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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Jun 19. 2018

<모든 순간이 너였다>
SNS작가 하태완이 전하는 사랑



지난주 목요일(14일),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에 하태완 작가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가 여러 차례 등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사실 <모든 순간이 너였다>는 올 상반기, 꾸준히 베스트 도서에 오르기도 했던, 대중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책이었다. 그런 그 책이 드라마에 노출되면서 다시금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읽어 보니, 세간의 명성답게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사랑하는 사람, 혹은 이별한 사람의 마음을 세세하게 그려냈고, 표현 하나하나가 예쁘고 단정했다. 책의 특성상,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이었다.     



작가 하태완은 SNS 상에서 꾸준히 글을 써왔던 유명 SNS작가다. 팔로우 수만 21만 명이 넘을 정도로 SNS작가 중에서도 TOP 급에 해당한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도 바로 그 탄탄한 팬 층이 뒷받침 해주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뿐 아니라 최근 ‘흔글’의 조성용, ‘읽어보시집’의 최대호, ‘시밤’의 하상욱 같은 SNS작가들의 서점 진출이 가속화 되는 가운데, 바야흐로 'SNS작가 전성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의 책은 서점의 가장 중요한 곳에 꼭 비치돼 있을 정도로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화제가 된 이유.

<모든 순간이 너였다> 안에는 사랑하는 이의 솔직한 감성이 들어있다. 그리고 많은 독자들이 그것에 설레어 했다. 그 말은 곧, 그만큼 현대인들의 감성이 메말랐다는 얘기였다. 누구나 타인에게서 솔직한 마음을 전해 듣고자 하지만, 막상 내가 하는 건 ‘실수’나 ‘흠’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타인에게 자꾸 속마음을 감추게 되고, 상대방의 마음을 오해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편지’와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그리워했다. 사람과 사람의 진심이 통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갈증을 <모든 순간이 너였다>가 일정 부분 해소시켜줬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 하태완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성에게 꼭 한 번 들어봤으면 하는 얘기를 과감하고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그 말이 너무 예쁘고 정갈해서 독자들의 가슴을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다. 마치 좋아하는 이성의 애정 담긴 편지를 읽는 것처럼 책 안에는 솔직한 감성이 풍부하게 숨 쉬었다.          





연애하는, 혹은 이별한 여성에게 어울리는 책.

솔직히 말해 이 책이 나에게 맞진 않았다. 나는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지도, 이별의 아픔을 심하게 겪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모든 순간이 너였다>의 문구들을 남자인 내가 들었을 땐 그다지 공감가지도, 설레지도 않았다. 예상 독자를 여성으로 규정해 놓은 책이다 보니 그 말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너 없이 못 사는’ 연애는 이제 피곤했다. 작가는,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라 하는데, 솔직히 그런 사람이 있기나 할까. 너무 판타지 로맨스에 작가가 젖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로맨스에 우린 너무 취해 있었다. 나는 책의 표현이 대부분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 속 좋은 구절.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저 같은 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는 사람.     


주말 오후,

카페 한 구석에 자리 잡아서

몇 시간이고 웃으며 수다를 떨 수 있고,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 순간의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상대방의 외모나 능력을 많이 중요시하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런 것보다는 그저 나를 보며 생글생글 잘 웃는 얼굴을 좋아하게 됐고, 내가 먹여주는 음식을 복스럽게 잘도 받아먹는 입을 좋아하게 됐고, 각자의 하루 일과를 마친 후에, 동네 공원에서 만나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캔에 행복해하는 소박함을 좋아하게 됐다. 무더운 여름, 에어컨 냉기가 가득한 방과 적당한 분위기의 영화, 그리고 맛있는 스낵 과자 서너 봉지만 있으면 하루가 문제없는 편안한 연애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

전부로 자리 잡아가는 게

불편하지 않은, 그런 연애.   


       



자신의 힘든 상황을 핑계 삼아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람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이해해주고 참아주는 것도 모두     


‘내 사람’일 때만 가능한 일이니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일방적인 간절함과 애정 공세는 언제나 한쪽에게 큰 상처를 안겨준다. 인연이라는 것은 혼자 노력해서 이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쟤가 계속 나를 좋아해주니까 나는 굳이 간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꼭 명심해두어야 한다.     


나에게 무한한 애정을 주던 사람도

언젠가는 지쳐버리는 수가 있다는 것을.

나에게 등을 돌릴 만큼이나.          





네가 누군가를 매일 새벽을 써가며

그리워하는 만큼,

똑같이 너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너도 분명 누군가에게는

무지개를 안겨주고 싶을 만큼

좋아했었던 사람일 거야.         


 



호불호 갈리는 책.

순수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이 책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현실적인 사람일수록 이 책이 불호일 가능성이 커진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는 호불호가 아주 명확하게 갈리는 책이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사랑스러운 책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주 유치한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연애를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에 대해 호감보단 반감이 큰 사람이다. 이 책에 대해 갖는 느낌이야 각자의 감성대로 따라가는 것이니까, 자신에게는 이 책이 어떤 느낌일지 한 번 읽어보고 판단하면 될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이 책은 ‘마케팅의 승리’의 책이라는 것이었다.           



# 본 리뷰는 [위즈덤 하우스]의 무상지원을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




2018.06.19.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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