다시 한번 Peevee와 이야기를 해볼게요."
하지만 무엇이 문제였는지, Peevee는 그리 쉽게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다. 어쩐지 일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마치 금방이라도 될 것 같았던 계약은 성사를 눈앞에 두고서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가 사인을 할지도 모를, 또는 안 할지도 모를 계약서를 하나하나 정성껏 작성하여 보냈다. 마음을 조금 비운 상태였다. 욕심을 부리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자, 나는 다시 그의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봐도 참 좋은 그림이었다.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고, 마음 편안해지는, 그래서 더욱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그림이었다. 나는 여태 전자책만 만들어왔지만, 그의 그림이라면 종이책으로도 출간을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그림이라면 말이다. 그렇게 계약서를 보내 놓고 다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태국 일러스트 작가의 책을 만들다
"Hi, 은지. Peevee와 나는 당신과 함께 책을 만들기로 했어요. 우리 같이 만들어봐요."
"와! 정말요? 너무 좋아요 ~~~~!!!"
진심이었다. 나는 너무 좋았다. 그의 그림을 한국에 소개할 수 있게 되다니. 치앙마이에서 All about coffee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Peevee와 Wat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조금 우려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일러스트를 나에게 팔고 책 작업은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를 한국에 작가로서 소개하고 싶었다. 작지 않은 욕심일 수도, 도전일 수도, 힘든 일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 뒤로 함께 책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책이 곧 세상에 나온다.
지금 텀블벅을 통해서 사전 주문을 받고 있다.
태국에 있는 Peevee와 Wat. 한국에 있는 나. 서로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있지만, 우리는 이렇게 같이 맥주를 마시며 일을 한다. 서로의 작업들을 검토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말이다.
01. 태국 일러스트 작가의 책을 만들다 '따뜻해따뜻해'
글 : 문은지 / 그림 : Peevee
출판사 : 더심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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