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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Oct 09. 2017

사람들은 나를
대표로, 기획자로, 강사로 부른다

나는 지금 내 자리를 만드는 중이다



무슨 일 하세요? 


퇴사를 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내 이름 뒤에 대표라는 직함을 달게 된 것도 1년 6개월이 되어간다. 더심플북스라는 사업자를 가지고 있지만, 더심플북스라는 이름보다는 내 이름이 세상에 더 알려지기를 원했다. 새로운 시작을 하며 내가 원했던 건, 문은지라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었다. 나는 항상 소속되어있는 곳의 누구였다. 어느 학교의 누구였고, 어느 회사의 사원, 대리, 팀장이었다. 울타리가 되어줬던 곳을 떠나오면서, 울타리 속에 들어가 있던 나는 얼마나 안전했는가를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세상은 문은지라는 사람을 모르는구나, 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나 역시 세상을 몰랐다. 내가 들어가 있던 울타리 속의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아왔으니까. 오늘의 이야기는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을 아주 짧게 정리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의 답변이다. 




더심플북스 : 1인 출판사가 되다 


내가 가진 사업자는 더심플북스 하나밖에 없다. 그 외 활동하는 모든 것들은 브랜드 네임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현재 활동하고 있는 모든 영역의 범주를 더심플북스라는 하나의 사업자 아래 넣어두었다. 처음엔 출판사였다. 아니, 출판사 하나만 했다. 종이책은 내가 가진 자본금으로는 리스크가 너무 컸기에 전자책으로 시작했다. 나는 출판사에서 일한 경험이 전무하다. 책을 읽을 줄만 알았지, 만드는 방법은 하나도 몰랐다. 더심플북스의 첫 번째 책은 '모바일 여행 가이드북 : 치앙마이'와 '모바일 여행 가이드북 : 태국여행준비'다. 약 40일 동안 서울 자취방에서 집 밖에 잘 안 나가고 집중해서 만든 책이다. PDF로 만든 첫 번째 책은 굉장히 실험적이었기에, 전자책 두 권에 5,000 원에 팔았다. 


전자책을 만들며 텀블벅에서 후원을 같이 받았다. 태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PT와 함께 콜라보를 진행했는데, 주말마다 치앙마이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그의 특징을 살려 같이 작업했다. 절차는 간단하다. '재미있는 초상화 (Funny portrait)'을 받고 싶은 후원자는 사진을 보내고, 나는 사진을 취합하여 PT에게 보냈다. 그러면 PT는 멀리 태국에서 그림을 그려 내게 파일을 보낸다. 나는 전자책과 함께 후원자분들에게 그림을 보낸다. 모든 배송은 이메일로 이루어졌고, 펀딩에 실패할까 봐 후원금을 80만 원으로 책정했는데 다행히 지인분들의 후원으로 펀딩금액을 채울 수 있었다. 


텀블벅을 통해 후원을 받았다 



출판사를 한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대한다. 책을 어떻게 하면 낼 수 있는지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 책 내기는 너무나 쉽다고 대답한다. 대형 출판사에서 원고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나는 독립출판물로 책을 내라고 이야기한다. 종이책이 힘들면 전자책으로 내라고 이야기한다. POD 출판도 잘 되어있으니 그것도 활용해 보라고 이야기한다. 남이 내주지 않으면 내가 직접 내는 방법이 무수히 많다. 전통적인 방법이라는 건 이미 말 그대로 전통적인 방법이다. 시대가 변했고, 책의 개념이 변했고, 만드는 방법은 다양해졌다. 출판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하나도 없는 나도 출판사를 시작해 책을 만들고 책을 내고 그걸로 돈을 번다. 


'나는 네가 그리울 때마다 글을 썼다'라는 작품은 내가 브런치에서 써놓은 글을 묶은 것이다. 써놓은 원고를 다시 한번 편집하여 전자책으로 만들었는데, 작년 추석 연휴 때 작업해서 세상에 내놓았다. ePub 형식으로 처음 만들어본 책이었는데, 가을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지만 리디북스 에세이 분야에서 2위까지 올라서 기분이 좋았다. 그 뒤로도 다양한 기획을 통해 책을 만들고 있다. 출판에 있어 무엇이 정석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다. 




지금은 태국의 일러스트 작가 Peevee와 함께 '따뜻해따뜻해'라는 책을 작업 중이다. 이번에도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고 있다. 종이책과 더불어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보았다. 경기콘텐츠 랩에서 제작비를 일부 지원받아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전자책 출판사를 운영하며 고민이 많았다. 하나의 콘텐츠가 독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많은 방법이 있지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온라인밖에 없었다. 오프라인으로 건너오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 엽서에 전자책 QR코드를 심어 엽서북을 제작했다. 오프라인으로 건너온 것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엽서북 시제품을 전달한다. 전자책을 출간하면서 할 수없었던 일을 요즘 하고 있다. 



글 : 문은지 / 그림 : Peevee

출판사 : 더심플북스 

후원 & 주문 : https://www.tumblbug.com/warmwarm


이번에도 펀딩 성공했으면... 




움직이는팀 : 기획자가 되다 


퇴사 이후, 디지털노마드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때마침 방콕에서 컨퍼런스가 열렸고 그곳에 참석했다. (DNX Global Conference) 한국에 돌아와 '나는 1인기업가다' 팟캐스트에 게스트로 초대되었고, 방송이 끝난 후 뒤풀이 자리에서 디지털노마드 컨퍼런스 이야기가 다시 한번 나왔다. 당시 홍순성 소장님은 디지털노마드 컨퍼런스를 한 번 해보라고 이야기를 꺼냈고, 유지성 대장님은 남들이 하지 않을 때 해보라며 덧붙이셨다. 


'내가 어떻게...'


내 머릿속에서는 이 말만 맴돌았다. 아무리 실행력이 좋은 나라고 하더라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컨퍼런스를 여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행사 기획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10인 10색 1인기업가 생존기'에 참여하여 또 한 번 디지털노마드 컨퍼런스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마드씨에서 활동하는 애나를 만났다. 같이 밥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두 달 뒤 나는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디지털노마드 컨퍼런스를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다. 단, 나 혼자서는 무리였다. 애나에게 연락했다. 같이 한 번 컨퍼런스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노마드씨와 약 3개월 동안 모든 행사 준비를 마치고 '로그디노 2016 : 디지털 노마드 in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디캠프에서 행사를 열었다. '내가 어떻게...'라고 생각하던 그 날의 술자리가 있은지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로그디노 2016 : 디지털 노마드 in 서울


디지털 노마드 컨퍼런스가 열렸던 태국은 디지털 노마드가 일하기 좋은 국가로 뽑은 곳 중에 한 곳이었다. 그중에서 치앙마이가 눈길을 끌었는데, 컨퍼런스가 열렸던 방콕을 떠나 치앙마이에서 3주를 머물렀다. 그곳을 가기 전에 내가 유일하게 읽었던 치앙마이 관련 도서가 치앙마이래빗 작가님의 '치앙마이 그녀를 안아줘'였다. 책을 다 읽고 메일을 보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웹툰 작가로 활동하는 메이타야 언니,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올리브 언니,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하인영 언니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태국 친구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렇게 인연이 되어 일하게 된 작가가 바로 PT였다. 


치앙마이가 좋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글, 그림, 음악 등. 이 사람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물론 처음엔 아주 작게 생각했지만) 우리끼리 전시 & 토크 콘서트를 해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 제안에 모두 흔쾌히 동의하여 3차례에 걸쳐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 일주일 동안 서울에 있는 카페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그것이 바로 '치앙마이가 옵니다 Chiang Mai is coming'이다. 책을 통해 만났던 치앙마이래빗 작가님, 메이타야 언니, 하인영 언니, PT 그리고 치앙마이 노스게이트 재즈바를 운영하는 Oper가 모였다. 당시 <라바 치앙마이> 사진집을 출간한 주이킴 작가님의 사진과 책, 그리고 Junjun Shop&Cafe를 운영하는 Junjun의 핸드메이드 상품도 전시장에서 같이 판매할 수 있게 되어 행사가 더욱 풍성해졌다. 


치앙마이가 옵니다 



행사가 끝나고 통영으로 포상휴가를 떠났고, 포상휴가로 떠난 곳에서 통영라이더 이승민 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또 인연이 되어 '통영 함께 떠나볼래요'라는 여행&문화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시즌 1과 2를 함께 했다. 치앙마이가 옵니다가 끝나고 나서는 아예 치앙마이에서 행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치앙마이로 날아가 '서울이 옵니다 Seoul is coming to Chiang Mai'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열었다. 



2018년 4월 '치앙마이가 옵니다'

2018년 10월 '로그디노 2018 : 디지털 노마드 컨퍼런스'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스텝을 지난 9월에 모집했고, 16년에 함께했던 멤버들이 다시 한번 뭉쳤다. 자기 자리에서 각자 1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함께 하기로 했다.



통영 함께떠나볼래요 시즌 1
통영 함께 떠나볼래요 시즌 2
Seoul is coming to Chiang Mai
Seoul is coming to Chiang Mai




나만의 시간관리법 : 시간관리 컨설턴트가 되다 


앞서 이야기한 두 개의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시간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일은 점점 더 불어나기 시작했고, 늘 시간에 쫓겨 살았다. 순탄한 듯 보이는 내 세상은 아주 빠르게 침몰했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하던 일들을 모두 중단시키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시간관리였다. 나의 모든 시간을 기록했다. 생각까지도. 내가 모르던 나를 시간일지를 통해 발견하게 되었고, 보이지 않던 시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을 어떻게 하면 컨트롤할 수 있을지 실험하기 시작했고, 마치 누군가 나를 보는 것처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만의 시간 데이터를 쌓았을 때, 이 데이터를 토대로 시간관리 강연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한 명이라도 신청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같이 강연을 해본 적은 있어도, 내가 직접 사람들을 모아서 강연을 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 명이 찾아와도 강연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강연 홍보를 하기 위해 미완성의 강연자료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는데, 그 자료가 수많은 공유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 자료를 보고 사람들이 강연을 신청했다. 브런치에 써놓은 시간관리 글 역시 화제가 되어 많은 공유가 일어났다. 한 명, 두 명, 신청자가 늘어났고 그렇게 참가자들을 모아 강연을 시작했다. 강연 피드백을 모아 더 나은 강연을 하기 위해 강연자료를 더 업데이트했고, 시간관리 실험을 계속해나갔다. 시간관리를 주제로 강연을 하시는 강사분들은 정말 많다. 누군가는 시간관리 강연은 너무 흔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강연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시작할 때부터 강연 내용만큼은 자신 있었다. 이건 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번 강연 내용이 바뀐다. 시간관리 실험은 계속되고, 나만의 시간 데이터는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제의 이야기와 오늘의 이야기는 다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르듯이. 


나만의 시간관리법 강연 현장


강연의 확장성을 위해 (재)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통해 KDB 스타트업 프로그램 안에서 '나에게 맞는 시간관리법 찾기'라는 이름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무료 특강으로 진행했던 강연이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폐강만 안 돼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100 명이 넘는 분들이 신청해주셨고, 신청하신 분들이 최대한 많이 들을 수 있도록 하루만 예정되어있던 강연을 이틀에 나눠 진행했다.


12월에는 올해 마지막 '시간관리 3주 프로젝트' 워크숍을 3주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한 명이 와도 워크숍은 진행한다. 워크숍을 통해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사실 상담에 더 가깝다. 인생을 상담하고 가시는 분들도 많다. 그런 분들을 위해 나는 더 고민한다. 더 쉽게, 더 편하게, 그분들에게 작은 변화를 만들어드리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2018년도에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그 외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원데이노마드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브런치에서는 브런치무비패스 작가로 활동한다. 웰컴 프로젝트를 통해 코워킹스페이스 리뷰어로 활동하고, 퇴사학교에서 발행하는 순간퇴사 필진으로 선정되어 원고를 준비 중이다. 앱 개발 기획을 하고 있고, 영상 기획 일을 외주 받아서 하고 있기도 하다. 공모전이나 지원사업이 뜨면 응모하고 선정되면 그 작업을 또 이어서 한다. 




사람들은 나를 대표로, 기획자로, 강사로 부른다 


사람들은 나를 다양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하는지 궁금해했고, 그래서 진짜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했고, 밥은 먹고 사는지 궁금해했다.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고, 대단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대표로, 기획자로, 강사로 부른다. 내가 하는 일은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범주에 들어간다. 나는 혼자지만, 혼자 일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진짜 하는 일이란 건 없다. 내가 하는 일 중에 가짜 일은 없으니까. 한 가지 일에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다양한 일에 관심을 배분한다. 내가 1인 출판사로 일한다고 하여 내 모든 인생을 거기에 걸지 않는다. 내가 기획 일을 하면서 출판사 일을 한다고 하여 기획 일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전업 강사가 아니라고 하여 강사가 아닌 것도 아니다. 모든 일은 연관되어있다. 


출판사에서 기획한 콘텐츠를 가지고 책을 만들고 행사를 기획한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다 보니 당연히 시간관리가 필요하다. 어떻게 시간을 써야 할지 고민하고 그 실험에 따른다. 책도 한 권 나오고, 행사도 하고, 시간관리 실험도 한다. 시간관리 실험은 또다시 콘텐츠가 된다. 혼자 하기 힘든 일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배워서 혼자 한다. 대단할 것도, 부러워할 것도 없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실행이 빠를 뿐이다. 


내가 예전에 살았던 세상에서 나는 좀 특이한 존재였다. 회사 일 하나 하기도 바쁜데 무슨 모임에 나갈 에너지가 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한 가지 직업을 가지는 게 당연한 세상이었고, 다양한 관심은 헛짓처럼 비쳤다. 나의 다양한 관심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곳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나 역시 한 가지 꿈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마치 모든 염원을 모아도 그 꿈을 이루기에는 부족한 듯 보였다. 하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다르다. 물론, 아직까지도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서 이렇게 긴 글을 쓴 거지만, 나는 지금 하나의 일을 하기도 하고 여러 일을 하기도 한다. 모든 일은 연관되어있다. 다만, 그 결과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에 내놓을 뿐이다. 


나는 문은지다. 어렸을 때는 흔하디 흔한 내 이름이 싫었지만, 소속을 버리고 이름을 앞에 내놓는 순간 나는 조금 자유로워졌다. 누군가는 나를 '은지 님'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것도 좋다. 뒤에 붙는 직함이 바뀐다고 하여 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자리도 알고보면 사람이 만든 게 아닌가. 나는 지금 내 자리를 만드는 중이다. 내가 앉을 자리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아직 이 곳에 이야기하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가 내게는 많다. 2018년도에는 내가 앉을 자리를 하나 더 만들 예정이다. 어쩌면 두 개일지도.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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