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 싶은 따뜻함 '따뜻해따뜻해' 제작일지
따뜻해따뜻해는 11월 17일까지 텀블벅에서 펀딩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보다 내일 더 따뜻해지시라고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https://www.tumblbug.com/warmwarm
플리마켓에 나갔다. 플리마켓에 나갔다는 친구의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고, 요즘 플리마켓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세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자세히 몰랐고, 내가 셀러가 될 거라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셀러가 되어 플리마켓에 나갔다. 내게는 팔아야 하는 상품이 있었고, 그 상품을 팔아야 내 방에서 나와 함께 자고 있는 택배 상자를 치울 수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셀러 신청만 한 채로 플리마켓에 나갔다.
주최 측에서 테이블 하나와 의자 두 개를 제공해주었다. 하지만 그 의자에는 몇 번 앉지 못했다. 아니 앉을 수가 없었다. 의자에 앉으면 손님과 나의 눈높이가 맞지 않을뿐더러 시선을 끌기에도 어려웠다. 그래서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서서 손님들을 맞았다. 오늘 몇 개를 팔 수 있을지는 잘 모르지만, 인사를 잘하자고 생각했다. 다른 건 못해도 인사는 잘할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나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나중에는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2018년도 캘린더와 엽서 보고 가세요 ~"
따뜻해따뜻해는 내가 최근 가장 공들여서 작업하고 있는 콘텐츠다. 작품은 너무 좋은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많이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12월 출간을 앞두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자고 생각했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 이 상품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우리가 같이 작업을 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림을 보고 찾아왔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글을 보며 좋아했고, 그리고 작가가 작업을 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들고 나온 상품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처음의 어색함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종이책이 나오면 사겠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엽서와 캘린더를 보면서 친구, 가족, 연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처음엔 일방적이었던 나의 설명이, 나중에는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가 되었고, 우리는 어느새 같이 웃고 있었다.
주말을 같이 즐기는 친구, 연인, 가족, 그리고 혼자인 사람들을 만났다. 관심 있게 지켜보다 구매까지 이어진 사람도 있었고, 관심은 보였으나 구매는 하지 않은 사람, 그리고 어떠한 관심도 보이지 않았던 사람도 있었다. 구매까지 이어진 사람들의 경우, 대체로 30 ~ 40대 여성분들이 많았다.
01. 할머니 1
할머니 한 분이 길을 걷고 계시다가 따뜻해따뜻해 우드월 캘린더 (벽걸이 캘린더)를 보시고는 걸음을 멈추셨다. 벽걸이 캘린더에 들어있는 그림을 보시더니 너무 예쁘다며 웃으셨는데, 때마침 사람이 많지 않아 할머니에게 그림을 하나하나 설명해드릴 수 있었다. 할머니는 설명을 들을 때마다 너무 좋아하셨고, 그 모습이 정말 소녀 같았다. 꽃, 나무, 풀을 소재로 한 Peevee의 작품은 할머니를 정말 따뜻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 오려던 게 아니고, 어디 가는 길인데 이게 너무 예뻐서 좀 봤어요."
나는 할머니에게 따뜻해따뜻해 엽서 중에서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그림을 몇 장 골라 선물로 드렸다. 할머니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놀라워하면서도 기뻐하셨고, 나는 따뜻한 하루 보내시라며 인사를 드렸다. 누군가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02. 여자 1
정리할 시간이 다가와 짐을 하나 둘 캐리어에 넣었다. 그때 한 여자분이 다가와 따뜻해따뜻해 상품들을 하나하나 보셨다. 작품은 좋아하시는 듯 보였지만, 사실 상품 평가는 안 좋았다.
"가격이 너무 비싸네."
"벽걸이 캘린더 글씨가 너무 작은데, 이건 젊은 사람들만 보라는 건가? 배려가 없네."
그래서 사실 안 사실 줄 알았다. 작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엽서 한 장 사시는 분도 많았고, 그마저도 안 사시고 그냥 가시는 손님들도 많았는데, 평가조차 안 좋으니 당연히 구매까지 이어지는 건 너무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비싸다고 이야기했던 따뜻해따뜻해 우드월 캘린더를 사시는 게 아닌가. 하물며 응원까지 해주셨다.
"열심히 해요. 응원할게요."
츤데레 손님을 만난 게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던 분이셨다.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아무래도 당황하게 되고, 주저하게 되는데, 늘 좋게만 평가해줬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가 내가 보지 못했던 다른 면을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내가 만든 콘텐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나는 어제 그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였을까. 초보 셀러라는 게 너무 티 나는 하루였지만, 그래도 자신의 콘텐츠를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열심인 사람으로 보였을까?
03. 남자 1
나의 첫 손님은 어떤 남자분이셨다. 반대편에서 성큼성큼 한 남자분이 다가와 따뜻해따뜻해 비트윈 캘린더 (탁상달력)을 구매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가격도 물어보시지 않고, 하나 사시겠다고 하시길래 조금 놀랐다. 내가 아까 이 분께 상품을 설명해드렸던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뭔가 큰 결심을 한 사람처럼 다가와 상품을 구매하셨다.
"그림도 좋고, 필요하기도 하고요."
뭔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그 모습이 너무 고마웠는데,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경황이 없어 아무것도 챙겨주지 못했다.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진짜 뭐라도 하나 더 챙겨드릴 텐데...
2018년도 달력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벌써 2018년도인가?'라는 말을 하며 지나갔다. 옆에서 같이 물건을 판매하여 친해진 셀러와 이 주제를 두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에 맞춰 빠르게 상품을 제작하고 선보이지만, 생각보다 소비자들은 그것에 둔감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제 2018년도가 되려면 두 달밖에 안 남았다. 지금 책상 위에 둔 캘린더도 바꿀 때가 다가오고, 그에 맞춰서 빠르게 캘린더를 제작하여 선보인 것인데 어제는 의도치 않게 하루 종일 캘린더를 본 사람들에게 얼마 남지 않은 2017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글 : 문은지 / 그림 : Peevee
출판사 : 더심플북스
후원 & 주문 : https://www.tumblbug.com/warmwa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