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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Jul 18. 2022

팀으로서 일한다는 것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것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일이라는 것을 매개체로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한다면 동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한다. 그 관계가 항상 즐겁지는 않다. 동료 때문에 하기 싫던 일도 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동료 때문에 하고 싶던 일도 하기 싫어지기도 한다. 동료 때문에 일이 재밌어지고 출근이 기다려진다면 팀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실제 출근이 싫고 팀원이 꼴 보기 싫은 경우가 훨씬 많다. 왜 우리는 팀으로 일하기 어려운 걸까?


내가 팀으로 일했다고 생각한 경우는 대학생 때 복싱 동아리를 했을 때였다. 정말로 하나의 팀이 되면 이렇겠구나라는 것을 직접 경험을 해보고 나니, 회사에서 경험하는 팀이라는 것이 충분히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동아리의 운영하는 운영진 누구도 자신의 이권을 주장하지 않았고 각자 알아서 자신이 할 일을 찾아서 했다. 진심으로 서로의 역량을 존중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동아리 역사상 가장 황금기를 보낼 수 있었다.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2번씩 하고 2년 연속 MVP도 배출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서로 진심으로 승리를 축하해주고 졌을 땐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분노했던 것이다.


아마도 복싱 대회가 동아리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이지 않았나 싶다. 함께 도전할 수 있는 목표는 우리로 하여금 팀에 소속되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를 가지고 있고 무엇에 도전하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어디에 쓸지 결정할 수 있다. 특히나 뛰어난 사람들은 더욱더 그렇다. 전국 대회는 우리에게 도전정신을 일깨워주고 서로를 도와주도록 했다. 스스로 공동의 목표에 헌신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모이기만 하면 복싱 이야기를 하고 복싱 이야기로만 밤을 새울 때도 있었다. 공통의 관심사와 공통의 목표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줬던 것 같다.


회사에서는 각자가 일을 하게 하는 동기가 전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돈 때문에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은 승진을 위해서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은 인정을 받고 싶어서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은 대단한 걸 만들고 싶어서 일을 한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하나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묶는 것이 좋은 일일까? 회사가 스포츠팀과 같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나도 반반인 것 같다. 규모가 커질수록 사람은 책임감을 잃고 자신이 얻어가는 것을 더 크게 생각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각 구성원이 전체를 생각할 수 있어야 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스포츠팀이 팀일 수 있는 이유는 개개인이 죽고 사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이기거나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회사가 잘되고 말고에 큰 관심이 없다. 당장 내가 이번 달 받을 월급과 연말에 받을 보너스가 중요할 것이다. 대부분의 스포츠팀을 보면 10명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 1000명이 넘어가는 회사에서 스포츠팀처럼 일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경영이 아니기 때문에 작은 팀을 생각해보자. 실제로 팀의 크기는 10명 넘짓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일을 한다고 해서 그들이 같은 팀인 것이 아니다.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각자 채워주고 있어야 한다. 만약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거기서 사람들이 더 늘어봤자 팀으로 일하기 어렵다. 단지 사장으로서 직원을 고용해서 일을 시킬 뿐이다. 따라서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어렵고 도전적인 일을 할 때야 팀이 생겨난다. 아마도 그걸 비전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비전이 있고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면 팀으로서 일하는데 반은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시작은 힘차게 했지만 그 팀이 유지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비전은 이상적이고 멀게만 느껴지고 내 현실은 똥통 같아서 점점 비전에 대해 의구심이 늘어난다면, 팀이 생명을 잃고 있는 것이다. 비전이 팀을 시작하게 해 주지만 비전이 팀을 유지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느낀다. 만약 비전이 팀을 유지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하면 멋진 비전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와해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보다 더 큰 무엇인가에 소속되고 싶어한다. 사람은 비전에 소속되지 않는다. 사람은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속된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은 개개인으로서 존재하고 성장하고 싶어한다. 젊고 열정적인 사람들은 성장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팀으로서 발전하지 못한다면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개개인으로서 살아남기를 선택할 것이다. 비전이 먼 것은 괜찮다. 하지만 팀이 하루하루 발전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누가 서열을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레 서열이 형성되는 것은 이러한 인간의 본능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 곳에서 꼭 필요한 사람인가?를 지속적으로 물어보게 된다. 그래서 팀이 계속 유지되려면 꼭 필요한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목적조직으로 조직 체계를 구성하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놨을 때 목적을 이루기 더 쉽기 때문이다.


비전을 통해 형성된 팀에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모았다면 팀이 잘 유지가 되고 다들 즐겁게 일할까? 그렇지 않다. 위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소속되고 싶어 하면서도 개개인으로서 생존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팀으로서 성공하면서도 개인도 같이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걸 시스템적으로 풀은 방법이 스톡옵션일 것이다. 누군가 누구를 평가할 필요가 없이 전체가 성공하면 자연스레 개개인도 성공할 수 있는 보상 시스템이다.


보상 이외에도 개개인으로의 생존에는 성장의 욕구도 들어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더 성장하고 싶은데, 성장하려면 피드백이 필요하다. 같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있다면 피드백을 주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있기 때문에 피드백을 주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신뢰와 충돌이라는 것이 바로 이 방법일 것이다.


우리 중에 해당 분야를 가장 잘 알고 잘 할 것이라고 신뢰한 상황에서 그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피드백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것이다. 신뢰만 한다면 생각보다 피드백을 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그 피드백을 수용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피드백을 듣는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단지 서로는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뿐이다. 가끔은 더 잘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어서 단지 살짝 그걸 이야기만 해줘도 될 때가 있다.


팀으로서 일하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 도달했다. 바로 서로를 신뢰하는 것이다. 신뢰를 하려면 우선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신뢰를 다른 말로 하면 믿음이다. 믿음은 역사가 아니다. 역사는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것이다. 믿음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를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믿음을 가지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을 도박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은 사람은 신뢰를 보냈을 때 실제로 그 신뢰에 응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항상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뢰가 깨질 수 있는 상황이 생길지라도 용기를 내서 믿는 것이다. 서로를 신뢰한다는 것은 이만큼 어려운 일이고 따라서 팀이 정말 팀이 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연약하기 때문에 아무리 용기를 내도 변화가 없거나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면 신뢰가 조금씩 무너진다.


각 구성원은 따라서 서로를 믿을 책임이 있으면서도 서로의 믿음에 보답할 책임도 존재한다. 사람은 같은 일이 여러 번 이뤄지면 패턴이라고 인식한다. 따라서 “이래서 내가 믿었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여러 번 일어난다면 지속적으로 신뢰는 유지될 수가 있다. 또한 이럴 때 우리는 일종의 희열을 느끼면서 이 팀에서 일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전을 이룰만한 힘이 팀 안에 느껴진다.


누구나 팀으로서 일하는 경험을 가지고 싶어한다. 인간은 자신보다 큰 무엇인가에 온전히 소속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으로서 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지금 일하는 팀이 하나로 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은 온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따라서 나부터 팀으로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팀이 변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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