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현재 확실한 임팩트 있는 영화가 없는 상황 속에 영화 말모이가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1월 14일 기준)을 돌파했다. 마땅한 경쟁작도 없어 1월까지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영화 말모이 개봉에 앞서 많은 우려를 낳았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대한 관객의 피로감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독 그 수가 많아지는 모양새다. <박열>, <덕혜옹주>, <군함도> 등 몇 년간 꽤 많은 영화가 개봉했다. 그런 흐름 속에 영화 말모이가 과연 흥행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 세부 소재가 신선해 적잖은 관객을 불러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일제강점기라 해도 ‘말모이’란 소재는 우리에게 생소했다.
영화 말모이는 볼 만하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영화임에 분명하지만 세부 소재의 신선함과 배우의 호연이 합쳐져 재밌는 그림을 만들어냈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당시 시대적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가는 것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해를 돕고자 개봉 전 올렸던 포스팅을 공유한다.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말 모으는 학회(조선어학회)가 있을 것이고 일제에 탄압을 받을 것이며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완성해낼 것이다, 하는 것이 영화 말모이 스토리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역사 배경 영화는 스토리의 재미를 따져서는 안 된다. 그 당시 상황을 한 번 공감해보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말모이는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보면서 그 당시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고 독립을 위해 애썼는지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지금 이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다 선조의 노력과 희생 덕분이었다. 영화를 보며 그러한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영화 말모이 개봉에 앞서 화제가 되었던 건 연출을 맡은 엄유나 감독이었다. 엄유나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첫 데뷔를 했다. 천만 관객을 끌어 모은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맡은 것으로 유명한 엄유나 감독은 이전 작품의 흥행에 탄력을 받아 영화 말모이 연출을 맡았다. 과연 그녀가 첫 데뷔작이란 무거운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는데 직접 영화를 본 결과 나쁘지 않은 데뷔작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각본을 맡은 사람이 같다 보니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택시운전사>와 유사한 면이 많았다.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유독 비슷했는데, 택시운전사 송강호가 했던 역할을 이번 영화에서 유해진이 맡았다. 소매치기만 일삼던 한량 김판수(유해진)는 우연한 기회로 조선어학회에서 일하게 되는데 점차 그 일에 빠져드는 과정이 <택시운전사>와 유사하다. 이는 엄유나 감독만의 특유의 개성이라 할만하다.
영화 말모이 제작비는 적지 않다. 총 제작비가 115억이 들었다고 한다. 손익분기점은 300만 관객이다. 현재 기세를 본다면 그것은 충분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제작비가 든 만큼 연출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무래도 그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다 보니 그 노하우가 쌓인 덕일 것이다.
중간 중간 다소 지루하단 평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김판수가 조선어학회에 녹아드는 과정이 다소 루즈한 면이 있다. 나는 그 점 또한 괜찮았는데 그것 때문에 호불호가 조금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엄유나 감독의 첫 연출작인 것 치고 상당히 몰입도 있었다. 연기와 연출이 잘 어우러져 끊기는 흐름 없이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영화 막판에 터진 진한 감동도 나쁘지 않았다. 눈물이 찔끔 났다.
역시 유해진은 유해진이었다. 대세 배우 윤계상도 그 옆에서 거들었다. 영화 말모이는 유해진과 윤계상이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의 매력만으로 영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 영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해진. 어떻게 그렇게 맛깔나게 연기를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유해진을 보는 재미만으로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간다. 배우의 높은 기대를 완벽히 충족해주는 영화다.
‘신스틸러’로는 역시 김순희(박예나)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등장만으로 아빠미소 삼촌미소를 짓게 만드는 순희는 이번 영화에서 완전 감초였다. 4~5살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데 어찌 그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귀여워 죽는 줄 알았다.
그 밖에도 ‘조선생’ 김홍파, ‘임작가’ 우현, ‘박훈’ 김태훈, ‘구자영’ 김선영, ‘민우철’ 민진웅, ‘우에다’ 허성태, ‘장춘삼’ 이성욱, ‘박봉두’ 조현철 등이 호연을 펼쳤다.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이 즐거운 영화였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사소한 것도 얻기 위해 선조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떠올려 보면 감회가 새롭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가끔 이미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욕심이 많아지면 삶이 피로해진다.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다.
지금 이미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살펴야 건강한 삶이라 할 수 있다. 없는 것보단 있는 것에 집중해야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행복이란 별게 아니다. 그것이 마음의 충만함이라 봤을 때 기대를 조금 낮추고 갖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감사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물론 인간이 그러기 힘든 동물이란 것도 알지만 그럼에도 의식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존재가 또 인간이다.
2019.01.14.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