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말 빼고는 매일 글을 쓴다.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은 많을텐데, 사람마다 이유가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글을 쓰고, 어떤 사람은 취업하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인생에서 너무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은 글쓰기를 통해 그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기도 한다. 또한 일기처럼 삶의 기록으로서 글을 쓰기도 한다. '글쓰기'라는 같은 말로 표현되기 때문에 같은 행동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글이 적힌다'라는 물리적인 결과는 같지만 글을 쓰는 동기와 우리 마음에 작용하는 심적인 결과는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는 나를 다스리는 도구로서 글을 사용한다. 많은 IT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산만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있다. 이런 환경에서 몇 년을 보내고 나면 원래 산만하지 않았던 사람도 산만하게 된다. 집중력이 높았던 사람이든 높지 않았던 사람이든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슬랙을 견뎌낼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과 생각 사이에 빈틈이 있어야 하는데, 빈틈이 없는 것도 모자라 생각과 생각이 중첩되어서 항상 여러 생각을 동시에 한다. 여러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것은 능력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천천히 집중력과 자제력과 깊은 사고를 하는 능력이 사라져간다. 결과적으로 불안이라는 감정이 짙게 깔리게 된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무의식적으로 다른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동과 생각의 불일치로 인해 고통스러운 삶이 펼쳐진다.
생각은 무작위로 떠오른다. 그렇다고 해서 글을 무작위로 쓸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이렇게 글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 밥을 먹고 싶다. 그런데 청소를 하고 싶기도 하다. 지나가다 보니 창문을 열고자 한다. 창문을 열려고 다가가니 운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하는 생각을 하니 헬스장에 가야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는데 그 동안 빨래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오르는대로 글을 쓰면 사실 그 결과가 글이 아니게 된다. 글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그리고 문단과 문단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무작위로 떠오르는 생각은 나라는 자아를 공유하지만 서로 그닥 관련이 없다. 따라서 산만한 생각들을 글로 옮길 수 없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생각을 그대로 끄집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아주 단순한 일을 반복적으로 한다. 왜 그런 방식으로 수련을 할까? 아마도 생각이나 마음이 단순한 일과 쉽게 비교가 되면서 수련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대상이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의 생각과 마음을 돌아보게 하고 날뛰지 않게 만들어준다. 글을 쓰면 아무 생각이나 할 수가 없다. 문장 다음에 어떤 문장이 나와야할지 생각을 하기 때문에 갑자기 빨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글을 쓰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나의 생각이 조금씩 다듬어져 가는 것이다.
어떤 수련이든 수련은 쉽지 않다. 수련은 몸과 마음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고 특히나 마음이 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이 쉽다면 그건 이미 수련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아직 글쓰기가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글을 쓰는 수련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