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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Nov 28. 2021

OKR이 일으키는 변화

존 도어의 OKR 책을 읽고 실제로 적용하게 된 지 2년이 되었다. OKR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많은 논의를 했었지만 아직도 OKR이 명확히 무엇이다가 와닿지 않는 면이 많다. 사람마다 생각도 많이 다른 것 같다.


OKR이라는 도구를 도입하는 건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OKR을 통해 어떤 변화를 얻고 싶은 걸까? 이 질문을 답하다 보면 OKR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OKR은 도전적인 목표와 그 목표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결과를 통해 팀의 목표를 정하도록 한다. 그 목표는 도전적이어야 하고 KR을 통해서 측정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OKR을 정할 때 혼란이 많이 있다. 그냥 도전적이라고 생각한 목표를 정하면 되는 건가? 분기마다 OKR을 정한다면 분기에 달성 가능한 것을 목표로 정해야 하는가? 와 같은 혼란이 생긴다.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큰 투자가 필요하다. 도전적인 목표일수록 달성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투자가 얼마나 필요할까?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이런 문제들을 정말로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문제가 도전적일수록 더 예측은 어렵다. 따라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짜고 각 팀이 분기별로 달성해야 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는 KPI 시스템은 원대한 목표와 잘 맞지 않는다.


OKR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살아왔던 삶을 한 번 돌아봤다. 왜냐하면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이 수많은 목표 설정과 달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만약 고등학생이 당장의 중간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해보자. 그럴 땐, 남은 기간을 산출해서 하루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계하고 그걸 하나씩 달성해나가는 식으로 목표를 설정할 것이다.


하지만 점점 더 큰 목표로 가면 어떨까? 좋은 대학을 가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로드맵을 짜고 해야 할 일대로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훌륭한 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목표는 어떨까?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목표는 어떨까? 똑같은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


점점 더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목표를 설정할수록 예상은 점점 부정확해지고 사실상 예상하는 행위는 무의미해진다. 시간만큼 불확실성을 가진 것도 없지 않을까. 이것이 어떻게 보면 위대하고 원대한 목표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사람은 좀 더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


만약 당장 달성 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설정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기적 투자보다는 단기적 시각으로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목표만 달성하면 되기 때문에 눈에 뻔히 보이는 문제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퍼져나간다면 조직의 성장은 멈출 수밖에 없다. 아니 상대적으로 느리게 성장할 것이다. 이것이 더 큰 문제이다.


또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자. 사회생활을 하는 어떤 직장인이 연봉을 높이고 싶다고 해보자. 적당히 회사에서 중간만 간다고 하면 연봉은 조금씩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만약 3억의 연봉을 받고 싶다면 어떨까? 만약 10억의 연봉을 받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런 목표를 생각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어쩌면 창업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OKR을 이야기할 때 70% 정도로 실패할 목표를 설정하라고 한다. 아마도 조직에서 30% 정도 성공은 유지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정도를 생각하면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본질적으로 KPI와 다를 바가 없다. 결국 달성 가능한 정도를 보고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달성 불가능한 것을 목표로 정하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평가를 OKR의 KR로서 달성했는지를 평가하게 되는데 이건 정말로 의미가 없다. 분기마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해버렸다면 이미 OKR이 아니지 않을까? 다시 훌륭한 인격체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 고등학생을 떠올려보자. 이 고등학생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훌륭한 인격체를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는 목표 즉 방향성을 정하고 그 방향대로 우직하게 걸어가는 것이다.


즉, 평가는 오직 어제의 나와만 해야 하는 것이다. 원대한 목표는 행동과 사고의 변화를 이끌고 이는 매일매일 달라지는 나와 조직으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따라서 어제보다 오늘 우리는 목표에 가까워졌는가 그 하나만으로 측정해야 한다. KR을 달성했는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제보다 오늘 목표에 더 가까워졌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것은 검증된 학습으로서 알 수 있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그로부터 학습을 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실험은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점진적으로 앞으로 나가는 과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원대한 목표와 실험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원대한 목표와 어제의 나보다 더 목표에 가까워진 나. 이 두 가지를 통해 위대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회사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인생 또한 이런 철학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미래는 훨씬 더 발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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