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이십 대 후반에 놓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직장 2,3년차쯤 되어 지금 걷고 길에 종종 회의를 느끼고, 통장은 자꾸 ‘텅장’이 되고,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고, 독립은 해야겠는데 잔고는 바닥이고, 인간관계는 점점 좁아지는 것 같은.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대라면 보편적으로 느낄 만한 감정들이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서로 공유한다는 것, 그것이 때론 큰 위로가 되어준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가장 친한 친구가 옆에서 털어놓는 것 같은, 그것이 그냥 투정부리는 투가 아니라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애쓰는 친구의 담담한 목소리가 담긴 것 같은 책. 이 책은 누가 읽어도 쉬이 공감할 수 있는 친근한 도서다.” -2019년 1월 21일 출간한 강세영 에세이 <이십팔 독립선언> 추천사.
① <이십팔 독립선언>은 어떤 책?
<이십팔 독립선언>은 스물여덟에 독립한 ‘독립초짜’의 이야기예요. 자신이 어떻게 독립하게 됐고, 또 혼자 생활하면서 어떤 걸 경험하고 느꼈는지 담담하고 솔직하게 써내려가고 있죠.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에요.
독립한다 해서 꼭 좋은 것만 있진 않겠죠. 이 책은 그 장단점에 대해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어요. 특히 여자의 입장에서 공감 가게 이야기하고 있죠. 이제 스스로 공과금을 내야 하는 생경함, 전세계약 연장을 바라는 마음까지, 독립에 관한 심정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에요.
편마다 분량이 크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전형적인 에세이예요. 어떤 장면에선 가벼운 웃음을 터트릴 수 있고, 또 어떤 장면에선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죠. 가볍고 인간적인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에요.
② <이십팔 독립선언> 좋았던 점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도 소재가 될 수 있구나, 싶었어요. 한 개인에게 ‘독립’은 큰 사건일지 몰라도 사실 누구나 다 하는 흔한 것이잖아요. 그 흔한 것을 소재로 삼는다면 주변에서 다 말릴 법도 한데, 이 책은 뚝심 있게 ‘독립’을 소재로 택했어요.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해요.
바로 그 ‘흔하다는 것’이 장점이 되었던 책이에요. 바꿔 말하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독립은 때가 되면 누구나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와 관계없이 부모 품을 벗어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죠. 이 책의 장점은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또 작가가 글을 아주 잘 써요. 작가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죠. 읽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게 해줘요. 작가의 세심한 배려가 글에 느껴졌죠. 그렇게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 때문에 좋았어요.
③ <이십팔 독립선언> 아쉬웠던 점
# 딱히 없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책 내용이 그만큼 좋았던 것도 있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들 만큼 그렇게 무리하게 쓰지도 않았어요. 솔직하게 그저 자신의 일을 써내려간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서 딱히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없었죠.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어요.
사람들과 모여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보다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와르르 모여 왁자지껄하게 지내는 순간은 한 달에 한 번이면 족하다.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한 나인데도 작은 변수 하나에 주저앉는다. p86
어릴 때 좀 더 다양한 어른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한다. 자라면서 봤던 어른은 극히 한정적이었다.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을 주축으로 친척 어른들과 부모님의 지인 정도가 전부였다. 그들은 모두 나를 비슷한 인생으로 안내했다. 책상에 열심히 붙어있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안정적인 회사에 취업해 적당한 시기에 결혼하고 자녀를 2명 정도 낳아 기르는 인생. 그리고 그렇게 살아온 어른들만 있었다. 내 눈앞엔. p112
이상적인 환경을 말해보자면, 차타고 20분 안에 바다나 계곡을 갈 수 있다면 좋겠고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무가 많았으면 좋겠고 강아지가 산책할 수 있는 길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편의점도 있었으면 하고 영화관도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이 아니어도 되고 한국이 아니어도 된다. 30대 중반 이후에 내가 정착해야 할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자 한다. 10년 뒤 나는 주체적인 곳에서 살고 있길 바란다. p149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위로이고, 내가 하는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나이와 시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남들보다 늦을 수 있지만 언젠가 결실을 맺는 날이 오지 않을까란 희망이다. p184
TV에 나와 화려하게 춤을 추는 댄서들과 천장을 뚫을 듯한 고음을 내는 가수들이 신기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월화수목금 날마다 출근해서 같은 자리에 앉아 일을 하는 이 사람들 역시 정말 멋있다. 누구나 성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또한 재능이고 능력이다. p194
그 파릇파릇한 시절을 잘 보냈냐고 묻는다면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면 돌아가서 다시 한번 살아볼래?’라고 묻는다면 그건 또 싫다. 어설픈 나보단 눈꺼풀이 가라앉더라도 지금의 내가 좋다. 그 불안과 슬픔을 다시 또 겪고, 마음을 깎아냈던 경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그저 39살의 내가 30대의 끝자락을 맞이했을 땐, 지금보다 더 뿌듯한 마음이 가득했으면 한다. p248
⑤ <이십팔 독립선언>을 읽고 든 생각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다가 무심코 발견한 책 후면의 추천사. ‘우아한형제들' CBO이자 <마케터의 일>의 저자이기도 한 장인성 작가가 쓴 추천사예요. 다 함께 감상했으면 좋겠어서 가져와 봤어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많이 권했다. 이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면서.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건네주었다. 서투르게 부딪혀 상처 나고 살아가는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서.
삶은 나와 다르지만 마음은 똑 닮았다. 그래서 ‘우리’ 같다. 온전히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사는 꿈을 이루고서도 외로움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 사랑을 잃으면 죽을 것 같지만 또 잘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일에 치여서 밤을 새우다가도 여행으로 잠시 탈출했다가 또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으로 돌아오는 우리를 보면서, 때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참고로 래퍼 ‘넉살’의 추천사도 뒤이어 나왔는데, 이 사람의 추천사는 어떻게 얻었을까 궁금해지네요.
“독립은 독이다. 하지만 그게 독인지 뭔지 맛봐야 안다.” -래퍼 넉살
2019.05.07.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