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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Nov 20. 2017

영화 <플립>
내가 가야 할 길을 비추다

영화후기


영화 <플립> 내가 가야할 길을 비추다   



내가 줄리 베이커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개인적으로 줄리 베이커(매들린 캐롤)와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이성적으로 이상형에 가깝다. 물론 친구로서도 좋다. 쳇 던컨의 말을 빌리자면, 줄리는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알맹이가 있는 사람이 좋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흔하지만, 알맹이가 있는 사람은 주위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알맹이가 있는 사람? 어떤 사람을 뜻하는 걸까.     



일단 ‘알맹이’란 표현이 영화에 나온다. 브라이스 로스키(캘런 맥오리피)는 줄리를 떼어내기 위해 보란 듯이 ‘최고 인기녀’ 셰리에게 접근하는데, 이를 보고 줄리는 화가 북받쳐 세리에게 ‘알맹이 없는 여자’란 꼬리표를 붙인다. 외면은 그럴듯한데, 내면은 별것 없다는 표현이다.    


  

내면이 있다? 이 표현도 그다지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알아듣기 쉽게 순화하자면, 알맹이가 있는 사람을 주체적인 사람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줄리 베이커는 주체적인 인물이다. 본인이 옳은 행동이라 여기면 실제 행동으로 끌고 나가는 강단이 있다. 그녀는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으며,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집 앞뜰을 깔끔하게 가꾼 것이나 같이 올라가주는 사람이 없어도 날마다 큰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 올라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나치게 타인을 신경 쓸 필요 없다. 

나만의 색깔을 지닌다면 자연히 

내가 뿜는 빛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될 테니까.      

그럼 나만의 색깔이 뭘까.      

나만의 색깔은, 

타인을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꾸준히 행하는 것이다.     


<순간을글이다, 그러니까 내 거 챙기자> 중에서   



       

물론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란 이 땅 위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린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며 살고 있다. 그것이 경쟁사회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미명 하에. 그러나 경쟁을 하기 전에, 먼저 ‘자기 것’이 있어야 한다. 더욱 정확히 말해, ‘자기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 자기 것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경쟁 시장에 뛰어드는 건 총칼 없이 전쟁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것은 타인과 비슷해지기 위한 발버둥에 불과하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모습, 다른 색깔로 태어났는데, 왜 같은 색깔이 되기 위해 그토록 열과 성을 다하는 걸까. 아쉬운 마음이 크다. 물론 우리 사회가 그렇게 조장하는 면도 있지만, 나는 자신의 주체성을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믿는다.     



그러려면 줄리 베이커처럼 본인의 의지로 내린 선택이 있어야 하고, 그 선택의 이유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고, 이것을 함으로써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나에게 이것이 왜 중요한지 스스로 고민하고 깨달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가족의 존재 외에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다. 전부 본인의 선택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 선택 중 하나가 친한 친구라면, 나는 왜 이 친구와 사귀게 되었고, 이 친구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자기만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친구에 대한 소중함도 커질뿐더러 그 친구를 내가 직접 선택한 게 된다.      



한 마디로 세상의 중심에는 타인이 아닌 내가 있어야 한다.   


   

너무 피곤한 삶이라고? ‘나’의 인생은 어느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존재는 단 한 사람도 없기에 사람마다 맞는 옷 또한 다르다. 맞는 옷의 사이즈를 알려면 당연히 먼저 나에 대해 알아야 한다.      



간단히 말해, ‘나’의 인생이니까.          




       

‘건강한 몸과 마음과 정신’을 지닌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려면       


   

‘부분보다 전체를 보아라.’     



마음을 울리고 긴 여운이 남는 말이었다. 나라는 한 사람은 알다시피 수많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모, 성격, 키, 재력, 인성 등 그 요소 또한 다양하다. 우리는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어느 한 부분, 한 면만 보고,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진 않을까. 사람은 수많은 부분들의 집합체이다. 어느 한 면이 매우 뛰어나더라도 다른 면은 다소 아쉬울 수 있는 게 사람이다. 그렇기에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것들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또 미처 보지 못한 부분에서 고름이 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먼저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나는 좋은 사람보다 건강한 사람이란 표현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것에 대해 ‘건강한 몸과 마음과 정신’ 세 부류로 나누어 나름대로 풀어보았다.     



건강한 몸은 말 그대로, 신체적인 건강이다. 아픈 데가 없도록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정성스레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왜냐하면 나의 몸이고, 마땅히 나의 몸을 사랑해야 하니까.  


    

건강한 마음은 선한 마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타인에 대한 배려도 할 줄 알더라. 그리고 자신의 아픈 부분에 대해 잘 알면 굳이 타인의 아픈 부분 또한 들춰내지 않더라.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말이 이기심을 부리라는 말이 아니다.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물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은 꼭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이어야만 한다.     



건강한 정신은 본인이 옳다고 여기는 행동을 실제로 행하는 용기와 꾸준함이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결정한 선택에 대한 믿음을 보이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꾸준함이야말로 건강한 정신의 필수 요소다.      



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면 아마 평생 솔로로 늙어죽어야 할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부분보다 전체를 보는 관점에 있다. 그리고 세상의 중심이 누구에게 있는지 잘 살펴보는 시선에 있다. 그 전에, 내가 먼저 건강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지. 그래야 상대방도 나의 건강함을 알아보고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영화 <플립>은 짙은 어둠 속을 가른 폭죽과도 같은 영화였다. 그 속에서 환한 빛을 보았고, 그 빛은 내가 가야할 길을 비추었다. 줄리 베이커처럼, 나도 주체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나를 위한 노력을 더욱 정진해야겠다.  



작가의 한줄평

부분보다 전체를 보아라,
내가 가야 할 길을 비춘 영화


2017.11.20.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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