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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Oct 09. 2017

따뜻한 도움으로 만들어진
따뜻해따뜻해 시제품 촬영 현장

곁에 두고 싶은 따뜻함 '따뜻해따뜻해' 제작일지



도와드릴게요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 있으면 돕고 싶네요" 


따뜻해따뜻해 북트레일러 제작일지 글을 쓰고 얼마 되지 않아 페이스북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따뜻해따뜻해 프로젝트를 도와주겠다는 그 말에 너무 고마웠으나 지나가는 말이 아닐까 생각되어 또한 망설이기도 했다. 혼자서 모든 것들을 하려다 보니 힘이 조금 부치는 시기였다. 지나가는 말이라도 고마웠다. 답글을 달았다. 도와주신다면 너무 좋을 거 같다는 진짜 진심 담은 답변. 


"안녕하세요 1인 기업가 포럼에서 뵌 적 있는 거 같은데, 페북에서 잘 보고 있습니다. 요즘 영상/사진 작업 중이신 거 같아서 조금이나마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있음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얼마 뒤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고, 우리가 일전에 얼굴을 봤던 사이라는 것에 더 놀랐다. '조수빈' 이름이 낯설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눴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연락처를 뒤져보니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전화번호도 갖고 있었다. 명함을 주고받았으나 기억에 없는 사람. 누굴까. 머릿속에는 기억을 더듬는 손이 계속해서 뇌의 이곳저곳을 쓰다듬고 다녔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도움 주시면 너무 좋지만, 사실 제가 페이를 지급을 할 수 있는 여력은 되지 않아서 선뜩 도와 달라고 말씀은 못 드려요. 그래서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메시지 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진심이었다. 마음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가. 페이를 정당히 지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어떻게든 혼자서 해보자고 생각했고, 마음만 받자고 생각했다.


"도와 드릴 때 페이는 생각 안 하고 있었어요. 활동하시는 부분에서 배울 점이 많은 거 같아서 이런 계기로 인사드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화 그리고 시제품 촬영 


정말 고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약속을 잡았다. 우리는 10월 5일에 메시지를 주고받고, 10월 8일 만났다. 촬영을 들어가기 전에 잠시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언제 스쳐 지나갔었는지 그 기억을 찾고 싶었다. 2016년 12월 21일 1인 기업가 포럼이 열린 날이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모임이 끝날 시간이 다 되어 자리를 정리하던 찰나였다. 내 주변에서 사람들이 끝나기 전에 부랴부랴 명함을 주고받았고, 나도 덩달아 거기에 끼어 명함을 주고받았다. 나와 조수빈 님은 그때 명함을 주고받은 사이였다. 그러니 얼굴이 제대로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약 1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성별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지점이 있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대화 호흡이 잘 맞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핑퐁처럼 말이다. 내가 서브를 던지면 상대방이 그 서브를 받는다. 그리고 내가 다시 던지면 상대방이 이어서 또 던진다. 그 날의 대화가 그러했다. 


사진촬영 중인 조수빈 작가님의 뒷모습



대화가 끝난 후 촬영이 시작됐고, 따뜻해따뜻해 탁상달력 촬영을 부탁했다. 조수빈 님이 탁상달력을 찍는 동안, 나는 한쪽에서 엽서들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나는 영... 사진을 찍는 감각이 없는 건가? 아무리 찍어도 예쁘게 나오지 않아 시무룩하는 동안 촬영이 끝났다. 근처 카페에서 추가 촬영을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잠시 또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온라인에서는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기 너무 쉽다는 생각이 최근 더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내 모습도 혹시 부풀려 보이는 건 아닐까 염려되던 요즘이었다. 아무리 아등바등하면서 산다고 해도, 그 아등바등 까지도 멋지다고 이야기하면 정말 할 말이 없다. 추석 연휴 내내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것이 아직 나의 현실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은 알까?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 사이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빈 잔을 앞에 두었을 때 다시 추가 촬영을 했다. 카페 내부에 식물과 꽃이 많아 따뜻해따뜻해 콘셉트와도 잘 어울렸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같이 식사를 한 뒤에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인사를 뒤로하고 헤어졌다. 


오후 무렵 시제품 촬영 사진이 메일로 도착했다. 따뜻해따뜻해 비트윈 캘린더(탁상달력)의 예쁜 모습이 정말 잘 담긴 사진들이었다. 바로 시제품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 페이스북과 인스타에 올렸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미 펀딩을 마친 사람들도 그리고 고민하던 사람들도 사진 덕분에 따뜻해따뜻해 프로젝트를 조금 더 좋게 봐주기 시작했다. 후원을 하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 목표금액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때로는 아주 작은 사건이 재미있는 만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주 작은 연결이 만들어낸 만남을 기록하고자 긴 이야기를 써보았다. 

예쁘게 나온 따뜻해따뜻해 비트윈 캘린더도 자랑할 겸. 




당신의 곁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따뜻해따뜻해 비트윈 캘린더 2018 





'따뜻해따뜻해' 제작일지


01. 태국 일러스트 작가의 책을 만들다 '따뜻해따뜻해'

02. 당신에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만드세요

03. 제가 당신을 위해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04. 따뜻해따뜻해 북트레일러 제작일지 





따뜻해따뜻해


글 : 문은지 / 그림 : Peevee

출판사 : 더심플북스 

후원 & 주문 : https://www.tumblbug.com/warmw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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