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과 책임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회사의 문화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한다. 나의 부모님 세대에서는 좋은 직원이란 상사가 원하는 걸 누구보다 잘 캐치하고 만족하게 하는 사람을 말했다.
하지만 고객, 제품, 시장과 같은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지 못했던 덩치만 큰 회사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혁신적인 회사들이 나타나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직원의 모습과 회사의 문화가 달라졌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 한국의 기업들도 자율과 책임, 신뢰와 충돌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아마도 넷플릭스, 구글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하지만 정말로 왜 이런 문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있는 조직이 얼마나 될까?
정말로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originality가 생겨나고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밀어붙일 수 있다.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또한 사업은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하는 것인데 이 세상의 10년 뒤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성공적이고 위대한 기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만약 3명의 사람이 함께 모여서 일 하는데 사실 1명의 생각으로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을 해보자. 우리는 이런 조직을 이상적인 조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3명이 모여서 일할 때 집단 지성을 발휘하고 동일한 비전으로 서로를 자극해서 몇 배 큰 상대도 이길 수 있는 조직이다. 우리가 300이나 어벤저스 영화를 보고 느끼는 바로 그것 말이다. 하지만 통제를 한다면 3명의 조직에서 나머지 2명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1명이 정말로 뛰어나서 100명 분의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 사람이 전문성을 가진 단 한 가지 분야에 대해서만 그렇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분야가 몇 개나 될까? 개발, 디자인, 기획, 채용, 재무, 위기 대응, 마케팅, 시장 조사, 운영 등등 끝없이 나열할 수 있다.
구글에서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를 꼽자면 많은 사람들이 제프 딘이라고 말할 것이다. 만약 구글에 제프 딘만 있었다면 현재의 구글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누군가 기술에 집중할 때 누군가는 미래를 보고 대비해야 하고 뛰어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어야 하고 누군가는 밀물처럼 들어오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는 한 가지만 뛰어난 경우가 많다. 기술력만 뛰어나거나 기획만 잘하거나 비전만 혁신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대한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 한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려면 모든 면에서 뛰어난 한 명의 리더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이건 불가능하다!) 각 면에서 뛰어난 사람들이 한 곳에서 모여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만 하고 다른 사람이 보는 것만 본다고 가정하자. 그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 100 퍼센트 중에 50 퍼센트도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각자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하라고 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했을 때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는 행동일 때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
부모님이 의대에 가라고 해서가 아니라 아픈 사람들을 위해 의대에 가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누가 더 훌륭한 의사가 될 거라고 기대하는가? 이것은 일종의 믿음인데,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사람이 결국은 더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자신이 될 수 있는 최선의 자신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위대한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는 누구나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 도전적인 목표이다. 도전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 면에서 뛰어난 동료가 함께 해야 한다. 가장 뛰어난 동료는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사람이며 자신의 잠재력을 100% 끌어내는 사람이다.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서 잠재력을 발휘하는 사람에게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문화는 스스로 동기부여를 못하는 사람이 아닌 이 뛰어난 동료에게 맞춰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동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할 때 서로가 시너지를 내서 100%를 넘는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율과 책임은 뛰어난 사람들이 가진 특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정말 뛰어난 사람들은 자유가 있는 환경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 규율에 따라 일을 한다. 자신이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사람은 자유가 있는 환경에서 책임감 없이 놀기만 하거나 회사를 이용하거나 하지 않는다. 아픈 사람들을 위해 의대를 가려고 하는 사람은 분명한 목표가 있고 동기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놀 수 있는 상황에서도 놀지 않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을 할 것이다. 만약 뛰어난 동료가 옆에 있다면 그가 자유로운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발전을 이뤄낼지가 궁금해야지 자유로운 환경을 악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뛰어나지 못한 사람에게는 자유가 적합하지 못하니까 책임감이 필요하고 그래서 자율이다'라는 식으로 자율과 책임 문화를 해석하면 안 된다. 문화는 함께 모여있는 동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자율과 책임은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을 잘못 이해하면 안 된다. 자율과 책임을 내재화하고 있지 못한 사람에게 자율과 책임의 문화를 주입하려고 하는 것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각자에게 맞는 조직이 있는 법이고 각 조직에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채용이 중요하다. 과감하게 채용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몇 개 안 되는 것 중에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누구를 채용하는지가 회사의 3년 뒤 5년 뒤의 모습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만약 1-2년만 하고 말 일이라면 당장 현재 필요한 일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보고 뽑을 수 있다.
하지만 이루려는 목표가 10년 그 이상이 걸린다면 지금 채용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중요하다. 또한 현재 채용하는 사람들이 그다음에 들어올 사람들을 결정하기 때문에 더욱더 중요하다. 물론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마치 부모가 되는 것처럼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채용에 서투를 수 있다. 그럼에도 채용의 목표 및 수준을 절대 낮추면 안 된다.
서비스가 성장하고 회사가 커지면서 복잡도가 증가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채용에 대한 원칙, 사업 확장에 대한 원칙, 미래에 대한 투자의 원칙 등 경영의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
원칙과 통제는 엄연하게 다르다. 이런 원칙을 세우는 것은 조직의 리더가 하는 일이다. 짐 콜린스가 쓴 책인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그리고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보면 회사가 위대한 기업이 되는 것과 위대한 기업이 사라지게 만드는데 리더가 내리는 의사결정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만약 직원들에게 충분한 자유를 주고 그들을 신뢰하는 것이 힘들다면 현재 채용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채용을 하기 위해 원칙을 세워야 한다. 회사의 문화는 회사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에게 맞춰야 한다.
HP의 공동 창업자인 패커드가 한 말이 유명해져서 패커드 법칙이라고 불리는 법칙이 있다. 다음이 패커드 법칙이다.
그 어떤 기업도 성장을 실현하고 나아가 위대한 회사를 만들어갈 적임자를 충분히 확보하는 능력 이상으로 계속해서 수익을 빠르게 늘려갈 수 없다
대부분의 회사는 기회가 적어서 망하지 않고 기회가 많아서 소화불량으로 망한다고 한다. 위대한 기업의 기반은 자신을 통제할 수 있고 동기를 부여하는 인재이다.
만약 적임자를 찾았다면,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