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Mar 03. 2020

28. 8개월차 프리랜서의 꿈

정용하 에세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카톡이 쏟아진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수강생과 의뢰인의 물음에 답해줘야 한다. 대부분 블로그에 대한 물음이다. 키워드를 잡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위노출을 시키려면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피드백 해주는 것이 나의 임무다. 최대한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려 애를 쓴다. 아직은 오프라인 강의가 없다 보니 나의 업무의 대부분은 온라인상에서 진행된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잠에 들 때까지 나의 카톡은 쉬질 않는다.     


     

다행히 일일이 응대해주는 일이 나에게 잘 맞다. 덕분에 즐겁게 일한다. 누군가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아직은 기쁘기만 하다. 이게 바로 내가 꿈꾸던 삶이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삶.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을 늘 꿈꾸었다. 요즘은 그것을 실현한 기분이 들어서 과로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산뜻하고 충만하다. 물론 일 중간중간 공백이 있을 때 진한 외로움이 파고들긴 하지만, 다행히 견딜 만한 수준이다. 외로움이야 사람이 옆에 있건 없건 언제나 내 짝꿍처럼 붙어 있는 것이니까. 이젠 그것과 많이 친해졌다. 억지로 회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찾아왔나 보다 하고 마는 것이지.          



일할 때는 나의 '예민함'이 강력한 무기가 된다. 공감 능력이 누구보다 좋은 편이다 보니 상대가 뭘 원하는지, 의뢰인은 뭘 원하고, 수요자는 뭘 원하는지,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쉽다. 어떻게 하면 내 콘텐츠가 팔릴지 니즈를 금방 파악하는 편이다. 나에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생 동안 늘 그래 왔고, 지금도 일상적으로 그러고 있어서 나에겐 무척 쉬운 일이다. 천직을 만난 것일까. 앞으로 이러한 콘텐츠 개발 일을 쭉 하면 되겠다 싶다. 상대방의 수요를 예측하고 맞히는 일. 그게 생각보다 짜릿하고 재밌다. 무엇보다 그 사람이 필요로 한다는 것은 나의 도움이 먹히고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있다는 거니까. 그게 좋다. 앞으로도 이러한 삶을 살고 싶다. 그러면 꿈을 계속 실현할 수 있다.          



너무 상대방의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나'의 존재를 잃어버리지 않겠냐며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 나는 무엇보다 나를 끔찍이 챙긴다. 나는 내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남의 눈치를 보는 본능적인 행동을 절제하려고 애를 많이 쓴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바로 '균형 감각'이다. 어느 것 하나에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몸부림. 그것이 나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남의 눈치만 본다면 나는 '나'의 존재를 잃어버린 꼭두각시 인형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제어하는 센서를 갖고 있고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평소 조절을 한다. 예를 들어 만남의 횟수를 몇 회로 한정한다든지, 어느 요일은 꼭 나를 위해서만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든지. 오늘 하루 과로로 에너지를 과하게 소모시켰으면, 다음날은 조금 일찍 잠에 든다든지. 그런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지킨다. 그런 것 없이는 멀쩡한 존재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왜냐, 예민한 사람이니까.          



예민함은 내게 일상 속에서 불편함만 주던 거라 이렇게 일에서 장점으로 작용할지 전혀 몰랐다. 그런데 이것을 장점으로 누리다 보니까, 이게 둘도 없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더라. 나의 이 공감 능력이 어디까지 빛을 발할지 나 역시 기대가 된다. 최대한 써먹을 수 있을 때까지 써먹고 싶다. 단,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방향으로. 단순히 일단은 마케팅이나 브랜딩 영역에서 이 능력을 써먹을 수 있겠다. 그 위의 더 높은 영역은 어디가 될까.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잡아내는 일, 그리고 그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성심을 다해 도와주다 보면, 진심은 통할 거라고 믿는다. 절대 그 사람들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 자체로 목적으로 여기고 진심을 다할 것이다. 정용하, 감성인간, 방구석서점의 심장은 '진정성'이다. 그리고 '인간다움'. 그것 없이는 나도, 감성인간도, 방구석서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도 균형 감각은 필요하다. 진정성만 갖고서는 먹고살 수 없으니까. 밥벌이를 위해 조금은 영악할 필요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냉정함과 단호함을 가질 필요도 있다. 다만, 그럼에도 '진심'과 '인간다움'을 양손에서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경향성이 나는 중요하다고 본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의 사고는 썩기 시작한다. 항상 중간에 있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완전한 중간은 없다. 균형은 유지하되 어느 것 하나에 좀 더 힘을 주는 경향성을 가지면 된다. 감성 50, 이성 50만이 균형이 아니다. 감성 60, 이성 40도 균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느 것 하나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노력. 나의 지금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품는 것. 그것이다.     




2020.03.03.

작가 정용하





매거진의 이전글 27. 프리랜서의 수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